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1등 제품 20개·매출 20조원 목표 천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중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또 한 번 도약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각 기업은 시대가 요구하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핵심사업의 역량을 끌어올리는가 하면,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고 있다. 본지는 국내 50대 기업의 근황을 차례로 살펴보고 각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짚어본다.
올 상반기 기준 총자산 5조8320억원인 재계 55위 금호석유화학그룹은 내년까지 세계1등 제품 20개를 보유한 매출 20조원 규모 그룹으로 거듭난다는 ‘비전 2020’ 목표 달성을 향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룹은 최근 업계 업황 부진에도 불구하고 부채비율을 줄여나간 탄탄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견조한 실적을 유지하며, 목표 달성을 위한 투자와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사촌 간 3세 경영 후계 구도 형성
금호석유화학(금호석화)은 지난 1970년 설립돼 국내 첫 합성고무 생산을 시작했다. 현재는 세계 최대 수준의 합성고무 생산능력을 보유한 글로벌 석유화학 기업으로 성장했다.
금호석화는 지난 1973년을 시작으로, 1980년과 2011년 합성고무공장을 차례로 준공해 2017년 기준 약 149만7000톤(t)의 합성고무 생산능력을 갖췄다.
현재 금호석화는 합성고무와 합성수지를 주력사업으로 두고, 정밀화학, 전자소재, 나노탄소, 에너지, 건자재 등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금호석화의 매출 비중은 합성고무 51.9%, 합성수지 31.6%, 정밀화학 3.4%, 스팀·전자소재 등 기타 13.1%로 이뤄져 있다.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67.7%다.
그룹은 지주회사격인 금호석화와 이하 금호피앤비화학, 금호폴리켐, 금호미쓰이화학, 금호티앤엘, 코리아에너지발전소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그룹 총수인 박찬구 회장은 박인천 금호아시아나그룹 창업주와 이순정 씨의 자녀 4남3녀 중 4남이다.
올 3분기 기준 금호석화의 최대주주는 박찬구 회장의 조카이자 그의 형 박정구 회장의 장남인 박철완(10.0%) 상무이며, 박찬구 회장의 장남 박준경 상무가 7.17%를 보유해 2대 주주다.
박찬구 회장은 6.69%의 지분을 확보해 3대 주주에 올라 있다. 박찬구 회장의 딸인 박주형 상무는 0.82%의 지분을 확보한 네 번째 주주다.
앞으로 3세 경영 후계 구도는 1978년생 동갑내기인 박철완 상무와 박준경 상무로 좁혀질 것으로 관측된다.
지분율만 놓고 보면 박철완 상무가 창업주 박인천 회장의 차남 박정구 회장으로부터 지분을 물려받으며 최대주주에 올랐지만, 박철완 상무는 박찬구 회장의 지분(6.69%) 절반을 물려받아도 단숨에 최대주주에 오를 수 있다.
◇탄탄한 재무구조 평가…박찬구 회장 독자 경영 후 건실
금호석화는 부채비율을 축소해 나가며 탄탄한 재무구조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 2009년 부채비율이 528%에 달했다. 2010년에는 370%로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난 2016년 177.4%, 2018년 107%까지 낮췄다. 올해 상반기에는 95.8%를 기록하며 100% 아래로 떨어졌다.
이는 금호석화가 금호아시아나그룹과 분리경영 이후 본연의 사업에 집중하면서 나타난 것이라는 게 관련업계의 중론이다.
앞서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지난 2006년 적정가 보다 높은 6조4000억원에 대우건설을 인수하고, 2008년 대한통운을 4조1000억원에 사들였다.
이 과정에서 박삼구 전 회장이 공동경영자인 박찬구 회장과 충분한 협의 없이 인수를 진행하며 두 회장의 사이가 틀어졌다.
이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글로벌 금융위기로 기업가치가 하락한 대우건설을 인수 3년 만인 지난 2009년 헐값에 되팔았다. 그 사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건설을 위해 인수금액의 절반을 외부투자자에게 손 벌리는 등 무리한 인수로 유동성의 위기가 맞게 됐다. 2009년 당시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도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금호석화는 이듬해인 2010년에는 박삼구 전 회장이 건설과 항공을 맡고, 박찬구 회장이 석유화학 부문을 담당하는 분리경영을 시작해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결별을 선언했다.
지난 2015년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집단 소속회사 변동 현황’을 공개하며, 금호석화그룹 8개 계열사가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제외됐다고 밝혔다.
금호석화는 박찬구 회장의 독자 경영 이후 지난 2010년 매출 4조9570억원, 영업이익 5603억원을 기록했으며, 2011년 매출 6조4574억원, 영업이익 8390억원을 내며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또 금호석화는 업황 부진 여파에도 지난 2018년 매출 5조5849억원, 영업이익 5546억원을 기록해 7년 만에 최대 실적을 보였다.
업계에서는 금호석화의 실적에 대해 화학업계가 업황 부진을 겪고 있는 와중에도 견조한 실적을 올린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앞으로도 내년 합성고무 부문에 힘입은 실적 호조세가 전망된다. 내년 천연고무 가격의 강세를 보이면서 합성고무 실적 비중이 커질 것이란 분석이다.
또 올해 8월 가동을 시작한 합성고무 NB라텍스의 생산량을 연 40만t에서 55만t으로 늘리는 증설 설비가 내년부터 본격적인 효과를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NB라텍스는 최근 식당, 미용, 등에서 위생용 장갑으로 쓰이는 라텍스장갑을 만드는 데 쓰인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금호석화의 판매 물량 증가로 한국의 NB라텍스 월별 수출량이 사상 최대치를 갱신하고 있다”며 “2020년에는 증설효과가 완전히 반영돼 금호석화 합성고무 부문의 실적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0 비전’ 선포…목표에 한 걸음 다가서
현재 금호석화는 지난 2011년 1월 시무식을 통해 그룹 차원에서 ‘비전 2020’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2020년까지 세계 일등제품을 20개 보유한 매출 20조원 규모의 ‘글로벌 리딩 화학그룹’으로 거듭난다는 의미다.
금호석화가 말한 세계 1등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고,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인증하는 제품으로, 세계 시장 점유율 5% 이상이면서 5위 이내의 시장 지위를 가진 제품을 뜻한다.
박찬구 회장은 지난 2018년 근본적 변화를 뜻하는 ‘딥 체인지’를 경영방침으로 정하고 그룹의 재도약을 다짐했다.
이러한 의지는 성과로도 나타났다. 그룹은 올해 11월 총 총 20개의 세계일류상품을 확보했다고 밝히며, 비전 2020 목표 달성에 가까워졌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박찬구 회장은 현재 신사업 투자 보다 핵심사업의 역량 강화와 수익성에 초점을 맞춰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자회사인 금호피앤비화학의 경우 지난 2018년 12월부터 10월 오는 2021년 하반기까지 2000억원을 투자해 BPA 20만t을 증설하는 BPA(V)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BPA는 폴리카보네이트(PC) 등 고기능성 엔지니어링 플라스틱(EP)의 소재로 쓰인다.
증설이 완료될 경우 기존 연간 45만t에서 65만t 생산까지 가능해진다. 생산 규모만 보면 글로벌 현재 5위에서 3위 안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