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주부터 롯데마트·홈플러스 책임자 소환… 수사 확대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과 관련해 옥시레킷벤키저(옥시) 신현우 전 대표 등 4명이 구속되고 대형마트에 대한 수사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시민단체는 옥시 제품 불매운동을 위한 전국 동시 행동에 나섰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과 시민단체들은 15일 전국 대형마트 11곳에서 옥시 제품 철수를 요구하는 행사와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형마트가 옥시 모방 제품을 만든 책임이 있을 뿐더러, 재고 등을 이유로 옥시 제품 판매를 계속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날 롯데마트 서울역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통업체들의 옥시제품 불매 선언은 말뿐"이라며 "해당 업체에 문의한 결과, 매장에서 옥시 제품의 비중을 줄이고 신규 발주를 중단한 것일 뿐 재고품 판매까지 중단한 것은 아니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 업체는 옥시 제품을 찾는 고객이 있다면 다시 판매를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며 "이는 '대국민 사기극'에 해당한다"고 규탄했다.
이 단체는 대형마트들이 가습기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계획이나 재발방지 대안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부산, 대구 등 전국 15개 도시에서도 동시에 불매 운동을 시작하겠다며 이윤 추구를 위해 생명을 경시하는 것은 범죄를 옹호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이들은 옥시의 외국인 임원들을 소환 조사하라고 요구했으며, 일본에서도 가습기 살균제와 유사한 '가습기 제균제'가 유통되고 있다며 일본 정부가 피해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환경단체는 16일 오전 옥시 본사 앞에서도 항의 집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안전성 검사 없이 유해 제품을 제조·판매해 사람을 숨지거거나 다치게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 및 과실치상)로 신 전 대표와 전 연구소장 김모씨, 선임연구원 최모씨를 지난 14일 구속했다.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이들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하고 "범죄 사실의 소명이 있고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3명에게 검찰이 청구한 영장을 발부했다.
인터넷 등을 참조해 졸속으로 '세퓨' 가습기살균제를 만들어 판매한 혐의를 받는 오모 전 버터플라이이펙트 대표도 이날 함께 구속됐다.
검찰에 따르면 신 전 대표 등 옥시 전·현직 관계자 3명은 2000년 10월 안전성 검사를 하지 않고 독성 화학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 함유된 가습기 살균제를 개발·판매해 이용자들이 숨지거나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제품에 대한 허위·과장 광고를 한 혐의도 포함됐다. 신 전 대표는 지난 두 차례 소환조사에서 “영국 본사가 제품 개발·판매 전반을 진두지휘했으며 지시에 따랐을 뿐”이라고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은 옥시관계자의 진술과 관련증거에 기반해 신 전 대표가 제품 개발·판매의 최종 책임자이자 의사결정권자라 판단했다.
오씨의 경우 2008년 세퓨를 처음 제조할 때 덴마크 케톡스사에서 수입된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을 원료로 사용하면서 인체에 무해한 농도보다 160배 많은 수치로 제품을 제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신 전 대표 등을 상대로 유해한 가습기 살균제 제품이 유통된 과정을 둘러싼 책임 등을 명확히 규명하기 위한 후속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또 다음 주부터는 PHMG가 함유된 또다른 유해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혐의로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책임자들을 소환 조사한다.
[신아일보] 박민선·고아라 기자 mspark@shinailbo.co.kr, ar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