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은 올해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지만, 비(非)이자이익 부문은 크게 뒷걸음질 쳤다. 대내외 경제시장 악화로 주식시장이 침체하고 환율 변동성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시중은행의 올 상반기 비이자이익은 총 1조292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1조7737억원) 대비 41.9%(7445억원) 쪼그라든 규모다.
비이자이익은 펀드와 신탁, 방카슈랑스, 외환, 파생상품 등 판매를 통해 거둔 수수료이익과 주식·채권·부동산 등 투자로 얻어낸 수익을 말한다. 은행들은 이자이익 의존도를 낮추고 비이자이익 비중을 늘리기 위해 수익구조 다변화 작업에 힘을 쏟아왔다.
하지만 올해 들어 우크라이나 전쟁과 글로벌 통화 긴축 가속화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증시가 부진해지자 유가증권 투자 부문에서 손실이 크게 발생하면서 비이자이익은 하락했다.
금융당국의 규제도 비이자이익 감소의 배경으로 꼽힌다.
2019년 은행권에서는 해외 파생결합펀드(DLF) 환매 중단을 시작으로 라임, 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가 연달아 터졌다. 이에 금융당국은 은행에서 판매하는 투자 상품에 대한 관리·점검을 강화하고 고위험 상품 판매에 제한을 뒀다. 이를 두고 장기적으로 수수료 이익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은행별로 보면 상반기 비이자이익이 가장 큰 폭으로 꺾인 곳은 NH농협은행이다. 지난해 상반기(1247억원) 대비 93.5% 급감한 80억원에 불과했다.
KB국민은행은 상반기 1조726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둬 ‘리딩뱅크’를 차지했으나 비이자이익은 전년 동기(4187억원) 대비 81.6% 줄어든 770억원을 버는 데 그쳤다. 하나은행 역시 같은 기간 3285억원에서 1309억원 60.2% 쪼그라들었다.
그나마 선방한 곳은 신한과 우리은행이다. 신한은행의 올 상반기 비이자이익은 3313억원으로 전년 동기(3798억원) 대비 12.8% 줄었고, 우리은행 비이자이익은 같은 기간 5220억원에서 4820억원으로 7.7% 감소했다.
두 은행의 감소폭이 비교적 작은 이유는 유가증권 평가익과 외환·파생거래에서 손실을 최소화한 영향이 크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환율 변동성이 높아진 가운데 환헤지(환율 변동 위험에 대비해 환율을 미리 고정하는 거래)에 나서며 적극 대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한·우리은행은 유가증권 평가익·외환 파생거래에서 각각 2152억원·4040억원의 이익을 낸 반면, 나머지 은행은 1000억원에도 못 미치거나 적자를 냈다.
급감한 비이자이익과는 다르게 이자이익은 모든 은행에서 크게 불어났다. 5대 은행의 상반기 이자이익은 18조6000억원으로 반기 기준 사상 최대 규모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 이자이익은 4조4402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6972억원) 대비 20.1% 늘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은 22.9% 증가한 3조8902억원의 이자이익을 올렸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3조5247억원, 3조4815억원을 기록했다. 농협은행은 3조2643억원을 거둬들였다.
은행권 관계자는 “비이자이익과 비금융 부분 수익을 다각화하고, 이자부문에서도 금융소비자 부담 완화를 위해 지속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