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경기부양·환율관리 딜레마…1월 금통위 주목
우리 경제는 헌정사상 세 번째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정국으로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워졌다. 이에 더해 내수 부진과 수출 둔화, 환율 상승 등은 겹악재로 떠올랐다. 세계 경제도 강력한 보호무역 조치를 예고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사실상 맞보복에 나설 뜻을 밝힌 중국과의 관세전쟁으로 전방위적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를 염두에 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긴축 장기화 기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정세 등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도 간과할 수 없게 됐다. 나라 안팎으로 격랑의 시대는 예고됐다. 신아일보는 2025년 경제 전망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올해 기준금리 결정을 두고 한국은행 고심은 깊어질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집권에 따른 수출 불확실성과 최근 우리나라 계엄·탄핵 사태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은 금리 인하 필요성을 키우고 있다.
다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하 속도 조절에 나선 점은 한은이 추가 인하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미국이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달러 강세가 지속하고 원화 가치는 약세를 이어가 고환율 부담도 더 커지게 된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8월부터 시작된 우리나라 통화 긴축 기조는 지난해 10월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3년 2개월 만에 완화로 돌아섰다. 한은은 이어진 11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한 차례 더 인하를 단행하며 기준금리를 연 3.00%까지 내렸다.
한은이 피벗(통화정책 전환)을 결정한 것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해 한은 목표 수준에 안착했고 장기간 고금리에 따른 경기·성장 부진을 해소하기 위해서였다.
올해 역시 기준금리 인하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가뜩이나 좋지 않은 국내 경기 상황에 탄핵 정국까지 겹치면서 경기 부양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통화정책에 영향을 주는 미 연준 금리 인하 속도가 늦춰질 수 있다는 점은 한은이 섣불리 금리 조정에 나서지 못하게 압박하고 있다.
연준이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공개한 점도표(연준 위원들의 향후 금리 수준 전망을 표시한 도표)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은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치로 3.9%를 제시했다. 이는 기존 전망치(3.4%)보다 0.5%포인트(p) 높은 수치다.
기준금리 인하 시 통상 0.25%p씩 내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연준 금리 인하는 두 차례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존 예상은 네 차례 인하였다. 이에 시장에서는 연준 금리 방향성이 '매파적(통화정책 긴축 선호)'으로 선회했다고 보고 있다.
미 연준과 금리 조정 보폭을 맞춰야 하는 한은으로서는 올해 세 차례 이상 금리 인하를 단행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셈이다.
만약 금통위가 오는 13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금리 인하 카드를 쓴다면 남은 기간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데 큰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고공행진 중인 환율도 변수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비상계엄 사태 이후 1400원대에 고착되고 있다. 특히 지난달 FOMC에서 연준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더해지자 1450원까지 뛰어오르기도 했다. 원·달러 환율이 1450원을 넘어선 것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린다면 원화 약세가 강해지며 환율 상승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매파로 돌변한 미 연준 여파로 한은의 1월 추가 금리 인하 여부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며 “원·달러 추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단기적으로 환율이 1450원 수준을 상회할 리스크가 커졌다”고 분석했다.
다만 미 연준의 연이은 금리 인하로 우리나라와 미국 금리 격차 폭이 줄어든 만큼 한은 통화정책 여력이 다소 남아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 한미 금리 차는 1.5%p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은 연준과 달리 인하 횟수를 늘려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며 “한은은 계엄령과 탄핵 이후 고환율을 경험하면서도 적극적 정책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어 미국과 별개로 1월 인하는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