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수신료 분리징수 본격 시행 3개월 차에 고객 동의 없이 무단으로 신용카드사에 카드 자동이체를 요청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과정에서 금융위원회(금융위)에 법령 확인 진위 요청 등이 이뤄지지 않아 논란은 더욱 커질 예정이다.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조승래 의원이 금융위로부터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KBS는 신용카드사에 수신료 자동납부 일괄등록을 요청하면서 카드사에 적용되지 않는 법령해석을 제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KBS가 각 신용카드사에 보낸 공문에는 금융위 유권해석을 근거로 한 법령해석으로 명시됐으나 실상은 금융위에 공식 요청한 법령해석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신용카드사들은 KBS의 요청에 고객 동의 없이 수십만건의 자동이체를 무단으로 등록했다. 이 과정에서 따로 금융위에 법령해석의 진위 확인이나 별도의 유권해석 요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금융관계법 위반 논란도 추가 제기 될 것으로 보인다.
KBS는 신용카드사에 전자금융거래법 15조에 관한 법령해석을 제시했다. 기존 전기요금 자동이체 등록정보를 수신료에도 똑같이 적용해, 추가적인 고객 동의 절차 없이 수신료 자동납부를 이어가기 위해서다.
하지만, 금융위는 전자금융거래법 15조는 은행의 계좌이체에 적용되는 조항으로 신용카드 자동납부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이에 따라 카드 부정사용, 업무방해, 신용정보 도용 등 KBS에 법 위반 사항 지적이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 같은 KBS의 공문은 올해 7월 수신료 분리징수가 본격 시행함에 따라 수신료 수입 급감 우려에 따른 조치였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KBS 8월 집계 수신료 수입은 전월 대비 65억원 감소한 494억원으로 나타나 처음으로 80%대 수납률(85.6%)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3월 대통령실 주관으로 TV 수신료 징수 방식에 대한 국민참여토론을 진행했고, 이를 바탕으로 방송통신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분리징수 법령 개정을 권고한 바 있다. 그해 7월 방송법 시행령이 개정됐고, 한전은 고유업무와 관련된 고지행위와 결합해서 수신료 징수를 할 수 없게 됐다.
조승래 의원은 “카드 주인의 동의 없는 자동납부 등록은 신용이라는 금융의 대원칙을 훼손하는 것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금융당국은 신용카드사와 KBS의 금융관계법 위반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