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오너 출신 중 유통업체 첫 여성 CEO로 주목 받아
FY2021 사업전략 최종승인 완료…"경영공백 우려 없어"
‘주부 CEO’ 임일순 홈플러스 대표이사 사장이 회사를 떠난다.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임일순 사장은 지난해 하반기 일신상의 이유로 홈플러스 대표이사 겸 사장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으며, 최근 회사에서 이를 수용했다.
임 사장은 개인적인 사유로 고용 계약 종료를 먼저 요청했다. 회사 측은 몇 차례 만류했지만 그 동안의 노고와 성과에 감사를 전하는 뜻에서 임 사장의 의사를 존중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구체적인 사임 날짜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이달 중순경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2021회계연도(2021년 3월~2022년 2월) 사업전략에 대한 최종승인일에 맞춰 조정한 것으로, 회사 측은 각 사업부문장을 중심으로 완성된 2021년 사업전략을 실행함에 있어 경영공백이 발생하진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홈플러스는 현재 신임 대표이사 사장을 맡을 인물로 온·오프라인 유통채널 역량과 경험을 갖춘 다수의 후보들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임 사장은 2015년 11월 재무부문장(CFO, 부사장)으로 홈플러스와 인연을 맺었으며, 2년 뒤인 2017년 5월 경영지원부문장(COO, 수석부사장)을 거쳐 같은 해 10월 대표이사 사장(CEO)으로 승진했다.
임 사장은 국내 대형마트 업계를 포함한 유통업계 첫 여성 CEO로, 국내 유통업계에서 오너가(家)를 제외한 인물 중 처음으로 ‘유리천장’을 깼다.
임 사장은 CEO로 임명된 지 2년 만인 2019년 7월, 당시 홈플러스의 무기계약직 직원 약 1만5000명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무엇보다 직원들과의 상생을 중요시하는 임 사장의 뜻에 따라 대형마트 업계 처음으로 별도의 자회사 설립이나 직군을 신설하지 않고, 조건 없이 기존 정규직 직급인 ‘선임’으로 발령했다. 실제 당시 홈플러스의 전체 임직원 2만3000여명 중 정규직 비중은 99%(2만2900명)에 달했으며, 비정규직(단기계약직) 근로자는 1%(228명)에 불과했다.
임 사장은 사업적인 측면에서도 오프라인 대형마트 중심의 홈플러스를 온라인과 융합된 ‘올라인(All-Line) 미래유통기업’으로 전환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프라인에서는 창고형 할인점과 대형마트의 장점을 결합한 효율화 모델 ‘홈플러스 스페셜’ 점포를 출범시켰고, 대형마트 내 입점된 테넌트를 지역밀착형 커뮤니티몰 ‘코너스’로의 전환을 시도했다. 또 근린 포맷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신선식품과 간편식, 먹거리 중심의 소비자친화 포맷으로 재탄생시켰다.
특히 오프라인 전 점포를 온라인 물류거점으로 전략화했으며, 온라인 수요가 높은 일부 지역에는 오프라인 점포 내의 유휴공간을 활용한 ‘풀필먼트 센터(Fulfilment Center)’를 조성하며 몰려드는 온라인 수요에 효율적으로 대응했다.
임 사장은 방향성뿐만 아니라, 미래 유통기업으로의 체질 개선에도 성과를 이뤘다.
우선 거버넌스(Governance)와 윤리적 준거 지표를 끌어올려, 사업 투명성을 확보했다. 임 사장은 상품의 차별화를 위해 신선식품에 대한 질적 향상과 유지, 글로벌 소싱에 기반한 PB(자체브랜드) 상품 개발에 집중했다. 아울러 데이터에 기반한 유통경영에 박차를 가하고자 전방위적인 데이터 인프라를 3년에 걸쳐 구축했다.
홈플러스 고위 관계자는 “임 사장은 유통사업에 대한 인사이트가 깊고 전략과 실행에 뛰어난 전문경영인으로서 홈플러스를 미래 유통기업으로써의 탈바꿈 시켰다”며 “CEO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미 2021년 전반적인 사업전략과 방향까지 완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