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인간 실격' 100쇄 기념 특별판
[신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인간 실격' 100쇄 기념 특별판
  • 권나연 기자
  • 승인 2022.06.16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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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민음사)
(사진=민음사)

지금 저에게는 행복도 불행도 없습니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 지금까지 제가 아비규환으로 살아온 소위 ‘인간’의 세계에서 단 한 가지 진리처럼 느껴지는 것은 이것뿐입니다. 모든 것은 그저 지나갈 뿐입니다. -소설 ‘인간실격’ 中

무라카미 하루키가 가장 존경하는 작가로 꼽은 다자이 오사무의 대표작 ‘인간실격’이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16일 출판사 민음사에 따르면 세계문학전집의 대표적 스테디셀러 가운데 하나인 다자이 ‘인간 실격’은 2004년 5월 처음 출간된 이후 2022년 5월 100쇄를 돌파했다.

단행본 ‘인간 실격’은 100쇄 돌파 기념으로 출간되는 특별판 양장본이다. 소설은 작가 다자이 오사무 특유의 섬세하고 감각적인 문체, 도저한 비관주의와 자기 파멸적 정서로 2차 세계 대전 패배 후 우울과 절망에 빠진 일본의 수많은 젊은이를 사로잡았다.

인간 존재 자체와 인간들이 서로 맺는 관계에 대한 근원적 공포와 회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순수한 젊은이가 겪는 지독한 방황과 타락의 과정을 그린 ‘인간 실격’은 기만적이고 폭력적인 현실의 벽 앞에서 좌절할 수밖에 없는 불완전하고 불안정한 청년들에게 특히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인간 실격’은 다자이의 자전적인 소설로 인간 사회에 동화하지 못한 채 현실에서 도피해 극단적인 일탈과 퇴폐적인 행각으로 자신을 무참히 파괴해 가는 젊은 주인공의 초상은 다자이의 자화상이나 다름없다.

신의와 신뢰보다 타산과 위선으로 적당히 굴러가는 허위와 가식투성이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묘사가 돋보이는 ‘인간 실격’에는 실제 다자이 삶의 세부들이 속속들이 녹아 있다. 고리대금업으로 부유해진 집안에서 보낸 유년기, 학생 시절의 갖은 비행과 좌익 단체 활동, 불특정한 여성들과의 분방한 연애 및 수차례의 동반 자살 기도, 알코올과 마약 중독, 정신 병원 수용 경험 등이 주인공 요조와 주변 인물들을 통해 재현된다.

‘인간 실격’은 화자인 ‘나’가 요조의 사진 세 장에서 받은 인상에 관해 쓴 서문, 요조가 자신의 삶을 독백처럼 써 내려간 수기 세 편, ‘나’가 요조의 노트와 사진을 입수한 경위를 서술한 후기로 이루어져 있다. 요조의 수기는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라는 유명한 첫 문장으로 시작된다.

한편 작가 다자이 오사무는 1909년 아오모리현 쓰가루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쓰시마 슈지. 1930년 도쿄 제국 대학 불문과에 입학했다. 잠시 좌익 운동에 가담했으나 곧 소설 수업에 전념했다. 1936년 첫 창작집 ‘만년’을 통해 작가로서 인정을 받았다. 1948년 ‘인간 실격’을 발표했다.

kny06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