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깊어지는 알뜰폰 '리브엠' 실적 고민
국민은행, 깊어지는 알뜰폰 '리브엠' 실적 고민
  • 강은영 기자
  • 승인 2020.06.30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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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자 수 목표 100만명 제시했지만 '기대 못미처'
혁신서비스 지정에도 판매 부담으로 내부 여론 부정적
국민은행 리브엠 홈페이지. (자료=국민은행)
국민은행 리브엠 홈페이지 화면. (자료=국민은행)

금융위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 지정까지 받으며 거창하게 시작했던 국민은행 알뜰폰 사업 '리브엠'이 갈수록 초라해지고 있다. 올해 가입자 수 목표를 100만명으로 잡았지만, 반년이 지난 지금 가입자 수는 7만이 조금 넘어 목표 대비 달성률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직원들조차 신사업에 부정적인 상황에서 국민은행 노조는 회사가 리브엠 판매 과당경쟁을 조장하려 했다며, 금융위에 혁신금융서비스를 아예 취소해달라고 요구할 계획이다.

30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국민은행 알뜰폰 '리브엠' 가입자 수는 지난 27일 집계 기준 7만명을 조금 넘는다.

리브엠은 금융 서비스와 알뜰폰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는 사업이다. 국민은행을 통해 구입한 USIM(유심)칩을 핸드폰에 넣으면 공인인증서·앱 설치 등 복잡한 절차 없이 은행 서비스와 통신 서비스를 모두 이용할 수 있다. 

국민은행은 작년 4월 금융위원회로부터 리브엠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은 후 별도 조직까지 신설해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해왔다.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되면, 일정 기간이나 지역 내에서 각종 금융규제를 면제받는다.

그러나 작년 12월 사업 개시 후 반년이 지난 지금 리브엠 사업 실적은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상황이다. 국민은행은 올해 리브엠 가입자 수 100만을 언급하기도 했지만, 현재까지 달성률은 10%도 되지 않는다.

리브엠 사업을 이끄는 양원용 국민은행 MVNO(알뜰폰) 사업단장은 "통신은 우리 생활 어디에서나 사용하고 있으며, 금융과 융합해 얻은 데이터를 활용한다면 고객에게 더욱 새로운 가치를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국민은행의 실질적인 활동 고객을 1400만이라고 가정했을 때, 이들 중 100만명을 리브엠 가입자로 만든다면 유의미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고 보고 목표를 설정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이 심혈을 기울인 사업임에도 리브엠이 초라한 실적에 머무는 것은 신사업에 대한 조직 내 공감 실패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국민은행 노동조합이 지난 3월 말 조합원 8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책 패널 조사에서 응답자 중 59.1%가 'MVNO 가입 채널 확대와 위험조정이익 반영'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을 냈다. 기존에 비대면으로 이뤄졌던 리브엠 가입 영업을 영업점으로 확대하고, 가입 실적을 지역영업그룹장 평가에 반영하는 것을 응답자 과반이 반대한 것이다. 

응답자 중 21.4%는 리브엠 사업이 실패한 사업이므로 지금이라도 철수해야 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국민은행 서여의도영업부 사옥. (사진=신아일보DB)
국민은행 서여의도영업부 사옥. (사진=신아일보DB)

은행에서 판매하는 통신 상품이라는 생소한 사업아이템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홍보와 마케팅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내부에서조차 신사업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양 단장은 실적 부진 원인에 대해 "먼저, 통신사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지 못한 것 같다"며 "마케팅 측면에서 본다면 고객들에게 효과적인 광고가 부족한 점이 있어 영업점 직원들의 홍보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리브엠 사업은 앞으로 더 큰 난관에 부딪힐 전망이다. 국민은행 노조는 리브엠 서비스 판매가 직원들의 과당경쟁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금융위에 혁신금융서비스 취소까지 요구할 계획이다.

노조는 회사가 지역영업그룹장 평가 항목 중 리브엠 관련 항목을 추가하려고 시도했고, 이런 시도가 결국 각 영업점에 리브엠 판매 과당경쟁을 부추기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금융위는 리브엠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하면서 소비자 보호 등을 위한 목적으로 부가조건을 반영한 바 있다. 리브엠 사업이 과당경쟁을 통해 은행 고유 업무 수행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국민은행 노조 관계자는 "실제 영업점에서 리브엠 서비스 판매를 강요하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며 "증거 자료를 확보해 금융위에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취소 신청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양 단장은 "리브엠 서비스 판매를 경영평가에 반영하고자 하지 않는다"며 "리브엠 서비스의 목표가 100만으로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이는 각 영업점 실적의 1%도 안 되기 때문에 과당경쟁을 유발하려는 의도는 없다"고 해명했다.

ey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