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천명’ 맞아 새로운 50년 도약 준비, 신사업 발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 맞춰 또 한 번 도약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각 기업은 시대가 요구하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핵심사업의 역량을 끌어올리는가 하면,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고 있다. 본지는 국내 50대 기업의 근황을 차례로 살펴보고 각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짚어본다.
올 상반기 기준 총자산 7조8000억원인 국내 48위 동원그룹은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아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사회필요기업으로서의 도전’이라는 모토 아래 ‘종합 식품 밸류체인(Value Chain)’을 앞세워 글로벌 종합식품기업으로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동원은 국내 수산가공업을 이끄는 기업으로, 수산은 물론 식품과 패키징(포장재), 물류 등 4대 사업축을 중심으로 미국·동남아·아프리카 등 해외까지 사업영역을 적극 넓히며 글로벌 기업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동원엔터프라이즈 중심 2세 경영 완성
동원은 지난 2001년 그룹 사업을 주도하는 지주회사로 동원엔터프라이즈를 출범했다. 동원엔터프라이즈는 그룹 브랜드 관리와 자회사 사업확장, 신규 부가가치 기회 발굴 등을 전담하고 있다. 현재 식품가공업체 ‘동원에프앤비(71.3%)’와 원양어업업체 ‘동원산업(59.2%)’, 포장재기업 ‘동원시스템즈(79.9%)’ 등의 주요 자회사를 지배하고 있다. 동원그룹의 국내외 계열사는 44개사다.
동원엔터프라이즈의 최대 주주는 지분율 68.0%(2019년 5월 현재)를 소유한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이다. 김남정 부회장은 창업주이자 지난 4월 그룹 회장직에서 명예 퇴진을 선언한 김재철 명예회장의 둘째 아들이다. 김 부회장의 지분율이 70%에 가깝다는 점을 고려하면, 동원그룹의 2세 승계는 안정적으로 마무리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 회장의 장남은 김남구 한국투자금융그룹 부회장으로, 지난 2004년 동원그룹과 완전히 계열 분리돼 독자 경영하고 있다.
김재철 명예회장의 경우 동원엔터프라이즈의 24.5%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동원육영재단(4.99%)와 같은 특수관계인과 친인척의 지분율을 모두 합치면 99%에 이른다.
동원그룹의 핵심기업으로 꼽히는 동원산업은 세계 최대 규모의 선망선단을 갖추며, 원양어업 분야에서 40% 이상의 시장점유율 1위를 하고 있다. 지난 2017년에는 매출 2조원을 첫 돌파하는 등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특히 태평양과 인도양, 대서양 등 3대양에서 모두 참치를 어획하는 업체는 세계적으로 동원산업이 유일하다.
동원 식품산업의 대표 격인 동원F&B는 2000년 동원산업으로부터 분할 설립됐다. 스테디셀러 ‘동원참치’를 앞세워 1982년 출시 이후 40년 가까이 국내 참치캔 시장에서 1위를 독주하고 있다. 동원참치는 올 2분기까지 가정용 참치캔 시장에서도 79.0%(매출액 누계 1416억원)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했다. 여기에 유가공과 건강기능식품, 온라인유통 등 사업다각화를 통해 성과를 내며 국내 굴지의 식품기업 중 하나로 성장했다.
동원시스템즈는 연포장과 유리병, PET(페트), CAN, 산업용필름 등 모든 분야에 걸친 사업 인프라를 갖고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종합포장재기업으로서 이름값을 높이고 있다.
이와 같은 주력 사업을 바탕으로 동원그룹의 연매출 규모는 지난해 기준 7조2000억원에 이르고 있다.
◇공격적인 M&A로 포장재·물류사업까지 확장 '속도'
동원그룹은 1969년 4월16일 서울 명동의 작은 사무실에서 직원 3명과 원양어선 1척으로 시작한 동원산업이 모태다. 1973년과 1979년 두 차례 오일쇼크 때 공격적인 투자로 기회를 창출하는 등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장하며 올해로 ‘지천명(知天命)’을 맞았다.
동원그룹은 지난 4월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당시 김재철 회장이 퇴진을 선언하면서 현재 회장 자리는 공석이다. 그러나 실질적인 경영권을 갖고 있는 김남정 부회장의 주도 아래 안정적인 경영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지주회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가 그룹 전략과 방향을 수립하고, 각 계열사는 전문경영인을 중심으로 경영이 원활히 이뤄지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김남정 부회장은 그룹의 위상과 비교해 대외적인 노출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대신 현장을 두루 다니며 경영을 꼼꼼히 챙기고, 흔들림 없는 경영을 위한 내실 쌓기에 많은 노력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동원그룹은 김 부회장이 2013년 취임한 이후 공격적인 M&A(인수·합병)로 수산과 식품뿐만 아니라 포장재, 물류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해 종합 식품 밸류체인 시스템을 갖춰나가며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물류 부문에서는 지난 2016년 12월 국내 3대 물류종합기업 ‘동부익스프레스’를 인수해 ‘동원로엑스’로 사명을 바꾸고, 최근 부산신항에 물류센터를 조성했다. 또, 부산신항 최대 물류기업인 ‘BIDC’를 인수하기도 했다.
포장재 분야 역시 2012년 대한은박지, 2014년 한진피앤씨와 테크팩솔루션, 미국의 아르다 메탈 패키징 아메리칸사모아(現 탈로파시스템즈), 2015년 베트남의 탄티엔패키징(TTP), 미잉비에트패키징(MVP)을 차례로 인수하며 국내 최대 종합포장재기업으로 도약했다.
오랜 노하우를 갖고 있는 수산과 식품분야 투자에도 소홀하지 않았다.
동원산업은 세계 최고의 수산회사라는 자부심을 갖고 최근 5년간 6척의 신규 선망선을 건조하는 등 선단 현대화를 주도하고 있다. 올해의 경우 지난 7월과 9월에 각각 최신 급냉설비를 탑재해 고부가가치의 참치제품 생산이 가능한 2200톤(t)급 헬기탑재식 선망선 ‘주빌리호’와 ‘본아미호’가 건조를 마치고 출항했다.
동원F&B는 ‘동원참치’, ‘동원양반김’, ‘동원양반죽’ 등 높은 인지도의 메가 브랜드를 보유하는 것에 안주하지 않고, 가정간편식(HMR)시장 공략 차원에서 2016년 계열사 동원홈푸드를 통해 온라인 주문 반찬배달 1위 ‘더반찬’을 인수하고 이듬해 5월 서울에 대규모 조리공장을 세웠다. 더반찬의 연매출 목표는 1000억원이다. 또, 2021년까지 더반찬의 오프라인 매장도 300곳까지 열 계획이다.
아울러 2017년 3월에 축산농업회사 두산생물자원을 인수한 후, 가축사료 생산을 맡고 있던 동원팜스와 시너지 창출을 통해 사료사업 규모를 확장하는데도 주력하고 있다.
또, 지난 2007년부터 운영 중인 ‘동원몰’은 매년 꾸준한 마케팅과 프로모션을 통해 현재 회원수가 94만명까지 늘면서 식품업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로 자리매김했다.
동원F&B 관계자는 “출범 첫해 연간 거래액이 2억원에 불과했지만, 매년 평균 50%가 넘는 성장세를 보이면서 2021년까지 거래액 1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마트팩토리·첨단물류·온라인 유통 등 미래먹거리 마련
김재철 명예회장은 지난 4월 창립 50주년 기념식을 통해 퇴진을 선언하면서 “오늘날의 급격한 변화는 과거를 자랑할 여유가 없고, 기업경영은 언제나 새로운 도전을 받고 이겨내야 한다”며 “4차산업혁명·인공지능(AI) 등 새로운 바람이 불어오고 있지만, 동원이 가진 잠재력과 협동정신이 발휘되면 능히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동원그룹은 지난 50년의 성과를 바탕으로 수산과 식품, 포장, 물류로 이어지는 종합 식품 밸류체인을 앞세워 앞으로의 50년을 준비한다는 구상이다.
단적인 예로 지난 10월 독일에서 열린 세계 최대 식품박람회 ‘아누가(Anuga)’에서 동원산업이 어획한 수산물을 동원F&B가 다양한 식품으로 가공하고, 이를 동원시스템즈가 만든 식품 포장재에 담아 동원산업의 유통 인프라와 미국 스타키스트(StarKist), 세네갈 스카사(S.C.A. SA) 등의 해외법인을 통해 수출하는 일련의 밸류체인 구조를 소개해 큰 관심을 받았다.
또, 신성장동력의 일환으로 850억원을 투입해 강원도 횡성에 세운 무균충전 음료공장(Aseptic·아셉틱)과 700억원을 들여 조성한 B2B용 소스공장인 충청북도 충주의 스마트팩토리가 본격 가동됐다. 식품유통과 첨단물류를 위한 대규모 물류센터 ‘성남 복합물류센터’도 현재 조성 중이다.
아울러 동원몰과 더반찬 등 온라인 유통사업과 가정간편식, 펫푸드와 같은 성장가능성 높은 식품사업에도 투자를 더욱 늘릴 방침이다.
글로벌 사업 역시 지난해 흑자경영에 성공한 세네갈 스카사의 본격적인 매출 확대가 기대되고, 베트남 패키징 사업도 박닌공장 증설이 지난해 완료돼 3년 내 매출 2000억원대로 키운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