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 긴장 속 예의주시…“수익구조 다변화, 사업다각 집중”
비상계엄령 사태 후폭풍으로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면서 항공5사의 외화 환산 손실이 6일 만에 약 2400억원까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이날 오후 12시12분 기준 1435원을 돌파했다. 이에 따라 국내 상장 항공사 6곳 가운데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등 5곳의 순외화 부채는 약 10조2200억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계엄령 선포 전(12월3일, 9조9788억원)보다 2412억원가량 늘어난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사는 환율이 오르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곳 중 하나”라며 “항공기 리스비와 연료비 등 고정비 대부분을 달러로 지급하기 때문에 대규모 외화 부채를 보유한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의 경우 올 3분기 외화부채가 33억달러에 달해 환율이 10원 오를 때 약 330억원의 외화평가손실이 발생한다. 제주항공은 내부적으로 분석한 결과 환율이 5% 상승하면 약 3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 탄핵안 부결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면서 최악의 경우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설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대형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아다르쉬 신하 아시아 금리 및 외환 전략 공동책임자는 지난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 불발로 원화 가치가 급락할 가능성이 크다”며 “경기가 좋지 않아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탄핵이 불발돼 불확실성이 더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이 1500원에 도달하면 계엄 사태로 인한 환차손은 7000억원에 육박하게 된다.
이와 함께 계엄령 이후 일부 국가에서 여행 위험 국가로 분류된 것도 항공업계의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영국 외무부는 한국에 대한 여행 경보를 발령했다. 미국, 일본 등은 자국민에게 한국 여행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
항공업계는 예의주시한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환헷징 파생상품 등을 통해 환율변동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며 “추가적으로 대응할 계획은 아직까지 없다”고 말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환율변동으로 인한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통화스왑계약 등을 금융기관과 체결하고 매칭, 리딩과 래깅 등 내부적 관리기법을 통해 환위험을 최소화하고 있다”며 “외부 영향에 흔들리지 않도록 수익구조 다변화나 사업다각화에도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