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FTA 체결 8년…농식품 무역적자 ‘42억달러’ 육박
한-EU FTA 체결 8년…농식품 무역적자 ‘42억달러’ 육박
  • 박성은 기자
  • 승인 2019.07.11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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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산 수입액 45억6000만달러, 발효 전보다 두 배↑
對EU 수출 3억9000만달러 불과…불균형 ‘심각’
돼지고기 30만여t 수입…국내시장 20% 차지
우리나라의 EU산 농식품 수입액 동향. (제공=KREI)
우리나라의 EU산 농식품 수입액 동향. (제공=KREI)

우리나라와 유럽연합(EU) 간의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된 이후 농식품 교역에서 무역수지 불균형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관련업계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 따르면 지난 2011년 7월 한-EU FTA가 체결된 이후 EU로부터 수입한 농식품 규모는 이행 8년차(2018년 7월~2019년 6월) 기준 45억6000만달러(5조3540억원)로 집계됐다. 반면에 대(對) EU 수출액은 3억9000만달러(4580억원)에 불과했다. 무역수지로 42억달러(4조9300억원) 가까이 적자를 본 셈이다.

전체 비중을 살펴보면 총 농식품 수입에서 EU는 12.9%로 FTA 발효 전 평년 때의 9.6%과 비교해 3.3% 늘었다. 수출액의 경우 같은 기간 5.4%에서 5.7%로 0.3% 증가하는데 그쳤다.

KREI 관계자는 “한-EU FTA 농식품 개방 수준은 96.2%로 그간 우리가 발효한 전체 FTA에서 미국(97.9%)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며 “이행 8년차 협상 품목 수(1466개·HS코드) 기준으로 65.8%에 해당하는 EU산 농식품 관세가 철폐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행 8년차 EU로부터 수입된 농식품 교역량은 FTA 발효 전과 비교해 두 배 이상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EU로부터 수입되는 농식품 중 눈에 띄게 늘어난 품목은 ‘돼지고기’다.

우리는 EU로부터 냉동돼지고기와 냉동삼겹살, 냉장삼겹살 등을 수입하고 있다. FTA 발효 전 수입량은 평년 때 13만9300여톤(t)이었으나, 이행 8년 만에 30만여t으로 급증했다. 이 중 지난 2016년 7월부터 관세가 철폐된 냉동돼지고기 수입은 같은 기간 5만4000t에서 15만5000여t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냉동삼겹살 역시 두 배에 가까운 수입량을 보였다.

그 결과, 국내 돼지고기 시장에서 유럽산 비중은 발효 전 12.9%에서 지난해 19.6%로 수입산 중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외에 주요 수입품목인 치즈와 주류, 혼합조제식료품 등의 수입도 적게는 두 배에서 최대 7배 이상 늘었다.

FTA 특혜관세 활용률도 우리나라가 EU보다 뒤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행 8년차 EU산 농식품 전체 수입액에서 FTA 대상품목이 차지하는 금액은 40억6000만달러다. 이중 특혜관세 활용 수입액은 33억5000만달러로 활용률이 82.4%에 이른다. 특히 돼지고기(100%)와 치즈(98.7%), 오렌지(98.3%) 등 주요 EU산 농식품은 100%에 근접했다.

우리의 경우 69.7%로 EU보다 낮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EU로 수출된 2억9000만달러 규모의 한국산 식품에서 특혜관세 활용 금액은 2억달러로 집계됐다. 그나마 가장 수출비중이 높은 혼합조제식료품의 경우 평균치를 웃도는 75.6%였다.

KREI 관계자는 “관세철폐에 따른 수입단가 하락 등으로 EU산 농식품 수입이 꾸준히 증가하는 만큼, 농업 분야에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정부와 농가 노력이 요구된다”며 “품질 경쟁력 제고와 함께 이력추적제·동물복지 등 수입산 식품과 차별화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더욱 확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수출업계 관계자는 “타 산업과 비교해 농업분야는 특혜관세 활용률이 낮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관련 지식과 정보가 부족한 중소업체·영농법인을 대상으로 FTA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컨설팅 사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