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9일 윤석열 대통령과 만나 "국정 운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들도 정리하고 넘어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윤 대통령과의 양자 회담에서 이 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이 야당 대표와 양자 회담하는 것은 2022년 5월 취임 이후 처음이다.
이 대표는 안쪽 주머니에서 A4 용지를 꺼낸 후 모두발언을 하면서 작정한 듯 김건희 여사 관련 특검법과 이태원 참사 특별법 등을 거론했다.
이 대표는 "159명의 국민이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갔던 이태원 참사나 채 해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하는 것은 국가의 가장 큰 책임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채 해병 특검법,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주실 것을 요청드린다"고 했다.
특히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나 특검법 등에 대한 거부권 행사에 대해서 유감 표명과 함께 향후 국회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약속을 해주시면 참으로 좋겠다는 생각이고 정중하게 요청드린다"고도 제안했다.
또한 이 대표는 "이번 총선에 나타난 국민의 뜻은 잘못된 국정을 바로 잡으라는 준엄한 명령"이라며 "편가르기나 탄압이 아닌 소통과 통합의 국정을 대통령과 여당에게 주문한 것"이라고 덧붙엿다.
그러면서 "서민들, 소상공인 자영업자, 골목이나 지방의 민생경제가 더 어렵다.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라며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민생회복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달라.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효과가 매우 크다"며 수용을 요청했다.
또 "R&D(연구개발) 예산 복원도 내년까지 미룰 게 아니라 가능하면 민생 지원을 위한 추경이 있다면 한꺼번에 처리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대표는 "최근에 국회 연금개혁특위 공론화위원회에서 소득대체율 50%, 보험료 13%라는 개혁안이 마련됐다"면서 "대통령께서 정부여당 책임의식을 가지고 개혁안 처리 나서도록 독려해주시길 바란다. 민주당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이 대표는 "사실 지난 2년은 정치는 실종되고 지배와 통치만 있었다는 그런 평가가 많다. 특히 어렵게 통과된 법안들에 대해 저희 민주당 입장에서 보면 과도한 거부권 행사, 입법권을 침해하는 시행령 통치, 인사청문회 무력화 같은 이런 조치는 민주공화국의 양대 기둥이라고 할 삼권분립, 법치주의를 위협하는 일일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우리 국민이 혹시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잡혀가는 거 아닐까 이런 걱정들을 하는 세상이 됐다"며 "모범적인 민주국가로 평가받던 우리 대한민국에 대해 스웨덴 연구기관이 독재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국정의 방향타를 돌릴 마지막 기회다라는 그런 마음으로 우리 국민들의 말씀에 귀 기울여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 발언 중간 중간 고개를 끄덕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가 발언을 마치자 "좋은 말씀 감사하고, 또 평소에 우리 이 대표님과 민주당에서 강조해오던 얘기기 때문에 이런 말씀을 하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