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무안참사] 전문가 "착륙 직전 여객기 상황 매우 긴급했을 것"
[제주항공 무안참사] 전문가 "착륙 직전 여객기 상황 매우 긴급했을 것"
  • 서종규 기자
  • 승인 2025.01.02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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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행 후 정방향서 재시도 못 하고 역방향서 곧장 내려와
"랜딩기어 수동 조작 못 할 만큼 급박한 문제 발생 추정"
지난달 31일 전남 무안군 무안공항 내 제주항공 참사 현장 로컬라이저 잔해. (사진=천동환 기자)

항공 전문가들은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와 관련해 여객기 착륙 전 기체 내외부에 불가피할 정도로 매우 긴급한 상황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했다. 통상 복행 후 상공을 더 선회하다가 원래 계획한 방향대로 재착륙을 시도하지만 이번 경우는 곧장 반대쪽 다른 활주로로 착륙할 만한 긴급 상황이 있었을 거란 의견이다. 수동으로 랜딩기어를 작동하지 못했던 것도 그만큼 조종실 상황이 급박했기 때문으로 추정했다.

2일 국토교통부와 한국공항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전 9시3분경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7C2216편이 동체착륙 후 계속 미끄러져 활주로를 이탈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사고기는 이날 오전 8시54분 무안공항 활주로 01방향으로 착륙을 시도하다가 관제탑으로부터 조류 주의 신호를 받았다. 이후 8시59분 관제탑에 '메이데이' 신호를 보낸 후 9시 재착륙을 위해 복행했다. 2분 후 원래 착륙 방향이 아닌 반대편 활주로 19방향으로 동체착륙했고 이후 계속 미끄러져 활주로 끝단 밖에 있는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 둔덕과 충돌했다. 특히 복행 과정에서 촬영된 장면을 보면 오른쪽 엔진에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 사고)가 원인으로 추정되는 불길을 확인할 수 있다.

항공 전문가들은 원래 방향이 아닌 역방향으로 급하게 착륙을 시도할 만한 급박한 상황이 있었을 것으로 진단했다. 통상 복행 후 360도를 돌아 원래 방향으로 다시 착륙을 시도하지만 버드 스트라이크 등으로 양쪽 날개에 달린 엔진 2기 모두에 문제가 생기면서 기체가 상공에 떠 있을 수 없다는 판단이 있었을 거란 의견이다.

이휘영 인하공업전문대학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복행 후 보통 360도를 돌지만 이 경우는 180도만 돌고 역방향으로 착륙을 다시 시도했는데 이미 두 개 엔진이 모두 꺼진 상태로 더 이상 상공에서 비행이 불가능한 상황이었을 수 있다"며 "기체 내외부에 어떤 문제로든 다시 돌아서 1번 활주로로 착륙이 불가능하다는 긴급한 판단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기영 인하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도 "엔진이 하나만 살아 있었어도 상공에서 순항이 가능하지만 급박하게 내린 것으로 봐선 나머지 엔진도 문제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며 "전반적인 엔진 제어가 원활하지 않았던 만큼 가급적 빨리 조치를 해서 기체 자체를 조속히 지상으로 내려야 한다는 의사결정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착륙 과정에서 랜딩기어(착륙장치, 바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을 두고도 매우 긴급한 상황이 있었을 거란 가정이 나온다. 사고가 난 보잉 737-800기종은 엔진 2기에 연결된 유압펌프로 랜딩기어가 자동으로 작동하는데 엔진이 불능인 상태에서는 수동으로 랜딩기어를 내릴 수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불가능할 만큼 기체에 급박한 이슈가 있었을 거란 의견이다.

이휘영 교수는 "엔진 두 개가 무력화됐다면 결국 자동 유압 장치에 의한 랜딩기어 기능은 어려웠을 것"이라며 "결국 수동으로 내려야 하는데 이런 기능이 있었음에도 하지 못할 만한 급박한 상황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잉 기체 정비 경험이 있다는 한 현직 항공정비사는 "항공기는 기본적으로 백업 시스템이 돼 있고 문제가 생겼을 때 대체할 수 있도록 3·4중 시스템이 다 갖춰져 있다"며 "랜딩기어는 엔진의 유압펌프에 이상이 생겨서 fail(오작동) 되면 비상 작동 레버 등을 통해 작동시킬 수 있는데 이마저도 여의치 못했던 상황일 수 있다"고 했다. 

한편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사고 기체 음성기록장치(CVR)에서 추출한 자료를 음성파일 형태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파손된 비행기록장치(FDR)는 국내에서 자료 추출이 불가한 것으로 판단해 미국으로 옮겨 미 교통안전위원회(NTSB) 협조를 받아 분석할 예정이다.

사고 여객기에는 승객 175명과 조종사, 승무원 6명 등 총 181명이 탑승해 있었다. 이 중 기체 후미에 타고 있던 승무원 2명을 제외한 나머지 179명이 목숨을 잃었다.

seojk0523@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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