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러닝 학습한 AI은행원, 고객 접근성 해결사 부각
딥러닝 학습한 AI은행원, 고객 접근성 해결사 부각
  • 임혜현 기자
  • 승인 2021.12.15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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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관련 기술적·제도적 한계 속속 해결 '박차'
실전 배치 앞두고 기능 보강…은행별 정중동

인공지능(AI) 기술이 점점 발전하면서 금융산업에서도 그 역할이 커지는 가운데, 가상은행원(AI은행원)이 핵심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현재까지 등장한 AI은행원은 자연스러운 입모양으로 일상언어를 구사할 수 있고, 모습도 사람과 흡사하다. 이런 가운데 AI 기술에 딥러닝(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 결합해 스스로 학습 능력을 키우는 기술)이 더해지면서 앞으로 한층 발전 가능성이 높아 AI은행원의 대화와 업무 능력도 비약적으로 발전할 여지가 클 것으로 업계에선 기대하고 있다. AI은행원이 단순한 흥미 대상이 아니라, 격화되고 있는 은행간 디지털 금융 전쟁을 대표하는 키워드가 될 가능성도 높다.

한국금융연구원이 지난 12일 내놓은 '국내은행의 인공지능 도입현황과 경영 과제'를 보면, 8개 은행(인터넷전문은행 포함) 관계자들은 향후 어느 분야에 AI 기술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냐는 질문에 '챗봇(가상은행원 포함)'을 가장 많이 꼽았다.

현재 AI은행원이 영업점에서 제공하는 기능은 초기 단계지만, 기존 은행원 업무를 모두 수행하는 최종적 진화를 향해 발전하고 있다. 단순 반복업무부터 금융투자상품 안내·가입 등 기존 은행원 업무를 모두 수행하려면 기술 고도화도 필요해, 학습을 위한 빅데이터 확보와 활용이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보고서에서도 은행권에서 AI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겪고 있는 주요 애로사항으로 가장 많이 꼽히는 사항(25% 선택)이 '데이터 부족'이었다. 은행들이 자체 IT 인력의 활용은 물론, 외부 딥러닝 업체와 협력에 나서는 것도 이 부분 때문이다. 

AI 관련 서비스 개발·운영 과정에서의 규제 불확실성 해결이 걸림돌로 남아 있지만, 이는 혁신산업에 대한 이해와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해결될 문제라는데 무게가 실린다.

실제 금융위원회는 7월 '금융분야 AI 가이드라인'을 발표했고 실무지침 마련을 추진 중이다. 이와 관련, 국회 입법조사처는 10월 '금융분야 AI 가이드라인 도입 추진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타 부처 가이드라인과의 정합성 및 기존 금융시장 관리체계를 고려해 구체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금융위 관계자도 "현재 일선 업체 및 금융감독원 등과 함께 논의 중"이라고 금융업권 및 서비스별 실무지침 구체화 추진 상황을 소개했다. 

신한은행 무인형 점포 '디지털라운지(Digital Lounge)'에서 AI은행원이 활동하는 모습. (사진=신한은행)
신한은행 무인형 점포 '디지털라운지(Digital Lounge)'에서 AI은행원이 활동하는 모습. (사진=신한은행)

이렇게 발전 가능성이 계속 높아지면서, 은행별로 영역 선점을 위해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말 기준 전국 66개 영업점에 AI은행원을 보급했다. 내년 말까지 크게 늘릴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AI은행원은 고객 방문을 인지하고 먼저 인사한다. 화상으로 실제 직원이 응대하는 '디지털데스크'를 이용하면 본인확인, 바이오정보 등록 업무 등을 돕는다. 

KB국민은행의 AI은행원. (사진=KB국민은행)
KB국민은행의 AI은행원. (사진=KB국민은행)

KB국민은행도 지난 3월 서울 여의도 본사 신관에 꾸린 체험존에 AI은행원을 적용했다. 통장개설, 예·적금 가입, 청약, 대출 등 은행업무 전반에 걸친 상담을 경험해 볼 수 있도록 하고 반응을 살피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후 고객 정보를 기반으로 한 상품 추천과 뱅킹 서비스까지 AI은행원이 할 수 있도록 발전시킨다는 구상이다. 

NH농협은행은 AI은행원을 11월25일 정식 발령냈다. 모습도 농협은행 실제 MZ세대 직원들의 얼굴을 합성해 만들었다. 우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고객 소통 업무를 담당하고, 향후 영업점에서 고객에게 상품설명서를 읽어주는 등 업무를 늘릴 예정이다. 

우리은행에서는 AI은행원이 우선 직원연수 교수로 먼저 나섰다. 우리은행은 딥러닝 기반 영상합성 스타트업 라이언로켓과 AI은행원 개발을 추진해 왔다. 가상의 은행원을 구현하는 것은 물론, 실제 은행원이 상담하는 것과 동일한 역할을 수행하도록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직원 연수프로그램(AI교수) 및 행내 방송(AI아나운서)에 먼저 도입됐으며, 상담원과 심사역, 내부통제 등 다양한 업무에 도전하도록 할 방침이다. 

하나은행은 "아직 AI은행원의 실제 배치에는 나서지 않고 있으나, 관련 기술은 이미 다양하게 적극 활용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한국과학기술연구원과 디지털금융 혁신분야 협력을 위한 협약을 통해, AI 및 로봇 관련 기술력을 기반으로 '디지털 휴먼(Digital Human)' 기술 확보에 이미 적극 대응 중이다. 

지난 7월 금융권 최초로 AI를 통해 3분 내에 대출한도를 산출하는 'AI대출서비스'를 출시했으며, 하나원큐 앱 내 '하나 자금관리 리포트' 서비스도 AI 알고리즘을 적용해 고객 자금관리를 돕는 케이스다.

AI은행원들은 단순한 호기심이나 고객 응대 기법이 아니라 은행 점포 축소 상황의 대안으로도 기대를 모은다. 실제 은행원이 없더라도 키오스크를 토대로 AI은행원이 활동하고 바이오인증 등 첨단 기술 활용하면, 무인점포나 숍인숍 등 다양한 형태를 운영하는 게 가능해진다. 은행원과 점포 감축이 고령층 고객 등 접근성 우려를 키우는 상황에서, AI은행원들이 이를 메울 수 있다는 것. AI은행원들이 떠맡을 틈새시장에서의 역할이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dogo84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