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국감] 日, '조선인 강제노역' 삭제한 채 '제2 사도 광산' 추진
[2024 국감] 日, '조선인 강제노역' 삭제한 채 '제2 사도 광산' 추진
  • 김민지 기자
  • 승인 2024.10.24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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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문체위 박수현 민주당 의원, 국가유산청 자료 분석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사진=박수현 의원실)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사진=박수현 의원실)

일본의 제2 사도 광산 추진으로 거론되는 '아시오 광산'·'다테야마-구로베 댐' 두 곳의 세계유산 등재 제안서에 '조선인 강제노역'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미 2008년에 일본 '세계유산 후보자산'에 포함되어 '역사 왜곡'이 우려되는 유네스코 등재가 추진되고 있었음에도, 국가유산청은 최근 국회 지적이 있고 나서야 내년 1월부터 대응 연구용역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2008년 이후 16년이나 지난 시점에 나온 대책이어서 '사도 광산'의 사례에서 어떠한 교훈도 얻지 못한 안이한 정부 인식과 늑장 대응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국가유산청'으로부터 입수한 '일제강점기 강제노역 시설 유네스코 등재 추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세계유산 잠정 일람표 후보자산'에 2008년 9월에 등재된 상태인 '아시오 광산'과 '다테야마-구로베 댐'(이하 구로베 댐)의 '등재 제안서' 에는 '조선인 강제노역'에 대한 언급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일본 후생성 '조선인 노무자에 관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시오 광산'은 일제강점기 동원된 조선인 2416명 중 40명이 사망한 것으로 되어있다.

'구로베 댐'은 1000명 이상의 조선인 노동자가 강제 동원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제안서상에는 근대화와 산업화의 중요 시설이라는 등의 홍보 내용이 주를 이뤘다.

'아시오 광산'은 산업화와 공해 대책이 사회문제화된 중요한 사례라는 점이, '구로베 댐'은 재해 방재 시설과 거대한 수자원 발전시설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강조되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는 △1단계 세계유산 예비 잠정 일람표 후보자산(이하 후보자산) △2단계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 목록 등재 △3단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의 3단계로 진행된다.

두 곳은 현재 1단계 '후보자산'에 등재된 상태이다. 유산 소재지 지자체가 등재를 신청하면서 '아시오 광산'은 도치기현 닛코시가 '구로베 댐'은 도야마현의 도야마 시 외 3곳에서 제안서를 일본 문화청에 제출했고, 일본 정부에 받아들여져 '후보자산'에 등재된 시점은 똑같이 2008년 9월이다.

심각한 것은 한국 정부의 안이함과 무관심한 대응이다. 지난 10일 국가유산청 국정감사에서, 박수현 위원의 지적에 따르면, 일본 '아시오 광산','구로베 댐' 유네스코 등재 추진과 관련해서, '내용을 알기 어렵다'·'관련 연구용역을 추진한 바 없다', '(3단계인) 일본의 유네스코 등재 시도가 있으면 대응하겠다'는 것이 서면답변으로 확인된 국가유산청의 입장이었다.

두 곳이 '후보자산'에 포함된 시기와 배경을 묻는 박수현 의원의 자료요구에 대해서, 국가유산청은 '일본 문화청 홈페이지를 참조하라'는 황당한 서면답변을 내기도 했다.

박수현 의원의 지적 이후, 국가유산청이 뒤늦게 파악하여 제출한 자료에 의해 '아시오 광산','구로베 댐' 등 일본의 제2사도광산 추진이 '조선인 강제노역'을 삭제한 채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그동안 국가유산청이 파악하지 않았던 '후보자산'등재 시점이 2008년 9월이었다는 사실도 이때 밝혀졌다.

정부가 안이한 인식과 늑장 대응을 조금은 피해 갈 기회도 있었다. 국가유산청은 2022년 일본이 사도 광산 등재 추천서를 유네스코에 제출한 지 2개월이 지난, 11월에 '사도 광산'에 관한 '주변국 세계유산 등재 동향 자료 수집 등 연구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의 결론은 "유네스코 잠정 목록에 없더라도 향후 추진 가능성 있는 근대 산업 유산군에 대한 분석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국가유산청은 이조차도 지키지 않고 2024년 10월 최근까지 '아시오 광산'과 '구로베 댐'에 대한 연구용역을 추진한 바가 없었다. 10월 10일 박수현 의원의 지적이 있고 나서야, 2025년 1월부터 관련 연구용역을 추진하겠다는 초장기 늑장 계획을 의원실에 제출했다.

박수현 의원은 "불과 얼마 전에 전 국민적인 공분이 있었던 사도 광산 사례가 있었다. 일본이 제2 사도 광산을 16년에 걸쳐 추진해 오는 동안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않아 왔다는 것인데, 이 사안이 일본이 최종 3단계인 유네스코 등재 신청을 하고 나서야 대응할 일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일제강점기 강제노역 근대 산업 유산들에 대한 실태조사 등 일본의 역사 왜곡에 대한 연구 축적이 시급하고, 범정부 차원의 대응 '전담 부서 신설','TF팀 구성' 등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mjkim20@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