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카드사들은 무이자·자동차 할부 혜택을 축소하면서 디마케팅(자사 상품에 대한 고객 구매를 의도적으로 줄이는 것)에 돌입했다.
가파른 금리 인상에 여신전문금융채(여전채) 금리가 급증한데다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여파로 채권시장에서 돈줄이 말랐기 때문이다.
10일 여신업계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금리상승과 채권시장 위축이라는 복합적인 요인으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궁여지책으로 무이자·자동차 할부 혜택을 줄이며 비용 절감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양새다.
신한카드는 이달 들어 기존 온라인쇼핑과 손해보험 등에 제공하던 6개월 무이자할부 혜택을 3개월로 축소했다.
삼성카드도 아울렛과 백화점, 온라인쇼핑몰 등에서 6개월 무이자할부 혜택을 제공했지만 이달 들어 기간을 3개월로 줄였다.
현대카드는 현대차를 구매할 경우 제공하던 12개월 무이자 할부를 3개월로 대폭 단축했다.
카드사는 물론 캐피탈사 또한 자동차 할부금융 신규 영업을 줄이거나 아예 중단하고 있다.
은행과 달리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와 캐피탈사는 사업에 필요한 자금 70% 이상을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발행으로 조달한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카드사들의 조달 비용인 여전채 금리도 상승하게 돼 부담이 커진 셈이다.
실제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여전채 3년물(AA+) 금리는 연 6.030%를 기록했다. 여전채 금리가 6%대를 돌파한 것은 통계를 집계한 2010년 이후 처음이다. 전년 동기(2.419%)와 비교하면 1년 새 무려 3.611%포인트(p) 급증했다.
조달 금리 인상은 자동차 할부 금리, 카드론 대출 금리상승으로 이어졌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이달 국내 주요 카드·캐피탈사들의 자동차 할부 대출금리(할부 기간 60개월)는 평균 연 6~7%대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3분기 평균 할부 금리보다 두 배 이상 뛴 수치다.
아울러 9월말 기준 7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 카드론(장기카드대출) 평균 금리는 13.02%로 나타났다.
카드사별로는 △롯데카드 14.42% △삼성카드 13.41% △신한카드 12.56% △우리카드 12.76% △하나카드 12.84% △현대카드 12.02% △KB국민카드 13.14% 등이다.
7월까지 12%대던 카드론 금리는 8월 13%대 이후 오름세를 유지하며 연내 15%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9월 레고랜드 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채무 불이행 사태가 벌어지면서 채권 시장도 얼어붙었다. 발행을 한다 해도 수요는 신용도가 높은 국공채·특수채·은행채 등으로 쏠릴 전망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여전채의 금리 상승과 채권시장 경색으로 자금 조달의 어려움이 커졌다"며 "금융당국에서 채권시장안정펀드 가동을 통해 숨통을 틔워 준다고 하지만 지속적인 금리인상이 전망되는 상황에서 카드사들의 자금 조달 여건은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