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은행권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고 있다. 22년 만에 가장 높아진 금리와 하반기 경제 불확실성이 더해진 가운데, 신용도와 담보가치 저하를 우려한 결과로 풀이된다.
반면 우리나라 은행권은 하반기 대출 문턱을 낮출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31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발표한 ‘은행권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미국 은행 여신업무 총괄 책임자들은 지난 2분기 기업대출과 가계대출 모두 대출 태도를 강화했다고 답했다.
이들은 하반기 대출 태도에 대해서도 대출 기준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대출 태도 강화는 대출 가능 여부를 심사할 때 조건을 이전보다 엄격히 평가하거나, 대출 승인이 이뤄져도 한도를 낮추는 등 돈을 빌려주는 환경을 더 까다롭게 조성했다는 의미다.
연준은 보고서는 △리스크를 감내할 능력 감소와 유동성 포지션 악화 기대 △자금조달 비용 및 예금 유출에 대한 우려 △법률 및 감독, 회계기준 변화 등에 대한 우려 등을 대출 태도 강화에 대한 주요 배경으로 지목했다.
반면 대출 빗장을 걸어 잠그는 미국 은행과 달리 국내 은행은 대출 태도를 완화하는 추세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올해 3분기 대출 태도는 중소기업과 가계를 대상으로 완화 기조가 예상됐다. 부동산과 대출 관련 규제가 완화하면서 수요가 늘어난 이유에서다.
특히 가계를 대상으로 한 일반 대출은 신용대출의 순상환 지속과 대환대출 플랫폼 출시 등으로 수요 증가와 대출 태도 완화가 높게 점쳐졌다. 이에 따라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렸다.
실제 6월 가계대출 잔액은 1062조3000억원을 기록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와 미국 은행권의 대출 태도가 다른 모습을 보이는 데는 양국의 금리 수준 차이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풀이된다.
연준은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5.25~5.50%로 0.25%포인트(p) 올렸다. 이에 미국의 기준금리는 2001년 이후 23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
반면 한국은행은 올해 계속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3.50%를 유지 중이다.
은행 대출 상품 금리에서도 양국의 차이는 뚜렷했다. 미국의 30년 만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는 7월 현재 연 7%대 중반에 달한다. 반면 국내 시중은행의 평균금리는 연 4%대 중반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