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페레가모 깔끔한 사모님룩…버건디·카키 가죽 소재 '눈길'
LF 던스트·신세계인터 델라라나 차분하면서 따뜻한 소재 활용
무신사·에이블리 브라운·베이지톤 스웨이드 상품 검색량 증가
패션은 그 어떤 산업과 비교해 트렌드에 예민하다. 그만큼 유행 속도가 빠르고 주목도가 높다. 매 시즌 대세 트렌드에도 명품을 비롯한 하이패션과 개성 넘치는 스트리트 브랜드 간의 분위기도 사뭇 다른 편이다. 현재 유행하고 있는 트렌드를 7개의 카테고리로 나눠 패션쇼 무대를 지칭하는 ‘런웨이’와 길거리 패션 ‘리얼웨이’로 비교해 본다. <편집자 주>
①체크셔츠
②웨스턴룩
③조용한 럭셔리&올드머니룩 ④드뮤어룩
⑤발레코어룩&코케트 코어
⑥긱시크룩
⑦워크웨어
은은한 색상과 절제된 디자인의 ‘드뮤어룩’이 올 가을 패션 트렌드로 떠올랐다. 드뮤어룩 핵심은 차분하고 깔끔한 스타일링이다. 고급스러운 소재를 사용해 은은한 고급미를 살리면서 장식적인 요소를 최소화한 드뮤어룩은 편안하고 얌전해 ‘무해한’ 느낌을 준다.
드뮤어룩은 차분한, 조용함을 뜻하는 프랑스어 ‘드뮤어(Demeure)’에서 파생된 표현으로 지난 8월 어느 틱톡 영상에서 비롯됐다. 틱톡커 줄스 르브론(Jools Lebron)은 ‘직장에서 얌전하고, 겸손하고, 공손한 태도를 유지하는 방법’이라는 38초짜리 영상에서 화려한 외형보다는 사려 깊고 얌전한 모습을 추구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해당 영상을 시작으로 드뮤어룩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패션과 메이크업, 인테리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려 깊고 얌전한’ 분위기가 관심을 받게 됐다.
드뮤어룩을 아이템별로 살펴보면 주로 재킷, 카디건, 슬랙스 등 클래식한 무드의 기본 아이템을 활용해 장식적인 요소가 절제된 디자인이 특징이다.
패션쇼 무대인 런웨이에서는 드뮤어룩을 채도가 낮은 버건디, 카키 등의 색상을 활용하고 전체적으로 룩의 통일성을 줘 세련되게 풀어냈다. 디자인은 최소화하고 가죽, 캐시미어, 실크 등 고급스러운 소재를 활용해 은은하게 우아한 느낌을 살렸다.
구찌는 ‘부잣집 사모님’을 연상케 하는 포니테일 머리에 선글라스, 버건디 컬러의 가죽 원피스와 가방을 매치해 드뮤어룩의 정석을 보여줬다. 페레가모도 역시 구찌와 비슷하게 베이직한 디자인의 카키색 가죽 원피스와 검은색 부츠를 매치해 세련된 룩을 완성했다. 에르메스는 깔끔한 올백 머리와 브라운 가죽 셋업을 매치해 우아한 룩을 완성했다. 캐시미어 소재 파란색 니트와 붉은 계열의 가죽백을 통해 드뮤어룩을 경쾌하게 풀어냈다.
스트릿 패션에서는 고급스러운 소재와 절제된 디자인을 강조한 아이템이 유행이다. 패션쇼에서 버건디, 카키 등을 색상을 과감하게 사용한 것과 달리 브라운, 베이지, 블랙 등 차분한 색상을 주를 이루면서 캐시미어와 실크, 스웨이드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드뮤어룩 트렌드에 따라 편안하지만 고급스러운 느낌을 살린 핸드 메이드 아우터와 무스탕 제품이 인기다. LF에 따르면, 던스트의 포근한 퍼 코트 느낌을 주는 ‘투웨이 쓰리 버튼 부클 울 코트’, 클래식한 무드가 돋보이는 테일러드 칼라(깃)가 특징인 ‘알파카 블레이저코트’, 러블리한 무드를 연출할 수 있는 ‘하프 맥 코트’ 등 따뜻한 소재와 색감이 돋보이는 아우터들은 빠르게 품절됐다.
100% 캐시미어를 비롯해 실크, 울 등 프리미엄 소재를 활용한 라인도 인기를 얻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여성복 델라라나는 이번 시즌 캐시미어 컬렉션을 출시했다. 이탈리아 콜롬보사의 100% 캐시미어 소재를 사용한 ‘캐시미어 더블 롱코트’, 세일러 칼가 돋보이는 ‘캐시미어 니트 재킷’ 등 여유 있는 실루엣으로 편안하면서 고급스럽게 착용하기 좋은 제품을 선보여 호응을 얻었다.
무신사에서는 드뮤어룩을 연출할 수 있는 브라운, 베이지 등 차분한 느낌을 줄 수 있는 색상과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의 아이템들이 주목받고 있다. 무신사 인기 상품 랭킹에도 드뮤어룩을 연출할 수 있는 상품이 순위에 올랐다. 한 캐주얼 브랜드의 ‘스탠다드 블루종 스웨이드 재킷’은 블랙, 카키 색상이 각각 남성 아우터 순위 2·5위에 올랐다. 드뮤어룩 트렌드에 따라 초콜릿처럼 진한 브라운 스웨이드 소재 스니커즈도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에이블리에서는 드뮤어룩을 가장 쉽게 표현할 수 있는 ‘브라운 컬러’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이달(10월1일~15일) 에이블리 내 ‘브라운’ 검색량은 전년 동기 대비 115% 증가했다. 드뮤어룩 상품 거래액도 증가하는 추세다. 이달 ‘스웨이드 가방’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22배 이상(2171%) 늘었다. 격식 있는 느낌을 내기 좋은 ‘더블코트’ (435%), 단정한 분위기의 ‘블레이저 자켓’(80%) 거래액도 급증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불황 속 양극화 소비가 이어지는 가운데 고급 소재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며 “올해 가을, 겨울은 유행에 민감하고 화려한 옷보단 은은한 우아함을 드러낼 수 있는 차분한 색상과 베이직한 아이템이 인기를 끌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