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家 자제들④] 반등 키 쥔 CJ제일제당 이선호, 父 행보 뒤따를까
[식품家 자제들④] 반등 키 쥔 CJ제일제당 이선호, 父 행보 뒤따를까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4.05.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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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말 임원인사 '별' 달고 글로벌·신사업 주도…작년 실적 흉년에도 성과
강신호 부회장과 시너지 관건…이 실장 現 34세, 아버지 이재현 38세 대표 취임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식품성장추진실장). [사진=CJ]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식품성장추진실장). [사진=CJ]

CJ제일제당은 강신호 부회장이 승진과 함께 수장으로 컴백하면서 올해 반등을 꾀한다. 재도약의 관건은 오너 4세 이선호 경영리더(식품성장추진실장)가 주도하는 글로벌 식품사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식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은 ‘비비고’를 필두로 전략 제품들의 성과가 중요하다. 강 부회장이 끌고 이 실장이 미는 시너지가 얼마나 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이 실장은 올해 34세다. 아버지 이재현 회장은 38세에 당시 제일제당 부회장 승진과 함께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이 회장의 지난 행보를 이 실장이 뒤따를 수 있을지도 업계 관심이 쏠린다. 

◇수익성 악화에 악몽 같은 작년…오너의 '패싱'
국내 최대 식품사(社) CJ제일제당은 작년에 악몽 같은 한 해를 보냈다. CJ대한통운을 제외한 2023년 매출액은 17조8904억원으로 전년보다 4.7% 줄고 영업이익은 35.4% 급감한 8195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 1조원대가 무너진 건 뼈아픈 대목이다. 

CJ제일제당의 실적 악화는 재계 13위(공정위·2023년 기준) CJ그룹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CJ그룹의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 누계는 2조391억원으로 전년 2조1542억원 대비 5.3% 줄었다. 당기순이익은 5247억원으로 전년 6868억원과 비교해 23.6% 감소했다. 핵심인 CJ제일제당과 CJ ENM의 경영 악화 탓이다. 그나마 CJ올리브영이 4조원에 육박한 매출과 함께 전년보다 70% 가까이 급증한 영업이익(4607억원)을 올리면서 이익 감소 폭을 최소화했다. 오너인 이재현 회장이 올해 첫 현장경영으로 최대 계열사인 CJ제일제당이 아닌 CJ올리브영을 찾으면서 “글로벌 생활문화기업에 가장 잘 맞는 사업을 하고 있고 이제는 그룹의 어엿한 주력사업으로 성장했다”고 치켜세운 점은 CJ제일제당 입장에선 적잖이 속이 쓰릴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 회장이 올리브영을 찾은 직후인 올 2월 CJ그룹은 평소보다 늦은 정기임원인사를 단행하고 CJ제일제당 수장을 교체했다. 직전 CJ대한통운을 이끌었던 강신호 대표가 부회장 승진과 함께 3년여 만에 CJ제일제당 수장으로 컴백했다. 이와 함께 총 19명이 경영리더(임원)에 이름을 올렸는데 CJ제일제당은 3명에 불과했다. 반면에 호실적을 거둔 CJ올리브영, CJ대한통운은 각각 이보다 많은 4명, 6명이었다. 

CJ제일제당은 오는 14일 올해 1분기 실적을 공개한다. 증권업계에선 글로벌 식품사업 호조 영향으로 낙관하는 편이다. 특히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40~60% 성장세를 예측했다.
 
◇위기 속 오너 4세 주도 해외 식품사업 '선방'
CJ제일제당의 작년 농사는 ‘흉년’이었지만 해외 식품사업은 선방했다. 특히 지난해 4분기 기준 글로벌 식품 매출은 1조3867억원으로 전년보다 1% 줄긴 했지만 국내(1조3800억원)를 처음으로 앞섰다. 7대 글로벌전략제품(GSP, Global Strategic Product: 만두·치킨·P-Rice·K-소스·김치·김·롤)을 앞세워 핵심인 북미를 비롯해 유망시장인 유럽, 호주 등에서 성장을 이어간 영향이 컸다. 해외 식품사업은 오너 4세 이선호 실장이 주도하고 있다. 

이선호 실장은 2013년 CJ제일제당에 입사한 후 잠시 정직한 해(2020년)를 제외하고 10여년을 근속했다. 그는 2021년 12월 단행된 ‘2022 정기임원인사’에서 경영리더로 처음 ‘별’을 달고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 산하 식품전략기획1 담당을 맡았다. 이듬해 임원인사에서는 식품성장추진실장으로 또 다시 승진했다. 그는 산하에 전략기획담당·식품 M&A담당 등을 두면서 미주를 비롯해 유럽,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반을 포괄하는 해외 식품사업 성장을 위한 전략기획, 신사업 투자 등을 맡고 있다.

이 실장은 올 들어 아버지 이 회장이 강조한 그룹의 4대 성장엔진(문화·플랫폼·웰니스·지속가능성) 발굴 기조에 맞춰 성과를 올리면서 향후 이어 받을 왕관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 체력을 착실히 키우는 모습이다. 그는 한식 메가 브랜드로 발돋움한 비비고를 중심으로 상온떡볶이, 냉동김밥 등 길거리음식(스트리트푸드) 판로를 30여개국으로 확대하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 작년에 북미시장에서만 1600억원의 매출을 올린 즉석밥 대명사 햇반(백미밥)은 올해도 건강 트렌드와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성장세가 낙관적이다. 

비비고의 'Live Delicious' 글로벌 브랜드 캠페인. [사진=CJ제일제당]
비비고의 'Live Delicious' 글로벌 브랜드 캠페인. [사진=CJ제일제당]

지난 3월 미국 캘리포니아 애너하임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자연식품박람회(NPEW·Natural Products Expo West)에선 K소스 브랜드 ‘서울풀리(Seoulfully)’를 선보이는 등 CJ제일제당만의 헬스&웰니스 경쟁력을 뽐냈다. 또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Harvard Business School) 교재로 CJ제일제당의 K푸드 성공사례가 활용되면서 회사 위상을 높였다. 하버드 교재에 실린 K푸드 성공사례는 GSP 품목의 경영 전략과 성과, 비결 등이 주로 담겼다. 이 실장은 사례집에서 “K푸드를 즐기는 것이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도록 ‘한국 식문화의 세계화’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강 부회장 끌고 이 실장 밀고…'재도약' 과제
CJ제일제당은 강신호 부회장 체제로 변화를 맞았다. 작년 실적 부진을 딛고 양적·질적 성장이 시급하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지난 3월 CJ제일제당 정기주주총회에서 글로벌 사업 가속화와 수익성 강화를 주문했다. 글로벌 사업에선 이선호 실장이 주도하는 GSP의 카테고리별 차별화 성장 전략으로 만두 못지않은 대형 상품 육성을 강조했다. 회사 재도약을 위해선 강신호 부회장과 이선호 실장 간 손발이 잘 맞아야하는 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강 부회장이 CJ제일제당 대표를 맡았던 때는 2020년이다. 당시 이선호 부장은 잠시 정직한 시기였다. 2020년은 전 세계적인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발생했고 미-중 갈등에 따른 글로벌 무역 분쟁이 본격화된 때였다. 내부적으로는 미국의 냉동식품사 ‘슈완스’ 인수 여파가 컸다. 슈완스 인수에 1조5000억원의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면서 CJ제일제당은 물론 그룹 전반에 유동성 위기가 찾아왔다. 당시 강 대표는 비비고를 비롯한 메가 브랜드 중심의 수익성 제고와 해외사업의 전략적 투자로 출구를 찾았다. 그 해 CJ제일제당 연결기준 매출액(대한통운 제외)은 14조1637억원으로 전년보다 10.9% 늘었고 영업이익은 73.0% 급증한 1조415억원을 올렸다.

공교롭게도 강 부회장과 이 실장은 ‘위기’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재도약이라는 과제를 풀어야 한다. 강 부회장은 회사 경영 전반을 총괄하면서 다시금 경영능력 입증을, 이 실장은 글로벌 식품사업 및 신사업 발굴을 주도하면서 성과를 내야 한다. 

CJ제일제당이 지난해 서울 대치동에 개관한 ‘INNO Play’ 커뮤니티 라운지에서 이선호 실장(왼쪽 세 번째)과 사내벤처 직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이 지난해 서울 대치동에 개관한 ‘INNO Play’ 커뮤니티 라운지에서 이선호 실장(왼쪽 세 번째)과 사내벤처 직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CJ제일제당]

1990년생의 이 실장은 올해 34살이다. 아버지 이재현 회장은 1993년 당시 제일제당 상무를 거쳐 1997년 부사장에 이어 이듬해 대표이사 부회장 자리에 올랐다. 그의 나이 38세였다. 업계 일각에선 이 같은 점을 비춰볼 때 이 실장도 향후 성과 여부에 따라 이르면 4~5년 내 CJ제일제당 대표 자리에 올라 설 수 있단 관측이 나온다. 

한편 이선호 실장은 작년 말 기준 CJ올리브영 지분 11.04%를 갖고 있다. 그룹 지주사 CJ, 사모펀드운용사 글랜우드PE에 이어 3대 주주다. 그룹 지주사 CJ의 보통주 3.2%, 4우선주(신형우선주) 28.98%도 보유 중이다. 

기획 다섯 번째 순서는 신상열 농심 상무다. 

[신아일보] 박성은 기자

parks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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