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일류 발효기술 갖추고 바이오·신소재 사업 경쟁력 확보
포화된 국내시장 성장한계 극복 '해외사업 매출 1조 달성' 박차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 맞춰 또 한 번 도약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각 기업은 시대가 요구하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핵심사업의 역량을 끌어올리는가 하면,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고 있다. 본지는 국내 50대 기업의 근황을 차례로 살펴보고 각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짚어본다.
대상은 순수 국산 기술의 발효조미료 1호 ‘미원’을 시작으로 ‘청정원’과 ‘종가집’ 등 대형 식품 브랜드를 육성한 가운데, 국내를 넘어 글로벌 무대서 위상을 높여나가고 있는 종합식품기업이다.
올해 창립 64주년이란 긴 역사 속에서 세계 일류 발효기술을 앞세워 조미료와 장류, 김치는 물론, 김과 간편식 등 다양한 식품군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했다. 여기에 바이오·전분당 등 사업영역을 다각화하며 경쟁력과 몸집을 꾸준히 키우고 있다.
대상은 ‘글로벌 사업 매출 1조원’ 달성을 목표로 한 단계 더 도약해 해외 식품사업 영토 확장을 가속화한다는 구상이다.
◇식품·바이오 중심 수익성 제고…지난해 영업익 10% 성장
고(故) 임대홍 창업주가 1956년 세운 조미료 공장이 모태가 된 지금의 대상그룹은 1987년부터 창업주의 장남인 임창욱 회장이 경영을 주도하며 식품과 바이오를 중심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2005년 8월 설립된 지주회사 ‘대상홀딩스’와 모기업인 ‘대상’ 아래 현재 국내외에 46개 법인(국내 25개·해외 21개)과 무역사무소 4곳을 두고 있다.
올해로 창립 64주년을 맞은 대상은 국민조미료 ‘미원’으로 이름을 본격적으로 알린 후, 1996년 도입한 종합식품 패밀리브랜드 ‘청정원’과 글로벌 한식브랜드 ‘종가집’을 앞세워 국내 식품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청정원과 종가집은 임 회장이 강조한 ‘건강한 제품으로 건강한 사회를 만든다’는 경영철학이 녹아든 브랜드다.
아울러 반세기 동안 축적한 첨단발효기술을 바탕으로 조미소재(MSG·핵산)와 아미노산(라이신·L-알기닌 등), 미세조류(클로렐라·DHA), Bio-CMO(제조위탁생산)와 같은 바이오 사업을 확대하며 글로벌 바이오 소재 시장에서 이름을 높이고 있다.
대상의 경우 임정배 대표 체제 아래 최근 식품산업 전반의 저성장 기조 속에서 수익성 중심의 사업 전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11년 처음으로 영업이익 1000억원을 넘어선 이후 매년 10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냈고, 2019년에는 전년보다 8% 이상 성장한 130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도 2011년 2조1638억원에서 2015년 2조6350억원, 지난해 2조9640억원으로 9년 사이에 40% 가까이 성장했다.
모기업인 대상의 성장세 덕분에 대상그룹의 지난해 매출액은 3조5525억원으로 전년의 3조3980억원보다 4.5% 늘었고, 영업이익은 10.1% 성장한 1555억원의 성과를 올렸다.
주요 관계·계열사로는 식품·유통 데이터 플랫폼 사업과 데이터 전반의 솔루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상정보기술’과 전국의 480여개 매장·온라인 채널에서 1500여종의 친환경·유기농 식품을 판매하는 ‘초록마을’, 건강 전문 브랜드 ‘대상웰라이프’와 환자 영양식 브랜드 ‘뉴케어’를 보유한 ‘대상라이프사이언스’, 조미식품 전문회사 ‘정풍’, 건설업체 ‘동서건설’ 등이 있다.
◇64년 역사 조미료 강자 '미원' 2030 소비층 확장
대상의 역사는 ‘감칠맛의 대명사’로 꼽히는 ‘미원’과 함께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임대홍 창업주는 일본 조미료 ‘아지노모토’가 국내 조미료 시장을 점령하고 있었던 1950년대 중반, 국산 조미료로 우리 국민에게 맛의 즐거움을 선사하고 싶다는 열망을 갖고 일본에 건너가 1년여 노력 끝에 조미료 제조공법을 익히고 온다.
이후 부산에서 150평 규모의 작은 조미료 공장을 세웠는데, 이것이 국내 첫 조미료 공장인 ‘동아화성공업주식회사’다. 여기서 미원이 탄생하고, 어떤 음식이든 맛을 내는데 미원을 한 꼬집 넣으면 맛이 좋아진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마법의 가루’라는 별명과 함께 집집마다 부엌에 둘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미원은 단기간에 국내 조미료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국민조미료’로 등극하게 된다. 1967년에는 국내 발효식품 최초로 KS인증마크를 획득했다. 1970년 네덜란드에서 열린 ‘제9회 세계식품콘테스트’에서 통조림 부문 1등을 수상하며 품질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이를 발판으로 1970년대 초 인도네시아에 진출해 생산라인을 구축하며 해외시장에 첫 발을 내딛었고, 이어 베트남·중국·미국·유럽 등지로 미원을 수출하며 ‘발효 조미료 강자’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다만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에는 국내에서 MSG(L-글루타민산나트륨) 유해성 논란이 빚어지면서, 시련을 겪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언론매체들의 유해성 검증과 함께 식품의약품안전처가 MSG의 안전성을 공식 발표하면서, 미원에 대한 소비자 인식도 점차 바뀌기 시작했다.
이에 미원은 탄생 58주년인 2014년 깔끔한 감칠맛을 강조한 ‘발효미원’으로 전면 리뉴얼한데 이어, 2015년에는 ‘다시마로 맛을 낸 발효미원’을 출시하며 자연 이미지와 세련된 감각을 더했다.
최근에는 아이돌을 내세워 ‘미원 100그램(g)의 감칠맛이 닭 100마리, 소 1마리를 살렸다’라는 유머러스한 콘셉트의 광고와 함께 미원 스페셜 한정판, 뉴트로(Newtro, 새로움과 복고의 합성어) 감성의 레시피북 ‘미원식당’을 내놓는 등 2030세대 소비층을 확장하며 국민 조미료로서의 명성을 되찾고 있다.
◇김치·김 육성 집중…바이오 소재·전분당 세계적 수준
대상의 식품사업은 ‘청정원’과 ‘종가집’을 중심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청정원의 경우 론칭 18년 만인 지난 2014년 5월 대규모의 BI(Brand Identity, 브랜드 정체성) 리뉴얼을 통해 ‘식품전문가’로서의 이미지를 강화하고, 종합식품분야의 선두 브랜드로서 확고한 위치에 있다.
특히 최근 들어 가정간편식(HMR)과 온라인 유통채널이 식품 소비 트렌드의 주류로 각광받고 있는 가운데, 2016년 론칭한 안주간편식 ‘청정원 안주야(夜)’는 그 해 매출 60억원에서 이듬해 6배에 가까운 337억원의 성과를 올려 시장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또, 출시 2년 만인 2018년 8월에는 누적 판매량 1500만개를 돌파하는 등 안주간편식 최대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온라인 전용 브랜드 ‘청정원 집으로ON’ 역시 2017년 론칭 첫 해 30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지난해 135억원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국내 포장김치 1위 종가집 김치는 해외에서도 대표 김치 브랜드로 인정받고 있다. ‘김치세계화’에 맞춰 수출사업을 강화하면서 수출국만 미주와 아시아, 유럽 등 40여개에 이른다. 수출액은 2015년 2600만달러(약 317억원)에서 지난해 4200만달러(512억원)으로 4년간 44%가량 고성장했다. 대상의 지난해 김치 수출은 한국 김치 전체 수출액의 40%를 차지한다.
대상은 자체 김치연구소를 중심으로 김치유산균 연구와 시장별 맞춤형 제품 개발, 포장·유통·보관 등의 기술혁신을 통해 올해 10% 이상 성장을 목표로 김치 수출 확대에 나선다.
김 사업도 해외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대상은 현재 조미김·스낵김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로 중국과 인도네시아, 미국, 베트남 등 전 세계 23개국에 김을 수출하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에서 대상의 ‘마마수카’ 김 스낵은 지난해 매출만 50억원 이상 벌어들이며 판매 1위를 했다. 또 현지에 생산라인을 구축해 2018년부터 김을 생산 중인데, 최근 추가 설비 증설로 연 250톤(t)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됐다. 금액 규모만 100억원에 달한다.
대상의 지난해 김 매출은 해외에서 높은 성과에 힘입어 내수를 포함해 전년보다 14% 성장한 405억원을 기록했다. 대상은 베트남에도 1만2000여평 규모의 복합생산공장을 구축하고, 올 상반기부터 200t 규모의 조미김·식자재용 김·김자반 등 제품을 생산한다. 이 같은 김 사업 인프라와 역량 강화로 ‘2023년 해조류 매출 800억원’을 달성한다는 구상이다.
바이오 분야는 미래 소재인 아미노산의 고품질화를 통한 안정적인 생산·판매, 위탁생산사업의 성장과 함께 2015년 라이신 부문 인수와 2017년 출시한 히스티딘(Histidine)의 성과를 앞세워 사업역량은 지속 강화되는 모습이다. 여기에 인도네시아·베트남에서 진행 중인 MSG 사업 경쟁력 향상으로 원가절감을 실현해, 외부환경 변화에도 견고한 수익을 낼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
녹색성장을 위한 신소재 개발로 주목받는 전분당 사업은 국내외 사업 확장으로 글로벌 ‘Top(톱)10’ 진입을 노리고 있다. 지난 2009년부터 추진 중인 해외자원개발사업은 여의도 면적(2.9제곱킬로미터·㎢)의 약 38배에 이르는 인도네시아 팜농장에서 팜열매와 팜오일을 생산하며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대상은 올해 소재BU의 경영방침으로 ‘핵심사업 경쟁력 강화’와 ‘글로벌 사업 확대’, ‘신성장동력 확보’를 내세우고, 해외사업 비중을 높여 가시적인 성과 창출에 적극 나선다.
◇1000억 투자 마곡연구소 조성
각자 대표 체제에서 올해부터 대상의 단독 대표가 된 임정배 사장은 신년사와 최근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미래성장동력 발굴과 육성’, ‘글로벌 사업 확대’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대외경제 악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악재에 맞서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시장이 요구하는 신제품을 발굴·육성하고, 기초연구·소재 부문 역량 강화를 통해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상은 최근 서울 마곡지구에 1022억원을 투자해 경기도 이천에 있는 연구소를 2022년 6월까지 이전한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식품·소재사업 육성을 위한 초석을 마련하는 한편, 마곡산업단지 R&D센터 운영을 통해 우수인력 확보와 연구 특화 클러스터의 업무 교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다.
앞서 지난해 5월에는 완전자회사인 유통 기반의 대상베스트코의 흡수합병을 완료했다. 이에 따라 제조와 유통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식품사업과 소비자 맞춤형 솔루션 요구가 커지고 있는 B2B 식품시장 공략을 한층 강화할 방침이다.
포화상태인 국내 시장에서의 성장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글로벌 식품기업으로의 입지를 더욱 다지고, 해외 식품영토 확장에도 공을 들일 계획이다. 베트남·필리핀·중국 등의 해외생산기지 확대와 인도네시아 김 공장 증설, 미국 김치공장 설립 추진, 호주사무소 개설은 대상의 이 같은 의지를 잘 보여준다. 주력품목인 김치·고추장·김·한식간편식 등의 K-Food(케이푸드) 글로벌화도 추진한다.
임 사장은 지난 27일 열린 정기 주총에서 “온라인과 B2B(기업 간 거래) 부문 역량을 높여 수익성 있는 성장을 이루고, 국가별 차별화한 전략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대상의 영향력을 넓히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정기 주총에서 임창욱 명예회장의 차녀인 임상민 대상 전략담당 중역(전무)이 사내이사로 새롭게 선임되면서, 책임경영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임 전무는 대상그룹의 지주사인 대상홀딩스의 지분 35.8%를 소유한 최대 주주이기도 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