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6일 막바지에 이른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결과와 관련해 "대부분의 (핵심쟁점이) 정리가 됐다"며 "잘 된 협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이 같이 말하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나 뉴욕 타임스(NYT)등 세계 주요 언론에서도 어려운 시기에 한국과 EU가 (협상을) 잘했다고 평가했으며 나도 그렇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WSJ은 25일 "세계 경기침체로 많은 국가가 무역장벽을 높이고 있는 때에 한-EU FTA 타결이 강력한 반보호무역주의 신호를 보내게 될 것"이라며 "한-EU FTA는 세계 최대 규모의 양자 무역협정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NYT도 같은 날 "한-EU FTA 협상은 자유무역을 향한 보기 드문 움직임"이라며 "한-EU FTA로 5년 내 양측의 관세 대부분이 제거되고 거의 1000억 달러에 이르는 양자무역이 더욱 촉진할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김 본부장은 한-EU FTA의 의미에 대해 "경제학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3%가 증가한다"며 "우리의 15배 이상되는 EU의 거대시장을 갖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부품 등의 해외 의존이 불가피한 부분에서 우리의 시장이 다변화되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 측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인 자동차 관세철폐와 관련해 김 본부장은 "우리가 많이 수출하는 2000㏄ 차량들은 3년내 관세철폐키로 돼 있다"며 "EU 측 관세 10%가 3년 안에 철폐되면 가격경쟁력은 분명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농산품 분야 협상에 대해 "쌀과 고추, 마늘, 양파 등은 현행 관세를 유지키로 했다"며 지난해 2800만 달러 가량 수입된 EU산 냉동삼겹살의 경우 민감성을 반영하는 쪽으로 이야기하고 있고 또 그렇게 (민감성이) 반영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밖에 27개 회원국으로 이뤄진 EU측 상품에 대한 'Made in EU' 방식의 원산지 표기는 한국 소비자의 선택권 보장을 위해 금지키로 했으며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제품의 한국산 인정 문제와 관련해서는 별도의 위원회를 통해 협의키로 했다고 김 본부장은 설명했다.
외교부 이혜민 FTA교섭대표도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한-EU FTA의 의미와 관련, "EU는 사실 미국보다도 큰 시장이고 세계경제의 중요한 축"이라며 "우리 경제분야에서는 아주 중요한 파트너"라고 평가했다.
잔여 핵심쟁점인 관세환급에 대해 이 대표는 "다음달 2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통상장관회담에서 집중 논의할 예정"이라며 "관세환급이란 것은 원칙과 관련된 정치적 성격의 문제이기 때문에 장관들끼리 정치적 결론을 내야 한다는 것이 협상단 차원에서의 협의결과"라고 밝혔다.
관세환급이란 역외 국가에서 부품 등 원재료를 가져와 가공 후 재수출할 때, 부품을 수입할 당시 냈던 관세를 돌려받는 제도다.
EU는 우리 측에 FTA 체결 당사자가 아닌 원재료 수출국 등의 제3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는 논리로 관세환급의 철폐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측은 관세환급 제도는 국내법과 관련된 사항인 만큼 EU와의 협상에 맞춰 고칠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이 대표는 통상장관회담에서도 끝내 협상 타결이 되지 않을 경우에 대해 "한-EU FTA 협상은 모든 이슈가 완전히 타결이 돼야 하는 일괄타결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가능성에 대해서도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