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중재자를 자처하고 나선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이 지연되면서 당 지도부의 고심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모처럼 잡힌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간의 만찬에서도 의료 대란 해법 관련 논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한 대표의 리더십엔 빨간불이 켜졌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2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있었던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 간의 만찬에선 의료 개혁 논의는 기대와 달리 언급조차 없었다. 한 대표와 윤 대통령간의 독대도 결국 불발됐다.

친한(친한동훈)계 핵심 장동혁 최고위원은 이날 SBS라디오에서 "보통 그런 자리면 당대표가 인사 말씀하고 원내대표도 인사 말씀을 한다. 민심도 전달하거나 하시고 싶은 말씀을 하실 수 있었을 텐데 어제는 그런 기회 없이 곧바로 식사했기 때문에 현안에 대해 논의할 기회는 따로 없었다"며 "(만찬 성격과 결과에) 아쉬움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한 대표는 만찬 직후 홍철호 정무수석에게 '조만간 대통령과 현안을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달라'는 취지로 추가 독대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통령실 측에서는 한 대표의 '공개 독대 요청' 자체에 비판적이어서 성사 여부와 관련해선 비관적으로 보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또 다른 친한계인 김종혁 최고위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한 대표가 만찬 자리에 20분가량 일찍 갔음에도 독대도, 발언 기회도 없었다고 규탄했다.

김 최고위원은 의정 갈등 문제와 관련해 "상황에 대한 인식이 서로 다른 것 같다"며 "한 대표나 당의 입장에서는 '이게 굉장히 심각하다. 이대로 가면 안 된다'라는 입장인 것이고, 대통령과 그 주변에 있는 참모들은 '개혁이니 그냥 밀고 가야 한다'는 입장인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독대 재성사 가능성에 대해선 "대통령이 여당 대표를 만나는 게 무슨 시혜를 베푸는 게 아니지 않나. 당연히 만나고 얘기를 들어야 한다"면서 "듣기 좋은 소리든 듣기 싫은 소리든 우리가 함께 가는 배에 구멍을 뚫자고 하는 얘기가 아니지 않나"라고 강조했다.

당초 국민의힘은 지난 추석연휴 전에 협의체를 출범시켜 의정 갈등 해결의 물꼬를 트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윤 대통령과의 만찬자리에서도 관련 논의가 지지부진하자 "빈손 만찬"이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등 한 대표의 리더십에도 빨간불이 켜진 모양새다. 

이 가운데 사직 전공의들의 잇단 소환 조사와 첫 구속 사례도 발생하며 정부와 의료계 간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지고 있다. 야당에선 정부를 뺀 '여야의 협의체' 출범까지 거론됐다. 

한편, 국민의힘은 이번 주 내에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의 구체적 계획을 밝힐 계획이다. 한지아 수석대변인은 지난 24일 기자들과 만나 "이번 주까지 윤곽이 나오도록 의료계와 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아일보] 배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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