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얽히고 설킨 당-정-청 이해관계… 압박·막말·질타 수위↑
[이슈분석] 얽히고 설킨 당-정-청 이해관계… 압박·막말·질타 수위↑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06.19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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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대내외 현안 국무위원 질책… 靑은 與 질책 분위기
당청, 반대 목소리 내거나 성적 저조하면 '훈계'로 몰아쳐
민홍철 국회 국방위원장(왼쪽 두번째부터), 송영길 외교통일위원장, 서호 통일부 차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가 끝난 뒤 당대표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홍철 국회 국방위원장(왼쪽 두번째부터), 송영길 외교통일위원장, 서호 통일부 차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가 끝난 뒤 당대표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내외 정치 현안을 두고 여당이 연일 국무위원을 질책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 기조를 정부 부처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입법부의 행정부 견제는 헌법이 명시한 의무이지만, 이번에는 다소 결이 다른 모양새다. 청와대는 3차 추가경정예산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것 등을 두고 여당을 꾸짖으면서 이른바 '내리갈굼'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강기정, 김태년 만나 "문 대통령, 추경 지연 안타깝게 생각"

19일 오전 국회를 찾은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만나 3차 추경 처리 지연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6월 임시국회에서 추경안을 처리하기로 한 것이 국민과 한 약속인데, 전혀 되지 않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수석은 회동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선 "국회에서 추경안 처리가 안 돼서, 국회가 안 열려서 답답해서 왔다"며 "(김 원내대표에게) 6월 국회에서 추경안이 빨리 처리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는 부탁의 말씀을 드렸다"고 설명했다.

21대 의회 원 구성과 추경안 처리가 지연되는 것에 대한 문 대통령 입장을 묻자 "추경을 발표한 지 두 달이 됐고, 국회에 추경안이 제출된 지는 2주가 됐다"며 "6월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한 국민과의 약속인데 전혀 안 돼서 안타까워하고 있다"고 답했다.

현재 국회는 박병석 국회의장과 민주당의 일부 상임위원장 선출과 상임위원 강제 배정 후 미래통합당이 의정활동을 보이콧(거부)하면서 개점휴업한 실정이다.

강 수석은 특히 이번 회동에서 "추경이 6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되도록 해달라"고 김 원내대표에게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7일 거대 집권당 원내 수장에 오른 김 원내대표는 대표적인 친문재인 계열의 당권파로 꼽힌다. 압도적인 표차로 결선 투표 없이 당선된 바 있다.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 속에서 치러진 4·15 총선에서 압도적 승리를 한 뒤 처음 치러진 원내대표 선거에서 친문 중진 김 원내대표가 뽑힌 것은 정권과 친밀하단 것을 방증하기도 한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19일 오전 추경 관련 협의를 마치고 국회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실에서 나오고 있다. 뒤쪽은 김광진 청와대 정무비서관. (사진=연합뉴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19일 오전 추경 관련 협의를 마치고 국회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실에서 나오고 있다. 뒤쪽은 김광진 청와대 정무비서관. (사진=연합뉴스)

◇與, 홍남기 소신 목소리에 "왜 반대하느냐"

3차 추경에 대해선 여당이 정부 부처를 질타하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으로 불거진 대학생 등록금 부담 완화를 두고 재원 마련 방안은 없지만, 시행은 해야 한다며 기획재정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현재 교육부는 35조3000억원 규모의 3차 추경에 코로나19 관련 방역 등 대학 지원 명목으로 1951억원을 편성했다. 전국 대학생 수는 약 200만명으로, 정부는 학교가 1인당 10만원씩 환불하면 국가 재정으로 10만원을 추가 지급해 20만원을 돌려준다는 방안이다. 세금 투입이 불가피하다.

민주당은 여기서 나아가 정부가 대학생 1인당 대학 시설비 명목으로 40만원씩 지원하면 평균 12%의 등록금 반환 효과가 있다는 분석까지 내놨다. 정부와 청와대는 기존 교육부 예산에서 항목을 바꿔 반영하자고 하지만, 여당은 추가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등록금 반환이냐, 학교 지원이냐' 방법론을 두고 교육부와 이견을 보이기도 한다. 등록금 반환의 경우 주체가 대학이지만, 학교 지원이면 교육부가 실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한편으로는 국가 부채 증가를 우려하는 기재부를 질책하고 나섰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등록금 문제에 대해 "수납받은 대학이 자체적으로 결정할 문제"라며 "정부가 지원 대책을 마련한다는 언급을 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의견을 피력했지만, 고용진 민주당 의원은 "등록금 전액을 환불하자는 것도 아니고, 정부가 10만원 학교가 10만원씩 매칭(연결)해서 20만원을 주는 것에 왜 반대하느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홍 부총리와 기재부는 앞서 전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당시에도 국가 부채를 염려하며 반대 목소리를 낸 바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 전체회의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 전체회의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추미애, 검사와 일하니 순치된 것 아닌가"

정권 명운과 관련한 정치 문제에 대해서도 연일 비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18일 야당 없이 진행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당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뇌물수수 사건 수사의 부당함을 강조하며 검찰을 힐난했다. 이 자리에선 추미애 법무부 장관까지 싸잡아 '검찰개혁에 주저하는 것 아니냐'며 몰아붙이기도 했다.

소병철 의원은 이 자리에서 추 장관에게 "(검찰개혁을) 주저하고 있는 것 같다"며 "장관이 눈치보지 않는단 것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송기헌 의원 역시 추 장관을 향해 "장관이 답변하는 걸 보니 장관 같은 분도 검사와 같이 일하면 검사에게 순치되는 것 아닌가란 생각을 조금 했다"며 "지나친 얘기냐"고 비꼬았다. 추 장관이 "지나치다"라고 응수하자 송 의원은 검찰-언론 유착 의혹 사건을 거론하며 "장관이 (임명 전인) 5개월 전이라면 절대 그렇게 대답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추 장관은 이날 안경을 벗거나 의자에 기대고, 질의한 위원을 응시하는 등 불쾌한 기색을 역력히 드러냈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두고는 대놓고 사퇴를 거론하고 나섰다.

설훈 최고위원은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 상황과 관련해 19일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후 "임기 보장과 상관없이 갈등이 이렇게 일어나면 물러나는 것이 상책"이라며 "(윤 총장이) 하루, 이틀도 아니고 추 장관과 각을 세운 지 얼마나 됐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상황에서 행정이 제대로 돌아가겠냐"며 "적어도 책임 있는 자세를 갖춘 사람이라면, 나라면 물러나겠다"라고 사퇴를 촉구하는 분위기를 자아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태년 "대통령 의지 제대로 뒷받침하고 있나" 작심 발언

가장 민감한 대북 문제를 두고는 친문 핵심 김 원내대표가 직접 국무위원 질타에 나섰다.

김 원내대표는 먼저 지난 1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연철 당시 통일부 장관을 앞에 두고 지난 4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대북전단 관련 담화문이 나온 이후 통일부의 대응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당시 통일부는 '전단살포 금지 법률 정비를 준비한다'는 입장을 발표했고, 다음날 북한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남한의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날을 세웠다.

김 원내대표는 "이 문제에 대한 통일부의 인식이 얼마나 둔감했는지 보여주는 것"이라며 "통일부가 4·27 판문점 선언을 이행을 위한 주무부처로서 적극적인 자세로 일했어야 했는데 매우 미흡했다"고 고언했다. 민주당에선 통일부가 문재인 정부 역점 과제인 남북관계 개선에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불만이 팽배한 상태였다.

김 원내대표는 또 "통일부가 취지와 목적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장관부터 모든 통일부 공직자가 그런 자세를 갖고 있는지 질타하지 않을 수 없다"고 부각하기도 했다.

김 장관은 이에 대해 "저희가 미흡했다"면서도 "통일부가 책임을 질 수 있을 만큼의 권한도 부여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또다른 친문 핵심으로 꼽히는 같은 당 전해철 의원은 김 장관을 향해 "권한이 없다는 말씀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정무직 장관이므로 그에 따른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원내대표의 작심 질책은 18일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에서도 이어졌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정경두 국방부 장관, 서호 통일부 차관이 동석한 회의에서 "대북전단 같이 쉽게 해결할 문제도 제대로 관련 부처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며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향한 대통령의 의지를 정부가 제대로 뒷받침하고 있었는지 점검해봐야 한다"고 질책했다.

그러면서 "남북 간 합의가 어떤 장애와 난관에도 진전될 수 있도록 창의적 해법과 끈기 있는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북한의 호전적 행위가 어디까지 전개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정세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경계해야 할 것은 안일함"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6일 김연철 당시 통일부 장관이 오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첫 전체회의에서 업무 보고에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6일 김연철 당시 통일부 장관이 오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첫 전체회의에서 업무 보고에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 민주당이 부르면 가고 통합당엔 묵북부답

통합당은 최근 당내 특별위원회 구성으로 정책 선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17일에는 외교안보특위를 열고 대북정책과 기조 향방을 모색했다. 통합당은 앞서 박진 의원을 위원장을 임명하며 전문가까지 불러 외교안보특위를 구성했다.

그러나 이날 첫 회의에선 호출했던 외교·통일·국방부 장관 모두가 불참했다. 박 위원장은 특위 회의에서 "안타깝게도 이 순간 국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초당적으로 논의해야 하는데, 국방·외통위원회도 정략의 산물로 전락시켰다. 민주당 때문에 국회 외교·안보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탄식했다.

박 위원장은 이어 "현장을 지키면서 상황에 대응해야 하는 논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안보 상황이 긴박할수록 여야를 막론하고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와 대책을 논의하는 게 중요하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반면 다음날 민주당이 실시한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에는 사의를 표명한 통일부 김 장관을 제외하고 외교부 강 장관과 국방부 정 장관은 자리에 나타났다.

정경두 국방장관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에서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강경화 외교장관, 정경두, 서호 통일부 차관. (사진=연합뉴스)
정경두 국방장관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에서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강경화 외교장관, 정경두, 서호 통일부 차관. (사진=연합뉴스)

[신아일보] 석대성 기자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