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로를 이용한 제철공정의 필수 원재료인 고철(철스크랩) 가격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3년 만에 급등하고 있지만, 철강업계가 받는 타격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철강업계는 건설·조선업계의 호황이 이어진데다 고철가격 인상분이 주요제품 가격에 반영되고 있기 때문에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기업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은 저탄소 기조를 강조하는 만큼 전기로에 쓰일 고철을 필요로 하지만, 고철 공급량 확대는 한계가 있다.
전기로 공정은 전기로 열을 발생시키고 고철을 녹여 제품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탄소 배출량은 철광석과 석탄을 사용하는 용광로 공정의 20% 수준에 불과한 친환경 공정이다. 전기로 공정 확대는 원재료인 고철의 수요 확대로 이어진다. 이런 까닭에 철강업체로선 고철가격이 상승하면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고철 가격은 톤(t)당 57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톤당 30만원 선에서 거래되던 것과 비교하면 상승세는 가파르다. 철강업계가 받을 타격은 그만큼 커진 셈이다.
하지만, 철강업계가 현재 체감하는 분위기는 다르다. 고철 가격은 제품 가격에 반영되고 있고, 건설과 조선 등 전방산업의 호황도 고철가격의 부담을 상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철 가격이 오른 만큼 제품 가격은 꾸준히 오르고 있다”며 “올해는 건설 수요가 좋기 때문에 좋은 실적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제품 단가는) 원재료 가격을 비롯해 수요 기대 등 다양한 외부 요인들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곧바로 반영하긴 어렵다”며 “고철 가격 급등으로 인한 직접적인 시장 영향은 크지 않지만, 시장 환경변화 예측이 어렵다는 점은 우려스럽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어차피 구매가가 오르면 제품 가격에 매달 연동되며, 매월 시장가 동향 보면서 고철 가격 인상가를 반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탄소중립위원회는 지난 18일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안’을 제시했다. 철강업종 신·증설 설비 300만톤을 고로(용광로) 대신 전기로 공정으로 교체하고 오는 204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95% 감축한다는 게 골자다.
포스코·현대제철 등 고로를 활용하는 철강기업들도 고철 확보에 나섰다. 포스코는 개발 중인 수소환원제철의 상용화 전까지 고로에 고철 투입량을 늘려 탄소 배출을 조절한다는 전략이다. 포스코는 지난 7월 현재 5∼15%에 이르는 고철 투입 비중을 오는 2025년까지 30%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고로와 전기로를 모두 운용 중인 현대제철도 안정적인 고철 공급망 구축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인 탄소 중립 정책 시행으로 전기로 공정이 주목받으며 고철 수요가 급증했다”며 “세계서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중국의 탄소 배출량 절감 정책과 국내 고철 재고량 부족으로 고철 가격은 당분간 계속 오를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