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업계선 채권 변제 등 부채 상환 방식 관련 질문 많아
면적·미착공 등 요건 맞으면 이달 26일까지 직접 신청 가능
LH 토지 매입 설명회에서 건설·부동산 업계의 최대 관심사는 '보유 중인 토지가 LH의 매입 요건을 충족하느냐'다. 설명회 참석자 다수는 현재 보유 중인 토지에 대한 상황을 설명하고 LH에 매도할 수 있는지 물었다. 금융기관 관계자들은 부채 상환용 채권을 지급하는 변제 방식 등에 관해 질문했다.
10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LH는 지난 9일 경기도 성남시 LH 경기남부지역본부에서 '건설업계 보유 토지 매입 안내 설명회'를 했다.
LH는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시장 연착륙을 위해 건설기업의 토지를 선별적으로 매입해 유동성을 지원할 계획이다. 올해 총 3조원 규모 토지 매입과 매입 확약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 대금 완납·미착공 등 요건 충족해야
설명회에서는 건설사업자와 부동산개발업자들의 '매도 기준 적합 여부'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 LH가 정한 매입 대상에 자신들이 보유한 토지가 해당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이다.
한 참석자는 "토지 공모에 당선돼 공영 개발지구 토지를 얻고 할부로 토지비를 내고 있다. 아직 대금을 완납하지 않았는데 이 토지도 매입 대상인가"라고 물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저희 같은 경우는 착공에 들어간 토지가 있다. 이런 경우는 철거를 완벽히 한 다음에 신청이 가능한가"라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LH는 대금을 완납하지 않았다면 소유권이 아직 이전되지 않은 경우로 매입 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착공한 토지에 대해선 철거하더라도 매입이 불가하고 착공 승인을 받은 현장도 착공한 경우로 간주한다고 답했다.
LH 매입 요건을 보면 매입 대상은 토지 대금보다 부채가 커 유동성 확보가 필요한 기업이 올해 1월3일 이전까지 소유권을 취득(공영 개발지구 내 미준공 토지일 경우 대금 완납)해 보유 중인 3300㎡ 이상 토지다. 보전녹지구역과 생산녹지구역, 보전관리지역, 자연환경보전지역, 문화재보호구역 등은 매입 대상이 아니다.
자신이 속한 기업이 토지 매입을 신청할 수 있는지를 묻는 참석자도 있었다.
한 참석자는 "토지를 매입할 당시에는 주택건설 면허가 있었는데 지금은 상황이 어려워서 반납한 상황이다. 이런 경우도 토지를 매도할 수 있는가"라고 물었다.
LH 토지 매입 요건을 보면 △주택건설 사업자 △대지조성 사업자 △부동산개발업자 △부동산투자회사 등이 LH에 토지를 팔 수 있다. LH는 제도를 악용해 건설 관련 회사가 아닌 일반 기업이 보유한 토지를 매도하려는 사례를 막기 위해 대상을 정해놨다고 설명했다. 다만 성실한 주택건설 사업자가 시장 상황에 따라 면허를 일시적으로 상실한 경우는 매입 대상에서 원천 차단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 '차주'와 입장 다른 '대주'
대출을 해준 금융기관들은 대출금 상환 방식에 관심이 많았다. 이번 토지 매입은 민간사업자가 토지를 매각한 대금을 직접 금융기관에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LH가 부채상환용 채권을 금융기관에 지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세부적으로는 LH가 민간사업자로부터 토지 소유권을 이전받고 이 사업자에 대출을 해준 금융기관에 부채상환용 채권을 지급하는 '매입' 방식과 민간사업자와 LH가 토지 매입 확약을 맺고 LH가 금융기관에 부채상환용 채권을 주는 '매입 확약' 방식으로 나뉜다. 두 과정 모두 토지를 매도하고자 하는 소유주가 대주인 금융기관으로부터 매각 대금에 대한 채권 인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한다.
두 방식의 가장 큰 차이는 '권리 성격'이다. 매입 방식은 소유권을 LH로 즉시 이전하고 소유주가 유동성을 확보하면 다시 토지를 재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Call Option) 성격이 강하다. 매입 확약은 매입 확약 일로부터 1년이 지난 이후부터 2년 내에 기존 확약 가격으로 LH에 토지를 매도할 수 있는 권리를 토지 소유자에게 부여하는 '풋옵션'(Put Option) 방식으로 진행된다.
금융기관 한 참석자는 채권 발행 금액과 실질적으로 받을 수 있는 대금에 대해 질의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채권 인수에 대한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하는데 무조건 동의해야 하는지 물었고 현재 금융기관 손실 리스크가 적지 않은 만큼 채권 인수에 동의를 해주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LH는 채권 발행 금액이 금융기관에 온전하게 지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또 금융기관의 채권 인수 동의는 강요할 수 없는 부분이며 토지 매입 이후에 부채상환용 채권 인수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지 않도록 사전 동의를 원칙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건설업이 매우 어려운 상황인 만큼 금융권의 '고통 분담'도 요구했다.
이번 LH 토지 매입에 신청하고자 하는 기업은 면적과 미착공 등 매입 여건을 충족한 땅을 오는 26일까지 LH 전자조달시스템에 등록하면 된다. LH는 현장 조사와 적격 여부 심사 등을 거쳐 오는 6월 이후 매입 결정과 계약을 추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