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상품 기획전 별도 운영"…대한항공 "정해진 것 없다"
대한항공과 합병을 앞둔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가 1조원가량 쌓여있지만 소진할 곳이 부족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마일리지를 보유한 소비자들에게 '소멸 관련 안내메일 및 문자'를 발송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연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될 경우 양사의 마일리지는 1:1 비율로 통합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통상 1마일리지당 가치는 대한항공이 15원, 아시아나항공이 11~12원으로 평가된다"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통합 전까지 마일리지를 소진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마일리지로 좌석을 구매하는 건 사실상 어려운 데다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 전용 쇼핑몰인 'OZ마일샵'은 품목 수가 적고 품절된 경우가 많다. 이에 비해 아시아나항공의 올 상반기 기준 잔여 마일리지는 약 9764억원으로 1조원에 육박한 상황이다.
특히 카드 실적 등 항공기 탑승 이외의 방법으로 쌓은 '제휴 마일리지'가 문제다. 일반적으로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를 적립하는 데 비용이 더 적게 들기 때문에 이를 1:1 비율로 통합하면 대한항공 입장에선 마일리지 제공 비용이 더 드는 셈이 된다.
반대로 비율을 조정할 경우에는 아시아나항공 이용객들이 불만을 가질 수 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대한항공이 자의적으로 마일리지의 가치를 축소하는 것은 아시아나항공을 믿고 마일리지를 적립한 소비자들에 대한 배신"이라며 "합병과정에서의 이해관계에 따라 소비자에게 희생을 전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도 나서 지난 3월 인천시청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항공여행 마일리지는 단 1마일의 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업결합 확정 후 6개월 내에 통합 마일리지 정책을 정부에 제출해야 하는 대한항공으로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이다.
아시아나항공은 마일리지 이용 불편과 관련해 마일리지 상품 기획전을 별도로 운영하고 상품 입고 수량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실제 소비자 안내문자를 통해 마일리지 기획전 소식을 알렸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최근 품목별로 시차를 두고 운영해 고객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며 "수량을 확대해 마일리지 이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지속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과거 해외 항공사 간 합병 사례를 보면 마일리지 통합 비율은 매번 달랐다. 미국 델타항공·노스웨스트항공 합병,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컨티넨탈항공 합병의 경우 두 항공사 회원의 마일리지는 1:1비율로 통합됐다. 반면 아메리칸항공·US에어웨이즈, 에어프랑스·네덜란드 KLM이 합병됐을 때는 기존 마일리지가 새로운 비율로 환산돼 통합됐다.
대한항공은 마일리지 전환비율에 대해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통합 전에는 양사가 별개의 회사이므로 공정거래법상 마일 전환 비율 등 아시아나의 마일리지 현황 자체를 볼 수가 없다"며 "합병 이후에 합리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아일보] 우현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