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 "너무 올라 당황", 상인들 "명절 특수 사라졌다" 한숨
정부 성수품 역대 최대 17만t 풀었지만…"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과일, 채솟값이 너무 올라서 당황했네요.”
추석을 일주일가량 앞둔 지난 7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 들어서니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북적였다. 망원시장은 서민들이 자주 찾는 서울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으로 꼽힌다. 추석 대목 직전 주말이다보니 장을 보려는 사람들은 많았지만 높은 물가 탓인지 들고 있는 장바구니는 대체로 가벼워 보였다.
시장 채소가게에서 만난 70대 김모씨는 장바구니를 보며 한숨을 푹 내쉬는 모습이었다. 김씨의 장바구니에는 배추와 수입산 고사리, 깻잎이 전부였다. 김씨는 “추석 전에 미리 장 보려고 나왔는데 생각보다 가격이 무척 올랐다”며 “예전에는 과일, 채소, 떡, 고기 등을 종류별로 다 샀는데 코로나19 이후에는 가족들도 많이 안 와서 최소한의 품목만 사서 명절을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채소가게에 붙여진 가격표를 보니 배추 한 통 9000원, 깻잎 한 바구니 4000원, 양배추 반통 3000원으로 적혀 있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6일 기준 배추 한 포기 소매가 평균은 7077원으로 전년 대비 28.16% 올랐고 깻잎은 100g당 가격이 3356원으로 11.53% 상승했다. 무는 1개에 3698원으로 44.96% 올랐다. 시금치 가격은 100g당 소매가 4070원으로 전년보다 49.41%, 평년보다 100.39% 비싸졌다.
11년째 망원시장에서 채소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50대 이모씨는 “올해는 폭염과 긴 장마 때문인지 시금치, 무 등 채소 가격이 지난해보다 50% 가량 올라 가격만 묻고 가는 사람이 더 많다”며 “시금치는 도매가도 너무 비싸고 쉽게 물러서 판매를 아예 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일 가격도 만만치 않았다. 추석 인기과일인 배는 제수용 기준 1개에 5000원, 사과는 3~4개가 1만원 가격대였다. 사과, 배는 작년에 생산량 급감으로 가격이 치솟으면서 이른바 금(金)사과, 금배로 불렸다. 정부는 올해 사과·배 작황이 양호해 가격 안정을 자신한 바 있다.
이처럼 추석 대목을 앞두고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자 정부는 물가안정을 위한 대책을 내놨다. 최근 추석 대목에 대응해 배추, 무 등 20대 성수품을 역대 최대 물량인 17만여t을 풀고 700억원의 할인지원을 포함한 ‘추석 민생안정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달 추석 물가안정을 위해 사과·배 공급량을 평시보다 3배 많은 3만t(톤)가량을 투입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체감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시장을 찾은 50대 강모씨는 “정부가 물가안정 대책을 내놓은 것은 알고 있지만 피부로 와닿지는 않는다”며 “추석상에 오를 음식이니 이왕이면 좋은 것을 사고 싶은데 예산이 턱없이 부족해 속상하다”고 걱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