KB증권 "주가수익비율만 보고 추가 상향 제한 전망은 무리"
코스피 지수가 3000선을 넘어서면서 '고점·버블' 논란이 이는 가운데, 지수 상승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체 종목에서 건강과 소프트웨어, IT 등 미래 산업 관련 업종 비중이 높아지는 등 코스닥 구조가 미국 나스닥과 닮아가고 있다는 게 이유다. KB증권은 코스피 주가수익비율이 최근 14배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 중이지만, 나스닥의 주가수익비율이 68배인 것을 고려했을 때 코스피 추가 상승이 어렵다고 진단하는 것은 무리라고 분석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11~15일) 코스피 지수는 전주 종가 3152.18 대비 66.28p(2.10%) 내린 3085.90에 장을 마쳤다.
이 기간 개인 투자자는 지난주 유가증권시장에서 9조80001억원을 5일 연속 순매수했다. 반면, 기관은 8조6830억원 5일 내내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3일간 2조901억원을 팔고, 나머지 이틀은 8709억원을 샀다.
이날 KB증권 리서치센터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의 현재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은 지난 2007년 최고 수준인 13배를 넘어 14배를 돌파했다.
보고서는 밸류에이션이 사상 최고 수준인 상황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다만, 낙관론자와 비관론자의 갑론을박이 나오는 상황에서 한국 증시의 구조 변화는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른바 코스피의 '나스닥'화다.
하인환 KB증권 선임연구원은 "코스피의 구조가 나스닥을 닮아가고 있다고 판단한다"며 "즉, 테크 업종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5년까지 코스피 내 테크 업종 비중은 30% 미만에 불과했다. 에너지와 화학, 금융 등 비중이 높았다.
반면, 지난 2019년 코스피 내 테크 업종 비중은 40%를 넘어섰다. 테크 업종은 건강관리와 미디어, 소프트웨어, IT하드웨어·가전, 반도체 등 미래 산업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혁신 기술 업종들을 포함한다. 2015~2021년까지 국내 증시와 미국 나스닥 지수 내 반도체·소프트웨어·IT가전 업종은 상관계수 1에 근접한 모습을 보인다.
하 연구원은 "코스피 내 테크 업종 비중이 높아진 점은 테크주로 구성된 나스닥과 닮아가는 배경이 된다"며 "그렇다면 밸류에이션은 이전과 달리 높아져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증시에서 나스닥 P/E는 현재 67.88배로 현 코스피 P/E보다 4배 이상 높다.
코스피의 나스닥화는 한국 증시에서 나스닥의 핵심 종목을 후행·동행하는 종목 수가 증가한 데에서도 나타난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종별 나스닥 주도주는 반도체(마이크론)와 2차전지(테슬라), IT하드웨어(애플) 등이다.
하 연구원은 "특히 2차 전지는 테슬라가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지난 2019년부터 테슬라 주가를 따라가고 있다"며 "이는 나스닥 P/E와 코스피 P/E가 작년부터 매우 유사하게 움직이는 배경이라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주가가 '비싸 보일 때와 정말 비쌀 때를 구분'하는 것이 유효한 전략이라는 조언도 나온다.
김민규 KB증권 수석연구원은 "코스피가 3000pt에 도달하면서 여러 곳에서 '고점, 과열, 버블' 논란이 일고 있다. 모든 기준에서 비싸다면 고점이라 할 수 있겠지만, P/E만 놓고 앞으로 코스피가 더 오를 수 없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주가가 이익개선 속도보다 빨리 오른 것은 맞지만, 이익 개선이 뒷받침된다면 가격의 고점은 지금이 아닐 것"이라며 "과거와 미래 모두 성장성이 확실업 기업 또는 과거와 달라진 기업을 다시 보는 시간으로 삼는 것이 좋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또, 신동준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올해 코스피 영업이익 증가율 컨센서스는 전년 대비 약 38% 수준이지만, 52%까지 추가 상향될 전망"이라며 "미국 역시 소재와 산업 업종 등 친환경으로 변신하는 인프라투자 관련 수혜업종들을 중심으로 기업이익이 빠른 속도로 상향 조정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