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새벽 절제없이 내시경 시술로 급성 대장출혈 환자 살려내
혈액부족 쇼크우려 위기넘긴 60대 환자 "투철한 사명감에 감동"
정부와 의료계가 의사증원 정책에 따른 의료대란 갈등 장기화로 전국에서 ‘응급실 뺑뺑이’현상이 반복되면서 응급환자들이 제때 응급조치를 받지 못하는 일이 빈번한 가운데 평택지역 한 종합병원 의료진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촌각을 다투는 응급환자를 살려낸 훈훈한 미담이 가족의 제보로 본지에 전해졌다.
환자 가족에 따르면 A씨(59·남·평택시)는 지난 9일 오후 8시쯤 평소처럼 자택에서 가족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마치고 화장실에 갔는데 갑자기 엄청난 양의 혈변이 쏱아져 가족들에 의해 곧바로 평택시 합정동 ‘굿모닝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응급실에 도착한 뒤 30여분이 지났는데도 A씨는 항문에서 출혈이 멈추지 않고 쏱아졌다. 다량의 출혈로 혈압은 급격히 떨어졌고 혈액부족으로 어지럼증과 함께 끝내 의식이 혼미해져 정신이 가물가물하는 상황에 처했다. 당시 응급실에 근무하던 당직의사와 의료진은 A씨의 출혈 상황이 매우 긴박하다고 판단했다.
의료진은 긴급 수혈을 하면서 출혈지점을 찿기 위해 CT(컴퓨터단층촬영)를 촬영한 결과 대장과, 소장 등지의 혈관에서 몇 군데 터진 것을 발견하고 증상이 위중하다고 판단, 가족들에게 서울의 큰 병원으로 이송할 것을 권유했다. 지체하다간 자칫하면 생명이 위독할 수도 있었다.
그 시간, 응급실 당직의사는 이와 동시에 A씨의 증상을 촬영한 CT사진을 마침 비번이라 자택에서 쉬고 있던 최윤아 소화기 내과 과장에게 전송했다. CT사진을 판독한 최 과장은 시간을 지체할 경우 생명까지 위중한 환자임을 직감하고 곧바로 수술할 결심을 했다. 휴일 가족들과의 소중한 시간을 포기하고 이날 밤 9시쯤 경기 경기도내 자택에서 출발해 병원에 도착한 최 과장은 11시쯤 긴급 수술에 들어갔다.
내시경 확인 결과 A씨의 뱃속에는 여러군데의 장 혈관 파열로 인한 출혈로 뱃속에 혈액이 가득차 있었다. 그럼에도 멈추지 않는 출혈로 인해 환자는 매우 위중한 상태였다. 최 과장은 내시경으로 터진 혈관 하나하나를 찾아내 무려 5시간여만인 다음 날 오전 4시가 돼서야 혈관 봉합수술을 무사히 끝마쳤다.
의료진에 따르면 A씨는 대장 출혈의 양이 워낙 많고 부위도 넓어 최악의 경우 절제술을 통해 그 부위를 잘라내야 했다. 상황에 따라 복부를 절제하는 개복수술을 하면 회복이 늦거나 부작용 우려도 따를 수 있다. 그럼에도 당시 내시경만으로 대장의 출혈을 잡기 어려울 수 있고, 지속된 수혈에도 대량출혈로 빈혈 증상이 심해지면 쇼크가 올 수도 있다는 의료진 소견도 있었다.
최윤아 굿모닝병원 소화기 내과 과장은 “시간을 그냥 버리지 말고 뭐라도 해봐야 하지 않겠나”라며 대장 내시경 시술에 들어갔다. 혈관이 터진 부위가 넓어 출혈을 잡는데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결국 서울의 대형종합병원으로 이송했더라도 제때 처치를 받지 못했다면 A씨의 회복은 장담하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최 과장은 “환자의 대장은 워낙 ‘게실’이 많고 혈관이 많이 약해진 상태여서 내시경을 통해 출혈을 잡기 어려워 시술도 특별히 오래 걸렸다”며 “내시경 후 추가 출혈이 나오지 않았으나 앞으로도 게실이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또 가족과의 주말을 포기하고 어려운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쳐 환자가 무사히 회복되는 결과를 보고 성취감과 의사로써의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게실’이란 위, 소장, 대장 등 장기 바깥으로 튀어 나온 풍선 같은 작은 주머니로 꽈리모양으로 부풀어 오른 것을 말한다.
수술후 1주일 간 입원치료를 받고 회복돼 퇴원한 A씨는 “최윤아 과장님이 휴일에 가족과의 시간을 포기하고 응급환자를 살리기 위해 한 걸음에 응급실로 복귀해 무려 5시간 가량 수술 끝에 무사히 건강을 회복할 수 있게 해준 데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최 과장은 “게실출혈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금연과 금주하는 것이 중요하고 고섬유질인 채소, 과일 등을 통한 충분한 수분섭취와 규칙적인 운동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신아일보] 평택/임덕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