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표로 면세 전문가 발탁…백화점 때고 전문성 제고
현대면세점이 이름부터 로고(BI), 대표까지 모두 교체했다. 면세사업자라는 정체성을 더욱 살리는 동시에 전문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박장서 신임 대표에게는 이익을 창출하는 체질로 전환해야 한다는 임무가 주어졌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면세점이 대대적인 쇄신으로 도약을 위한 기반을 다지는 모습이다.
현대면세점은 2018년 11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1호점을 열며 면세시장에 진출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백화점·아울렛에 이은 신성장동력으로 면세사업을 낙점하면서다. 현대면세점은 2020년 동대문점(2월)과 인천국제공항점(9월, 패션·기타)을 잇달아 오픈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경쟁입찰을 통해 인천공항 부티크 10년 사업권(DF5)을 따냈으며 같은 해 7월부터 매장을 운영 중이다.
그럼에도 현대면세점은 적자의 늪에 갇힌 상태다. 면세사업 특성상 명품 직매입, 임대료 등으로 초기 투자비용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면세점은 지난해까지 6년간 단 한 번도 연간 흑자를 내지 못했다. 누적 적자만 약 3200억원에 달했다. 올 상반기도 9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그나마 고무적인 건 프로모션 정상화로 인한 비용 증가에도 지난해 상반기보다는 75억원 개선됐다는 점이다. 지난해 3분기에는 깜짝 흑자를 달성했다.
면세사업은 일정 수준으로 규모의 경제를 갖춰야 수익이 날 뿐만 아니라 브랜드와의 협상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는 특성을 갖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현대면세점이 그동안 기반 다지기에 집중하면서 적자를 감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면세점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중국의 경기침체와 관광객 트렌드 변화 등 환경 변수로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인천공항 면세점의 매출 호조와 경쟁력 있는 브랜드 유치 등으로 적자 폭이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면세점은 빠른 시일 내 적자 흐름에 마침표를 찍은 후 이익을 창출하고 사업 경쟁력과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매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가운데 현대면세점은 브랜드명과 법인명을 바꿨다. 기존에는 브랜드명과 법인명이 현대백화점면세점으로 동일했으나 올해 8월부터는 각각 현대면세점과 현대디에프로 변경됐다. 현대면세점은 ‘백화점’을 떼어내 면세사업자라는 정체성을 각인시키는 동시에 전문성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새로운 BI(Brand Identity)도 선보였다. 새 BI에는 ‘혜택과 즐거움은 더하고(+) 쇼핑부담과 불편함은 덜어낸다(-)’는 의미가 담겼다.
현대면세점은 또 새 수장을 맞았다. 현대백화점그룹은 ‘2025년 임원인사’에서 박장서 전무를 현대면세점 대표로 내정했다. 박 신임 대표는 1992년부터 33년째 신라·두타 등 국내 주요 면세점에서 면세점 영업을 담당해온 전문가다. 박 신임 대표는 2020년 현대면세점에 입사해 영업본부장·상품본부장을 역임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면세통(通)’ 박 신임대표가 면세사업의 쇄신을 꾀하고 미래 성장을 이끌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아무래도 흑자 전환이 가장 큰 임무다.
현대면세점은 이외에 다양한 브랜드를 라인업에 들이고 국내외 마케팅을 적극 펼치는 등 경쟁력 제고에도 힘쓰고 있다. 인천공항점에서는 지난달 생로랑·발렌시아가 부티크 입점으로 루이비통·샤넬·구찌 등까지 포함해 총 26개 명품 브랜드를 만날 수 있다. 무역센터점에는 올 하반기 펜디·생로랑 등의 명품 브랜드가 신규 오픈한 데 이어 이달 중 발렌시아가 매장도 들어설 예정이다. 동대문점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마뗑킴·마리떼프랑소와저버 등의 K(코리아)패션 브랜드가 자리를 잡았다.
현대면세점 관계자는 “경쟁력 있는 브랜드를 지속 유치하는 등 사업 경쟁력 제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도전과 혁신으로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더 높이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