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은 올해 1분기 강재가 인상에 따른 원가 상승, 공사손실 충당금 등 영향으로 5000억원 이상의 적자를 냈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조선업황이 개선되는 점을 고려해 재무 구조 개선과 미래 경쟁력 강화에 필요한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해 무상 감자와 유상 증자를 추진한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1분기 영업손실 5068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478억원 대비 적자 폭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4일 공시했다.
매출액은 1조574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8% 감소했다. 당기순손실은 5359억원으로 전년 동기 136억원과 비교해 적자 폭이 크게 확대됐다.
삼성중공업은 적자와 관련해 △강재 가격 인상에 따른 원가 상승 △공사손실 충당금과 고정비 부담 증가 △재고 자산 드릴십 5척에 대한 평가손실 등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했다.
삼성중공업의 올해 1분기 실적은 재작년과 지난해 저유가와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수주 절벽 여파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조선업체들은 선주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주로 선수금을 적게 받고 인도 대금을 많이 받는 형태의 ‘헤비테일 계약’을 맺는다. 이에 따라 수주가 실적에 반영되는 데 약 1∼2년의 기간이 소요된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코로나19 확산과 저유가 영향으로 수주가 급감해 도크 공백이 우려돼 도크 가동율을 높이기 위한 긴급 물량 확보 과정에서 발생한 공사손실 충당금을 1분기에 설정했다.
여기에 철광석 가격 상승으로 후판 가격 등이 크게 오른 것도 적자 폭을 키웠다. 최근 국내 조선업체들은 국내 철강업체들과 협상에서 후판 가격을 톤(t)당 10만원 이상 인상하는데 합의한 바 있다. 후판은 자동차 강판과 선박 건조에 쓰이는 두께 6밀리미터(㎜) 이상의 두꺼운 철판이다.
지난해 유럽계 매수처와 드릴십 3척의 매각에 합의했지만 계약금 입금이 지연돼 재고자산 공정가치 평가에 따른 손실을 1분기에 반영했다. 삼성중공업은 기존 협상처를 포함해 복수의 다른 매수 희망처와 매각·용선 협상을 다각도로 진행할 예정이다.
다만 올해 18년 만에 슈퍼사이클이 기대되는 등 조선업 시황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여 앞으로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1분기에만 42척, 51억달러(5조7000억원)어치를 수주하며 수주잔고를 지난 2015년 이후 최고 수준인 16조2000억원까지 늘린 바 있다.
또 올해 수주 목표도 78억달러에서 91억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올해 들어 한국 조선사들이 일감 부족을 상당 부분 해소했고 앞으로 발주 증가와 선가 상승 전망도 긍정적”이라며 “올해 수주 목표를 78억달러에서 91억달러로 상향했으며 올해 2분기부터 수익성 위주의 선별 수주가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중공업은 재무구조 개선과 미래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해 액면가 감액 방식의 무상 감자와 약 1조원 규모의 유상 증자를 추진한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3월 말 기준 시재액이 1조2000억원 규모로 현금 유동성은 양호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적자와 재무구조 악화로 인한 금융권의 거래 제약 우려에 대응하고 추가 수주에 대비한 RG(선수금환급보증) 한도를 확대하기 위해 선제적 자본 확충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번에 실시하는 액면가 감액 무상 감자는 액면가를 5000원에서 1000원으로 감액해 납입자본금을 낮춰 재무 건전성을 높이는 방법이다.
삼성중공업은 “이 감자 방식은 감자 후 발행주식 수의 변동이 없고 주식 평가 금액이 같아 주주 입장에서 지분가치가 훼손되지 않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감자를 통해 발생한 납입자본금 감액분 2조5000억원을 자본잉여금으로 전환해 자본잠식 우려에서 완전히 벗어날 계획이다.
무상 감자는 6월 열릴 임시 주주총회에서 승인 후 진행된다. 유상 증자는 임시 주총에서 수권주식 수 확대를 의결한 뒤 세부 계획을 확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