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시장서 SK에 밀려…‘기술력’ 적신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이번 주 ‘고 이건희 선대회장 4주기(10월25일)’와 회장취임 2주년(10월27일)을 맞는다. 삼성전자가 경영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이 회장이 쇄신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고 이건희 선대회장의 4주기를 앞두고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추모를 진행 중이다.
앞서 지난 21일 서울대 어린이병원에선 출범 4년째인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사업’의 성과공유와 환아·가족·의료진들을 위로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재용 회장은 홍라희 전 리움 미술관장과 함께 행사에 참석해 환아들을 응원했다. 그는 행사를 마친 후 ‘소감 및 취임 2주년 관련 메시지를 내놓을 것이냐’는 취재진들의 질문에는 “고생하셨습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또 24일 오후엔 경기 용인 삼성전자 인재개발원에서 4주기 추모음악회가 진행된다. 올해도 지난해처럼 이 회장 등 삼성 오너가와 삼성 사장단, 임직원, 인근주민 등이 참석해 고인을 기릴 예정이다. 선대회장이 관심을 가졌던 사회공헌과 문화예술 관련행사를 연이어 열면서 고인의 발자취를 따라 추모에 나선 셈이다.
삼성전자 안팎에선 이 회장이 오는 25일 이건희 전 회장 4주기 추도식 이후 경영쇄신과 비전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이달 27일 회장 취임 2주년, 11월1일 회사 창립 55주년, 11월19일 고 이병철 창업회장 37주기, 12월6일 반도체 사업진출 50주년 등 의미 있는 일정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그동안 선대회장 추도식 후 주요 계열사 사장들과 오찬을 가져왔다. 그는 지난 2022년 2주기 추도식 후 사장단 오찬에서 “지금은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주문했다.
재계가 이번 이 회장의 입에 주목하는 건 최근 불거진 삼성전자 위기론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3분기 영업이익으로 전년 동기대비 274.5% 증가한 9조1000억원을 올렸지만 증권가 기대치인 10조원대에 미치지 못했다. 세부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의 부진 때문으로 추정된다. 특히 D램, 낸드 시장의 수요 침체 속 대안으로 떠오른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에서 경쟁사 SK하이닉스에 밀리며 초격차 기술 경쟁력에 문제가 생겼다는 분석이다.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은 실적발표 후 이례적으로 “기대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쳤다”는 사과문 형식의 글까지 공개했다. 이에 예년보다 강도 높은 인사, 조직개편이 예상된다.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장 부회장의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그동안 곳간을 제때 열지 않아 기술경쟁력이 퇴보됐다는 이유에서다. 이재용 회장의 최측근인 정 부회장은 삼성전자 비서실, 전략기획실, 미래전략실 등 요직을 거쳤다. 2017년 신설된 ‘사업지원TF’ 장을 맡아 7년째 그룹의 실질적 2인자 역할을 하고 있다.
이 회장이 직접 경영·인적 쇄신안을 공개하진 않더라도 메시지를 남기지 않겠냐는 예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일각에선 삼성그룹 컨트롤타워 부활 가능성도 언급된다. 이찬희 삼성준법감시위원장은 최근 발간한 준감위 연간 보고서에서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경영 판단의 선택과 집중을 위한 컨트롤타워의 재건, 조직 내 원활한 소통에 방해가 되는 장막의 제거, 최고 경영자의 등기 임원 복귀 등 책임경영 실천을 위한 혁신적인 지배 구조 개선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