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30분 가까이 단식 중단 설득... 친명·친문 인사들, 병원 집결
文-李 만남에 계파갈등 봉합될지 주목... 체포동의안 ‘부결’에 힘 실릴까
문재인 전 대통령이 19일 ‘병상 단식 투쟁’중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병문안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 29분경,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 도착했다. 민주당 천준호 당대표 비서실장을 비롯해 서영교 최고위원, 박홍근 전 원내대표, 윤건영 의원 등 친문계 인사들이 병원 입구에서 문 전 대통령을 맞이했다. 이후 23분 정도 이 대표의 손을 잡으며 단식 중단을 설득했지만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도 단식 지속 의지를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내가 열흘 단식을 했었는데, 그때도 힘들었다. 그런데 지금 20일이니까, 얼마나 힘들까 싶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기력이 완전히 떨어진 듯 작은 목소리로 "세상에 힘든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라고 답하며 단식 지속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자 문 전 대통령은 "충분히 공감하고 또 같은 마음을 갖고 있는데, 그래도 단식의 진정성이나 결기는 충분히 보였다"며 "길게 싸워나가야 하고. 이제 또 국면도 달라지기도 하니깐 빨리 기운차려서 다시 다른 모습으로 싸우는 게 필요하다"고 다시 단식 만류를 요청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무슨 생각으로 정치를 하는지 모르겠다"며 다시 한번 단식 지속 의지를 내비쳤다.
이후 이 대표는 "오늘(19일) 9.19 (공동선언) 합의한 날"이라고 짧게 한 마디 건넸다. 문 전 대통령은 이에 "오늘 63빌딩에서 (9.19) 평양 선언 5주년 기념식을 하는데 거기 갈 것이다"라면서도 "이 대표 혼자 몸이 아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함께 아파하고 안타까워하고 다시 또 일어서기를 바라고 있는 것을 늘 생각해야 한다"고 병문안 마칠 때까지 이 대표의 단식 중단을 요청했다. 이 대표는 이에 대해 따로 답을 하지 않았다.
민주당 한민수 대변인은 두 사람의 회동 후 기자들에게 "문 전 대통령은 천준호 당대표 비서실장과 녹색병원장에게 대표의 건강상태 물었다"며 "(문 전 대통령은) '주변에서 이럴때일수록 단식 그만두게 해야된다'고 했다. 특히 병원장에겐 '이 대표가 단식 중단할 수 있도록 병원에서 그만두게 해달라'란 말까지 했다"고 전했다.
이날 문 전 대통령이 이 전 대표를 병문안하면서 이 대표의 단식에 출구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모아졌지만 결국 이 대표의 의지를 꺾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만남을 계기로 친이재명(친명)계와 친문재인(친문)계가 연합해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부결표를 던질 것이란 전망이 커지고 있다. 지난 2월 대장동 의혹으로 이 대표에 체포동의안이 한 차례 국회에 송부된 경우와는 다른 흐름인 것이다. 당시 친문 의원들은 당 대표 거취까지 고려하란 거친 말을 쏟아냈지만 지금은 부결로 의견을 모으는 분위기다.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의원은 강성 지지자가 “부결을 부탁한다”는 문자를 보낸 것에 "위기일수록 당을 중심으로 단합된 힘으로 뭉쳐 싸워야 한다“고 답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장관을 지낸 박범계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에 출연해 “검사들의 무도한 수사에 민주당이 순종하고 맹종한다는 판단을 국민들에게 드릴 수 있다”며 당내 의원들이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대변인을 역임했던 김의겸 의원도 BBS라디오에 출연해 “한 표의 이탈도 없이 똘똘 뭉쳐서 부결시켜야 한다”며 “가결했을 때 (민주당이) 걷잡을 수 없는 혼란으로 빠질 것을 노리고 영장을 청구하는 건데, 호랑이 아가리에 머리를 집어넣을 수는 없다”고 의지를 다졌다.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모두 근무했던 민형배 의원도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부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며 체포동의안이 가결될 경우 검찰의 행위가 정당성을 갖는다고 우려했다.
반면, 비명계 내부에선 여전히 이 대표가 직접 영장실질심사를 받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비명계 대표주자인 조응천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 출연해 "이 대표가 '가결해달라'고 하는 게 제일 낫다"며 "그러면 가결돼도 반란표가 아니기 때문에 대국민 약속을 지키는 정당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표가 힘들겠지만 어쨌든 6월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말씀하신 것(체포동의안 가결)을 다시 한 번 더 천명을 해달라”며 “그렇게 해야 분열을 면할 수가 있다”고 주장했다.
당 차원에선 부결 당론 채택엔 선을 긋는 모습이다. 김한규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와 만나 “논의를 통해 당 의견을 모으는 과정으로 진행되지 않을까 한다"며 "예민한 문제라 원내지도부도 상당히 조심스럽게 현 상황을 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과 이 대표의 만남이 당내 부결론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란 전망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