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이 현실화되면서 유통업계도 변화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초 유통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유통4.0’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미래의 유통산업은 단순한 거래중재자 역할이 아닌 생산사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업계 역시 이같은 흐름을 인식하고 있다. KPMG가 지난 3~4월 글로벌 유통·소비재 기업 임원 52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기업 3곳 중 1곳은 챗봇과 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화점 업계에서는 로봇을 활용한 고객서비스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롯데백화점은 소공동 본점에 로봇 쇼핑도우미 ‘엘봇’을 도입했다.
맛집 추천이나 매장 위치를 알려주는 등 고객 안내 서비스에 중점을 두고 있는 이 서비스는 한국어와 영어, 일본어, 중국어가 가능한 상담원을 연결해주는 기능도 탑재됐다.
롯데백화점은 향후 고객과의 대화가 가능하도록 인공지능(AI) 기반의 대화 기능을 탑재해 고객 서비스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고객들이 백화점에서 많이 하는 질문을 중심으로 대화가 가능하도록 하는 기능을 10월 초에 탑재할 것”이라며 “로봇에 탑재된 카메라를 통해 고객의 성별, 연령을 인지해 상품을 추천하는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도 인공지능 통역 서비스를 갖춘 ‘로봇 쇼핑 도우미’를 선보였다.
로봇 도우미에는 한국어 기반 음성인식 통역 소프트웨어인 ‘한컴 말랑말랑 지니톡’이 탑재됐다. 지니톡은 국내 기업인 ‘한글과컴퓨터’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공동으로 개발한 기술이다.
서비스는 우선 영어·일본어·중국어로 제공되고, 향후 프랑스어·독일어·러시아어·아랍어 등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온라인몰에서는 ‘챗봇(chatter robot)’ 서비스가 대세다.
롯데닷컴은 대화를 통해 고객에게 상품을 추천해주는 ‘사만다’를 출시했다.
지난해 업계 최초로 음성검색 서비스를 선보인 롯데닷컴은 올해 이미지검색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
‘사만다’는 롯데닷컴이 자체 기술력을 바탕으로 8개월간 개발한 인공지능 서비스다. 롯데의 MD력을 바탕으로 한 70여개 카테고리 내 200만개 상품 정보를 제공할 방침이다.
롯데닷컴 관계자는 “인공지능 솔루션이 쇼핑과 접목되면서 기존에 없던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들이 무궁무진하게 쏟아져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망했다.
SK플래닛의 11번가도 대화형 상품추천 서비스인 ‘바로’를 론칭했다.
‘바로’에는 최근 알파고를 통해 널리 알려진 ‘딥러닝(Deep Learning)’ 알고리즘이 적용됐다. 때문에 고객이 입력한 내용을 바탕으로 최적의 답변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SK플래닛은 향후 챗봇의 기능을 정밀화하는 작업을 추진해 ‘바로’가 ‘퍼스널 쇼퍼’의 역할을 수행토록 만들 계획이다.
SK플래닛 관계자는 “퍼스널 쇼퍼의 개념이란 주로 가전제품 분야에서 소비자들이 잘 찾는 상품과 관련해 사양, 가격대를 입력하면 상담해주는 서비스를 말한다”고 설명했다.
편의점 업계는 최근 잇따라 출범하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지점’ 역할로 사업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인터넷은행의 경우 별도의 영업점을 두지 않는 특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와 유통∙금융부문 융합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세븐일레븐은 은행업무를 이용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카카오뱅크 고객 10명 중 3명은 현금 입금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세븐일레븐의 ATM기를 이용하고 있다. 전국 편의점 ATM기의 약 90%(4000여대)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인터넷 은행의 오프라인 접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GS25역시 K뱅크와 연계한 ‘스마트ATM’을 각 점포에 설치하고 있다. 향후 본인인증, 생체인증 등 K뱅크와의 연계를 통해 단순 입출금·이체 업무 외에도 대출, 카드 발급과 같은 대부분의 은행업무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GS25 관계자는 “지금까지 스마트ATM기는 약 500여대 설치가 완료됐고, 올해까지 1500대, 4년 안에 5000대까지 기기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아일보] 김동준 기자 blaams@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