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한다더니 웬말이냐"…분신 택시기사 유언공개
"소통한다더니 웬말이냐"…분신 택시기사 유언공개
  • 박고은 기자
  • 승인 2019.01.10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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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앞에 설치된 카풀 반대 천막농성장 앞에서 카풀 관련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민중의례를 하고 있다.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앞에 설치된 카풀 반대 천막농성장 앞에서 카풀 관련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민중의례를 하고 있다.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카풀 반대'를 주장하며 분신한 60대 택시기사 임모씨가 미리 녹음한 유언을 통해 카카오와 정부를 비판했다.

택시 4개 단체 비상대책위원회는 10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 천막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분신한 택시기사 임씨가 동료들에게 남긴 음성 메시지를 공개했다. 비대위는 전체가 아닌 약 3분 동안의 분량만 외부에 알렸다.

음성파일에 따르면 임씨는 "(문재인 정부가) 국민과 소통한다더니 웬말이냐"며 "국민들을 돌아보라. 하루아침에 경제는 살아나지 않는다. 소상공인 다 죽이고, 자영업자 다 죽이고, 경제는 무너진다. 60대가 주축으로 이뤄진 택시기사들은 다 어디로 가라는 말이냐"고 개탄했다.

이어 "택시와 상생하자는 카카오가 지금은 콜비도 받아챙긴다. 대리기사들 건당 요금 20%까지 챙겨간다"며 "간신히 밥벌어먹고 사는 택시기사들마저 죽이려고 하는 이것을 문재인 정부는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비정규직이 어쩌고 저쩌고 말만 앞세우더니 지금은 국민하고 대화하기도 힘든 것이냐"며 "국민들은 다 죽어도 괜찮다는 말인가. 나는 더이상 당신들 밑에서 살기 싫다. 저 멀리서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음성파일에는 카카오 카풀 사업을 규탄하며 정부와 국회에 대책을 촉구하는 내용을 비롯해 동료 기사들에 대한 격려, 가족에게 전하는 당부 등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임씨가 자필로 남긴 메모도 함께 공개됐다.

메모에는 "1994년 카풀 입법당시 도입취지는 고유가 시대 유류사용을 줄이기 위해 자가용을 함께 타는 운동의 일환이었다"며 "카풀이 변질돼 공유경제니 4차산업혁명이니하며 택시업계는 내몰렸다"는 내용이 담겼다.

임씨는 이 글 통해 "택시업계와 상생하자며 시작된 카카오앱 택시가 단시간내 독점해 영세한 택시호출 시장을 도산시켰다"고 강조했다.

이 메모는 불에 그을려져 있는 것으로 보아 택시 안에서 발견된 다이어리의 일부로 추정되고 있다.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앞에 설치된 카풀 반대 천막농성장 앞에서 카풀 관련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카풀 도입 반대 문구를 택시에 부착하고 있다.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앞에 설치된 카풀 반대 천막농성장 앞에서 카풀 관련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카풀 도입 반대 문구를 택시에 부착하고 있다.

비대위는 이날 성명을 통해 "얼마나 더 죽어 나가야 이 정부는 귀를 열 것이냐"며 "정부와 여야 정당, 청와대까지 수수방관하며 대기업 카카오의 횡포에 휘둘려 택시 종사자의 생명줄을 조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힘없고 권력 없는 택시 종사자의 외침을 저버린 정부 여당과 문재인 대통령은 다시 제3·제4의 열사들이 나오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직접 나서 택시 가족의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촉구하면서 대통령이 택시 4개 단체와 면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또 "우리는 카카오카풀의 운행을 중단하고 대화의 장에 나오라고 카카오에 요구했으나 카카오는 불법 카풀 영업을 계속하며 이를 거부하고 있어 현재의 사태를 초래했다"고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그러면서 "불법 카풀영업의 즉각 중단을 재차 요구한다"며 "불법 카풀영업의 중단이 없으면 일절 대화를 거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자회견 종료 후 비대위는 성명서 전달과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기 위해 택시 10대에 탑승해 청와대로 향했다. 카풀 비대위는 김연명 청와대 사회수석과 면담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4개단체는 '7일 택시장'으로 임씨의 장례를 치르기로 했다. 임씨의 빈소는 국회 앞 카풀 비대위 농성장에 설치될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신아일보] 박고은 기자

gooeun_p@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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