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주요 시중은행 중 처음으로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에 대한 자율 배상 절차에 돌입한 가운데, 중도해지 가입자에 대한 손실도 배상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22일 이사회를 열고 금감원 분쟁조정기준안을 수용해 홍콩H지수 ELS 가입자에 대한 자율 조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당장 4월부터 만기가 도래함에 따라 손실 확정된 가입자에게 최대한 신속하게 조정 비율 산정과 배상금 지급에 나설 방침이다.
우리은행은 자율 조정 대상 ELS 금액을 홍콩H지수 ELS 총판매 잔액 수준인 415억원으로 추산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조정 비율에 대해서는 금감원이 발표한 분쟁조정기준안에 따르되 투자자별로 고려할 요소가 많고 개별 협의를 거쳐 최종 결정될 사항인 만큼 현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산출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우리은행은 앞으로의 손실을 우려해 해당 상품 투자자가 중도 해지할 경우에도 해지 시점에 발생한 손실까지 조정기준안에 의거 배상 비율을 산출, 배상한다는 방침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중도 해지 고객이 일부 있긴 하지만 많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다만,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중도 해지가 늘어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우리은행을 시작으로 은행권 자율배상안 논의를 급물살을 탈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은 오는 27일 임시 이사회를 개최해 홍콩H지수 ELS 자율배상에 대한 논의를 거칠 예정이다.
NH농협은행과 SC제일은행 또한 28일 이사회에서 ELS 배상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현재 내부적으로 투자자 손실액 규모를 추산 중"이라며 "손실 규모가 산출돼야 이사회에 상정해 배상안 수용과 배상 등 절차 밟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 또한 자율 배상 규모 파악 이후 이사회 논의를 진행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다만 100% 원금 배상을 요구하고 있는 ELS 가입자가 이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금감원이 연령, 투자 경험 등 세부적인 가이드라인(배상 범위)을 제시했는데 불완전판매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가입자 입장에서는 100% 배상이 아닌 이상 은행이 제시한 배상안을 수용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은행과 줄다리기가 장기화되면 자본력을 갖춘 기관과 개인 싸움에서 기관이 더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