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우먼⑩] 임세령·임상민 대상 중역…'자매경영' 시너지 시험대
[원더우먼⑩] 임세령·임상민 대상 중역…'자매경영' 시너지 시험대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2.09.27 05: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녀 부회장 승진 '투톱' 가동…오너3세 100년 기업 초석 마련
'부드러운 카리스마'…해외 키우고 배양육·바이오 신사업 속도
대상 오너 3세인 임세령 부회장, 임상민 전무. [사진=대상]
대상 오너 3세인 임세령 부회장, 임상민 전무. [사진=대상]

종합식품기업 대상이 오너 3세 임세령, 임상민 자매의 부드러운 카리스마 경영을 앞세워 재도약을 꾀한다. 주력인 식품·소재를 근간으로 글로벌 시장 확장과 배양육, 바이오 등 사업다각화에 나서며 100년 기업 초석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상은 창업주 고(故) 임대홍, 2세 임창욱 명예회장에 이어 3세 임세령 대상홀딩스 부회장·대상 마케팅담당 중역(부회장), 임상민 대상 전략담당 중역(전무)의 자매경영이 본격화됐다.

장녀 임세령은 지난해 3월 대상그룹 지주사인 대상홀딩스, 대상에서 각각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최근에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으로 미국의 에미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이정재와 함께 시상식에 참석해 전 세계 많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임세령 부회장과 배우 이정재는 연인 사이다. 

차녀 임상민은 2016년 대상에서 전무 승진에 이어 2020년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직위는 언니 임세령이 높지만 차녀 임상민은 대상홀딩스의 최대 주주다. 올 상반기 기준 36.71%의 지분으로 언니(20.41%)보다 더욱 많다. 두 자매의 경영권 지분과 회사 내 위상을 고려할 때 대상은 오너 3세 경영이 안착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두 자매 모두 그간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며 꾸준한 성과를 보여줬다. 연세대 경영학, 뉴욕대 심리학을 전공한 임 부회장은 2014년 ‘청정원’의 대규모 리뉴얼을 주도했고, 2016년 안주간편식 ‘안주야’와 이듬해 온라인 전문 식품 브랜드 ‘집으로ON’을 출시하면서 식품 브랜딩과 마케팅에서 탁월하다는 평을 얻었다. 

런던 비즈니스스쿨 MBA를 나온 동생 임 전무는 대상아메리카 부사장, 대상홍콩 중국사업략담당 중역 등을 맡으며 해외사업에서 많은 경험을 쌓았다. 인도네시아 전분당 사업 투자와 김·소스 공장 준공, 베트남의 육가공업체 ‘득비엣 푸드’ 인수, 중국 롄윈강 식품공장 착공 등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 살 터울의 두 자매의 우애는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의 발생되는 오너가 다툼은 눈에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회사에서 종종 손잡고 오붓하게 지나가는 모습이 포착될 만큼 우애가 깊다. 이들은 그룹 지주사와 핵심 기업에서 경영전략을 맡고 있고 회사 글로벌·미래 사업에 적극 관여하기 때문에 시너지가 충분하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대상은 지난해 매출액 기준 국내 식품업계 톱(Top)3 기업으로서 미원 조미료, 종가집 김치, 청정원 등 경쟁력 높은 브랜드를 다수 보유했다. 또 국내 최대 전분·전분당 생산업체다. 올 상반기 매출은 2조131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1조6486억원보다 22.1% 늘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8.6% 줄어든 914억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곡물가격과 원·부자재 값 상승 압박, 우크라 사태 등의 영향이 컸다. 

대상 종로사옥. [사진=대상]
대상 종로사옥. [사진=대상]

임대홍 창업주 당시 대상은 국내 최초의 발효 조미료 미원을 앞세워 성장 기반을 닦고 전분, 전분당, 구연산 등 소재 분야로 사업을 확대했다. 2세 임창욱 명예회장 때에는 종가집 김치와 청정원을 대형 식품 브랜드로 키우고 베트남,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해외 진출에 드라이브를 걸며 몸집을 키운 시기였다. 이어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며 기업 가치를 높이는데 주력했다. 이 과정에서 대상은 2018년 매출 첫 2조 돌파에 이어 2년 만인 2020년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매출 3조 클럽(대상홀딩스 제외)에 가입했다.

대상은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종로 본사 이전, 기업 이미지(CI) 변경, 미국 내 김치공장 가동, R&D(연구개발)특화기지 ‘대상 이노파크’ 오픈, 새 브랜드 정체성(BI) 선포 등 숨 가쁜 일정을 보냈다. 임세령, 임상민 자매경영과 맞물려 대내외적으로 변화와 비전을 보여주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임세령 부회장과 임상민 전무는 100년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대상의 오너로서 역할이 더욱 막중해진 것은 물론 이들의 경영능력도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올랐다.  

두 자매는 대상홀딩스 최성수, 대상 임정배 등 전문경영인과 호흡을 맞춰 글로벌과 신사업으로 그룹 외연을 확장 중이다. 특히 주력인 대상의 해외사업 기여도가 크게 높아졌다. 실제 지난해 대상의 해외 매출은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 해외 매출 증가율은 28.1%로 내수 12.1%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올 3월부터 가동한 3000여평 규모의 미국 LA공장은 북미를 중심으로 대상의 글로벌 사업 확장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이 공장에서는 연간 2000t의 김치를 생산한다. B2B(기업 간 거래)용 고추장도 제조된다. 대상은 2025년까지 미국에서 매출 1000억원 달성이 목표다. 

배양육과 바이오 등 신사업에도 속도를 냈다. 대상은 지난해 6월, 8월에 잇달아 배양육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2025년까지 제품화할 계획이다. 배양육은 동물세포 배양으로 도축 없이 생산하는 인공고기다. 2030년 글로벌 시장규모가 약 29조원(맥킨지)에 이를 정도로 성장 가능성이 큰 분야다.  

대상그룹(홀딩스) 최근 5년간 실적 현황, 주요 연·월별 주가 추이. [출처=대상 사업보고서, 그래프=고아라 기자]
대상그룹(홀딩스) 최근 5년간 실적 현황, 주요 연·월별 주가 추이. [출처=대상 사업보고서, 그래프=고아라 기자]

바이오의 경우 지난해 7월 의료소재 사업을 영위하는 ‘대상셀진’ 설립에 이어 그 해 9월에는 싱가포르 생명과학기업 ‘바이오코즈 글로벌’에 47억원을 투자해 지분 3%를 취득했다. 올 7월에는 중국의 최대 제약그룹 시노팜의 자회사 ‘시노팜인터내셔널’과 합작법인 설립 투자의향서(LOL)를 체결하고 70조 규모의 중국 건강기능식품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이외 육가공 법인 ‘대상델리하임’ 설립, 정육 O2O(온·오프라인 연결) 플랫폼 ‘고기나우’ 론칭, 양고기 전문 브랜드 ‘양심(羊心)’ 출시 등 육가공 사업에 힘을 실어주는 등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다각화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룹 지주사와 핵심에서 임세령, 임상민 자매의 관여도를 볼 때 책임경영이 본격화된 것”이라며 “대상의 중장기 전략 성패는 이들 자매의 시너지가 어떻게 나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박성은 기자

parkse@shinailbo.co.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