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의행위에 게임요소 접목…아주매운맛 '파업'도 가능
네이버 노동조합(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이 계열사 교섭이 체결될 때까지 조합원 모두가 연대해 쟁의행위를 진행한다.
네이버지회 공동성명은 26일 서울 상연재 시청점에서 ‘5개 계열사 단체행동 방향성 설명 기자간담회’를 열고 “2022년 임금, 단체교섭을 체결하지 못한 5개 계열사의 쟁의행위를 본격화한다”고 밝혔다.
공동성명은 이날 5개 계열사의 교섭이 결렬되고 쟁의까지 이르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모기업인 네이버가 5개 계열사 노동자들의 드러나지 않는 노동을 외면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라 파업을 포함한 합법적인 쟁의권을 갖게 된 5개 계열사는 그린웹서비스, 엔아이티서비스(NIT), 엔테크서비스(NTS), 인컴즈, 컴파트너스 등이다. 네이버의 자회사인 네이버아이앤에스가 100% 지분을 소유한 네이버의 손자회사들이다.
노동조합이 간담회에서 상영한 영상 및 발표자료에 따르면 5개 계열사는 네이버 서비스 전반의 고객문의 응대, 광고주 문의 응대, 컨텐츠운영, 영상제작, 광고운영, 네이버스퀘어 운영, AI학습지원, 대중문화, 네이버 모니터링 운영, 소프트웨어 백엔드·프런트엔드 개발, QA, UI, UX 디자인, 서버 운영, 24시간 장애관제, 보안분석 등 네이버 서비스의 신규 출시 및 운영전반에 걸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들 5개 계열사에 근무하는 직원은 약 2500명이다.
노동조합에 따르면 네이버와 계열사들은 임금과 복지 전반에서 차이가 매우 크다. 임금의 경우 지난해 신입 초임을 기준으로 5개 계열사 중 가장 낮은 곳이 연봉 2400만원에서 2500만원 수준이다. 네이버와 비교해 약 2000만원 이상 차이가 난다. 업무 환경 지원과 업무 효율 제고를 위해 모기업인 네이버와 일부 계열사에서 지급하고 있는 월 30만원의 개인업무지원비는 이들 5개 계열사에는 전혀 지급되고 있지 않다.
5개 계열사의 지분 소유구조 및 영업관계에서 종속성을 고려했을 때 임단협 체결의 관건인 5개 계열사의 임금 및 복지 개선을 위해서는 최상위 지배기업인 네이버의 적극적인 개입과 의사결정이 필수적이다.
실제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된 이들 기업의 감사보고서에서도 영업관계에서 모기업인 네이버에 중요하게 의존하고 있음이 드러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들 5개사 대표에 대한 실질적인 인사권 역시 네이버 측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조합 측에 따르면 쟁의찬반투표 이전 2차례에 걸쳐 진행된 노동쟁의 조정에서 3개 지역 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위원들 역시 모기업인 네이버의 개입 없이 문제해결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렸다.
노동조합은 네이버를 포함한 IT기업들이 비용절감을 목적으로 자회사, 손자회사로 계열사 쪼개기를 하며 노동조건을 차별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 쟁의를 통해서라도 성공적인 교섭체결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오세윤 네이버지회(공동성명) 지회장은 “5개 계열사 구성원 모두 네이버라는 이름을 위해서 일을 하고 있고, 네이버의 성장을 위해 기여하고 있다”며 “그러나 제대로 된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임금, 복지, 심지어는 휴가까지 전체적인 노동환경에서 차이는 점점 심해지고 있다”며 “드러나지 않는 노동이라고 해서 차별받아서는 안 될 뿐만 아니라 이해관계자 중심의 지속가능한 경영을 표방하는 네이버가 노동 격차를 강화하는 사내하청 구조를 답습하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서승욱 카카오지회(크루유니온) 지회장은 연대발언을 통해 “네이버 운영법인(5개 계열사) 노동자들의 문제는 IT 노동자들의 문제”라며 “차별이라는 잘못된 관행이 바뀔 때까지 IT 노동자들은 네이버 노동자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동성명 설립 후 다수의 교섭에 참여해온 이해강 화섬식품노조 수도권지부 수석지부장은 “네이버의 기업이념인 ‘개인의 다양한 가능성이 의미 있는 성공으로 꽃피울 수 있도록’ 자회사 직원들에게도 근무여건과 복지를 함께 적용시켜 공동체라는 이름을 사용하기에 부끄럽지 않도록 책임있는 태도로 교섭에 임해 주시길 촉구한다”며 이들 5개사 원청에 해당하는 네이버의 책임성을 강조했다.
공동성명은 지난 2019년 인터넷, 게임업계 최초로 쟁의행위를 하며 응원용 막대풍선 이용, 부분파업 후 영화 어벤저스 단체관람과 같이 새로운 시도를 해왔다. 이번엔 게임 요소를 접목해 ‘이루기 위해 즐기는 투쟁’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공동성명에 따르면 쟁의행위 수위에 따라 착한맛, 순한맛, 보통맛, 매운맛, 아주매운맛으로 구분했다. 각각 ‘맛’에 해당하는 단체행동들을 ‘퀘스트’로 지칭하며 해당 퀘스트에 해당하는 쟁의행위에 일정 수 이상의 조합원이 참여하면 다음 퀘스트의 쟁의행위를 하는 형태로 전개할 예정이다.
‘아주매운맛’에 해당하는 단체행동에는 최고수위의 쟁의에 해당하는 ‘파업’이 포함됐다. 쟁의찬반 투표에 앞서 진행한 조합원 간담회를 통해 파업의 가능성 역시 충분히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5개 계열사 업무에는 최접점에서 고객을 만나는 CS부터 장애 관제, 서비스 출시를 이전 검수(QA) 등 네이버 서비스 운영에 필수적인 업무가 대다수다. 공동성명은 실제 파업까지 진행된다면 서비스 운영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공동성명은 카페 쟁의행위 시작 공지 게시물에 댓글달기, 조합 공식 SNS 계정 팔로하기와 같은 착한맛 단체행동을 진행 중이다. 공지 게시물에 댓글 달기는 공지 5시간 만에 퀘스트 달성조건인 200개의 댓글이 달리는 등 조합원들 역시 적극적으로 의사 표현에 참여하고 있다. 노동조합은 조합원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향후 점차 단체행동의 수위를 높여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