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준(53·사법연수원 25기) 신임 대법관 후보자는 1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면서 법무법인에 의견서를 써주고 고액의 대가를 받았다는 논란에 대해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볼 때 고액의 소득을 얻게 된 점에 대해 겸허하게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권 후보자는 교수 재직 시절인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대형 로펌 의뢰로 총 63건의 의견서를 써준 것으로 알려졌다. 권 후보자는 해당 의견서들로 18억1561만원의 수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평균적으로 건당 3000여만원을 받은 셈이다. 필요경비 등을 뺀 소득 금액은 6억9000만원으로 파악됐다.
권 후보자는 더불어민주당 김회재 의원 등 청문위원들의 자료 제출 요구에는 비밀유지 의무를 이유로 자료 요청을 거부했다.
그러면서 권 후보자는 "비록 독립적 지위에서 학자의 소신에 따라서 의견서를 작성·제출했지만 공정성 우려가 있다는 것을 잘 인식하고 있다"며 "공직자이해충돌방지법에서 정한 모든 신고·회피 신청 절차를 이행하겠다"고 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권 후보자가 2018년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해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 소송 중이던 하나금융지주 측 대리인의 의뢰를 받고 국제상공회의소(ICC) 산하 국제중재재판소에 법률 의견을 제출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금융이 승소하면 세계은행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서 재판 중이었던 우리 정부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었고 실제로 그렇게 됐다"며 "후보자가 어떤 법률 의견을 제출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권 후보자는 "론스타 측 로펌의 의뢰를 받아서 증언하거나 의견서를 작성한 사실은 없다"며 "상의해보고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야당 의원들은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대통령실이 특정 연구단체 출신에 대한 임명거부권을 행사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반면, 여당 측에선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한 김명수 대법원장 재임 시기 때 사법부의 정치화가 심해졌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12일엔 서경환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이뤄진다. 서 후보자 청문회에선 서 후보자 가족이 보유한 비상장주식 평가액이 4년 새 7배나 상승한 것에 대한 추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장이 추천한 이들 후보자 인사청문회 후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 표결이 이뤄지고 재적의원 과반 이상 출석에 과반의 찬성을 얻으면 대통령이 두 후보자의 임명을 재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