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이마트' 수익성 개선, 이커머스 경쟁력 제고 '과제' 산적
보수 年 18억, 배당 103억…"재벌 문제 답습·책임 회피" 지적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시대가 열렸다. 업계는 정 회장이 승진과 함께 강력한 리더십으로 신세계그룹에 닥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주목한다. 한편으로는 여전히 미등기임원 상태의 정 회장이 권한에 상응한 법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과 함께 국내 유통업계 양대산맥이자 재계 순위 11위(2023년 공정거래위원회 대기업집단 기준)의 신세계그룹은 정용진 회장 체제로 새로운 변화를 맞았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2006년 부회장 취임 후 18년 만인 올해 회장으로 승진했다. 신세계그룹은 앞서 8일 정 회장의 승진 소식을 알리며 “다양한 위기요인을 정면돌파할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녹록하지 않은 시장 환경 속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혁신 시스템을 구축해 한 단계 더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제 신세계그룹은 주춤거리는 상황이다. 핵심 계열사인 이마트는 지난해 연결기준 29조4722억원의 순(純)매출과 46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매출은 당초 목표했던 31조2900억원을 크게 밑돌았다. 영업손익은 2011년 5월 (주)신세계 대형마트 사업부문에서 독립법인으로 분할된 이후 첫 적자다. 자회사 신세계건설이 발목을 잡았다. 본업인 대형마트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반 감소하며 부진의 한 몫을 담당했다.
온라인 사업 역시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G마켓은 창립 후 2020년까지 16년 연속 흑자 올렸으나 2021년 12월 이마트 연결 자회사로 편입된 뒤 97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정 회장이 인수 당시 약 3조4400억원을 투자한 M&A(인수합병)의 결과는 적자였던 것이다. SSG닷컴은 출범 5주년을 맞았지만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서 존재감이 크지 않을 뿐더러 최근 2년간 낸 영업손실만 2142억원에 달했다. 또 정 회장이 지난해 6월 야심차게 선보인 G마켓·SSG닷컴 주축의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도 론칭 10개월가량이 지난 현재까지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모양새다.
정 회장은 일단 취임과 함께 인사시스템 개선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신상필벌’에 원칙을 둔 핵심성과지표(KPI)를 토대로 임원인사를 수시로 단행한다는 게 골자다. 기대실적에 미치지 못하거나 경영상 오류가 발생하면 언제든지 교체될 수 있다는 시그널이다. 이는 신세계그룹이 사상 최악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정 회장의 이 같은 결단이 본인에게도 적용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럴 것이 정 회장이 기획 단계부터 진두지휘해온 사업들이 줄줄이 철수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 회장이 별다른 책임을 지지 않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정 회장이 주도했던 사업들 중 △드럭스토어 분스 △H&B(헬스앤뷰티)스토어 부츠 △가정간편식 매장 PK피코크 △잡화점 삐에로쑈핑 △제주소주 △영화제작사 일렉트로맨 등은 창대한 시작과 달리 정리됐다. 또 발포주 시장 공략을 위해 선보인 ‘레츠’는 출시 2년 만에 단종이 결정됐다.
때문에 정 회장에 대해 책임경영을 요구하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된다. 정 회장은 2013년 3월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후 현재까지 11년째 미등기임원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상법상 규정된 등기이사에게는 이사회에서 의견을 밝힐 수 있을 권한과 경영손실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 등을 져야할 의무가 모두 부과된다.
정 회장은 오너이자 18.56%(517만2911주)의 지분을 보유한 신세계그룹 최대주주로 1년에 약 18억원의 보수를 지급받고 있다. 이달 28일 예정된 이마트 주주총회에 정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은 상정되지 않았다. 반면 1주당 2000원을 현금으로 배당하는 안건은 올라 왔다. 만약 현금배당 안건이 원안대로 가결된다면 정 회장은 보수 외에 약 103억4600만원의 현금을 수령하게 된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논평을 통해 “(정 회장이) 등기이사가 아니어서 법적 책임을 부담하지 않고 보수는 많이 받는 등 책임 있는 경영자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이사회 참여를 통해 책임경영을 실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은정 참여연대 간사는 “(정 회장 승진과 미등기는) 새로운 리더십을 기대하게 하기보다 계열사 전반에 대한 권한을 행사하면서 법적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재벌 체제의 문제를 답습하겠다는 선언”이라며 “확실히 등기를 하면서 법적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는 것이 의미가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