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금지 이후 19년만…30개월 미만 소에서 생산된 것만 허용
생산자단체 “광우병 위험성 상존·쇠고기 자급률 하락 심화”
농식품부 “실제 수출단가 적용할 경우 수입량 많지 않을 것”
네덜란드·덴마크산 쇠고기가 올해 안에 국내에 유통될 전망이다. 2000년 광우병(BSE) 발생에 따른 수입금지 조치 이후 19년 만에 유럽산(EU) 쇠고기 수입 빗장이 풀리게 된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이개호·이하 농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이의경·이하 식약처)는 3일 네덜란드산과 덴마크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을 제정·고시한다고 2일 밝혔다. 정부는 광우병 발생 우려를 이유로 한동안 EU로부터 쇠고기 수입을 금지했다. 그러나 EU는 우리나라와 2011년 7월 자유무역협정(FTA)를 맺은 뒤 세계무역기구(WTO)와 동식물 위생검역조치(SPS) 회의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수입 재개를 요구했다. 네덜란드의 경우 2011년, 덴마크는 2009년 이후 광우병 발생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가축전염병예방법(가전법)에 따라 네덜란드·덴마크 등 요청국에 대한 수입위험분석(IRA)을 실시했다. 수입위험분석이란 지정검역물을 통해 동물전염병이 국내로 유입·전파될 경우 예상되는 생물학적·경제적 피해를 사전 평가하고 도출된 위험을 감소시키는 관리방안을 마련하는 일련의 과정을 뜻한다. 과정은 총 8단계로 이뤄진다.
정부는 서류조사와 현지조사, 가축방역심의회 등을 거쳐 2017년 12월 네덜란드·덴마크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안)을 행정예고한 후 지난해 1월 국회 심의를 요청했다. 이어 올 3월 28일 국회에서 심의보고서가 최종 통과됐다. 국회 심의과정은 IRA의 7단계에 해당한다.
수입위생조건 최종안은 30개월 미만 소에서 생산한 쇠고기 수입만 허용되며, 소 내장과 가공품, 특정 위험물질 등은 수입에서 제외된다. 또한 수출작업장은 우리 정부가 승인하며 광우병이 추가 발생할 경우 수입검역을 중단하는 권한도 확보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도축장·가공장 등 현지 수출작업장 점검절차 진행과 함께 검역· 위생증명서 서식 협의를 비롯한 절차가 마무리되면 네덜란드·덴마크산 쇠고기 수입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와 관련업계는 빠르면 올 상반기, 늦어도 연내에 네덜란드·덴마크 쇠고기 수입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EU산 쇠고기 수입 빗장이 풀리면서 전국한우협회 등 생산자단체를 중심으로 한우산업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한우협회는 최근 성명서를 통해 “네덜란드·덴마크가 광우병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EU 회원국 간의 국경방역이 소홀해 위험성은 늘 상존한다”며 “국내 쇠고기 수입량은 2000년 23만8000톤(t)에서 지난해 38만3000t으로 증가했고, 같은 기간 자급률도 53%에서 36%로 급격히 줄었다”며 EU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했다.
또한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이 2017년 9월 발표한 ‘SPS(동물위생검역) 조치 해제에 따른 EU산 쇠고기 수입개방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산 쇠고기의 가격경쟁력은 미국산·호주산보다 우위에 있어 국내시장 진입 시 피해액 규모가 최대 1조1900억원에 이를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는 EU산 쇠고기가 국내시장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 KREI 발표는 가격요소만을 고려해 EU가 쇠고기 최저 수출단가로 우리에게 공급할 때 최대 수입량을 가정한 영향 분석일뿐 네덜란드·덴마크의 실제 수출단가나 EU 평균 수출단가를 적용할 경우 실제 국내 유통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농식품부의 분석이다.
농식품부 축산정책과 관계자는 “㎏당 EU산 쇠고기 최저가격은 2.78달러지만 평균 수출단가는 5.04달러로 두 배에 가깝고, 네덜란드와 덴마크의 경우 이보다 높은 5.45달러”라며 “가격 요인은 물론 미국산·호주산보다 품질도 뒤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돼 개방해도 실제 수입량은 극히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지난 2013년부터 유럽 13개국으로부터 쇠고기 수입을 허용한 일본을 보더라도 2017년 기준 전체 수입량(약 60만t)의 0.2%에 불과했다”며 “이런 사례를 비춰볼 때 EU산 쇠고기가 주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쇠고기 수입이 허용된 네덜란드·덴마크 외에 현재 아일랜드·프랑스 등 유럽 11개국도 현재 우리나라로부터 수입재개 절차 과정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