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 들여다보며 서행 운전하거나 공공장소서 휴식 방해도
운전 중에 갑자기 서행하며 포켓몬고를 하는 운전자가 있는가 하면 게임에 집중한 나머지 위험천만한 장면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 한손에는 휴대폰, 다른 한손엔 운전대
경기 의정부시에 사는 조모(32)씨는 운전을 하며 포켓몬고를 하던 경험을 어렵게 털어놓았다.
조씨는 최근 의정부시 금오동 홈플러스 앞에서 갑자기 차를 천천히 몰며 포켓몬고를 하다 주변 운전자로부터 눈총을 받았다.
해당 구간은 약 100m 거리에 포켓몬을 잡을 때 필요한 포켓볼 등의 아이템을 수집할 수 있는 포켓스탑 3곳이 밀집한 곳이다.
조씨는 "안그래도 혼잡한 거리에서 게임을 하며 운전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지만, 아이템 충전만 하고 가자는 마음이 앞섰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박모(36)씨는 최근 앞서 가던 차량이 갑자기 차선을 바꿔 갓길에 정차한 탓에 접촉사고가 날 뻔한 경험이 있다.
박씨는 "교차로에서 주행 신호를 받고 잘 달리던 앞 차량이 깜빡이나 비상등도 켜지 않은 채 갑자기 갓길로 향했다"며 "운전자가 포켓몬고를 하고 있어 어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포켓스탑이 몰린 제주시 삼양해수욕장 근처에는 거의 매일 편도 1차로의 좁은 도로 가장자리를 '게임 차량'이 차지하고 있다.
주민들은 "시속 20㎞ 이하로 차량이 천천히 움직이며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는 운전자들이 대부분 포켓몬고를 하는 사람"이라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해수욕장은 물론 탑동 해변공연장에서 오션스위츠호텔과 라마다호텔에 이르는 구간도 비슷한 상황으로 차량 정체가 심해졌다.
차량이 서행해야 하는 전국의 대학에서는 운전자와 보행자가 서로 포켓몬고에 빠져 아찔한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설 명절에 경북대학교를 찾은 김모(31) 씨는 "게임을 하려고 비틀비틀 움직이는 자동차와 휴대전화를 든 보행자가 마치 좀비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울산 동부경찰서는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과 휴대전화를 보며 길을 건너는 행위 등을 집중 단속·계도할 방침이다.
◇ 휴식공간·공공장소 꽉 채운 포켓몬고 사용자
공원이나 명소가 포켓몬과 포켓스탑 등이 많은 이른바 포켓몬 성지로 변하면서 시설물을 관람하거나 휴식을 취하던 사람들의 불만이 커진다.
설 연휴 때 일일 관광객 수가 1만명에 육박할 정도로 사람이 붐볐던 전북 전부 한옥마을에서는 포켓몬고에 열중한 사람들이 정면으로 부딪치거나 서로 어깨를 치고 지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었다.
휴대전화에 정신이 팔리다 보니 발 디딜 틈 없는 곳에서 벌어진 이런 모습은 관람객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대전에서는 시청과 서구청 등 관공서에 희귀 포켓몬이 출몰해 사람들이 몰리면서 민원인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대전시민 김모(35)씨는 "시청에 볼일이 있어 주차하려는데, 주차라인에 포켓몬고 이용자들이 스마트폰만 보고 서 있어 주차하기가 어려웠다"며 "이용자들이 포켓몬고에 열중하느라 차가 오는 줄도 모르고 있어, 안전사고도 우려됐다"고 말했다.
포켓몬고 출시 이후 7천명이던 하루 방문객이 두배 이상 늘어난 부산시민공원은 최근 포켓몬고 인파가 공원을 점령하다시피 했다.
인근에 사는 최모(45)씨는 "매일 조깅하러 공원에 오는데 포켓몬고를 하러 이리저리 움직이는 사람을 피하느라 제대로 운동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인천 송도 센트럴파크는 휴대전화만 보고 걸어가는 이용자들이 많아져 공원 관리소에 비상이 걸렸다.
설 연휴 때 내린 눈에 길이 얼고 호수가 근처에 있어 안전사고의 위험이 커졌기 때문이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지난해 8월 강원 속초 등 일부 지역에서 포켓몬고가 가능해진 이후 증강현실 게임 중 유의 사항을 담은 12가지 안전수칙을 만들었다.
안전수칙은 위험지역 출입금지, 운전중 게임금지, 몰카주의, 낯선사람 따라가지 말기, 아이템사기주의 등 게임할 때 주의를 당부하는 12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게임위 관계자는 "포켓몬고의 출시 이후 해외에서 교통사고 등 각종 사건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며 안전수칙 준수를 당부했다.
[신아일보] 신민우 기자 ronofsmw@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