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간 거대 손실 유발 가능성↑…공공·민간 공동 대응 불가피
코로나19 사태로 놀란 세계 각국이 감염병에 대응한 기업보험 개발을 활발히 논의하는 모습이다. 미국과 유럽 주요국에서는 기존 테러·자연재해 보험에 기반해 정부의 역할을 강화한 보험체계가 검토 대상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단기간에 거대한 손실을 유발하는 감염병의 특성을 고려해 공공과 민간이 공동으로 기업 피해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31일 보험연구원은 '주요국의 감염병리스크 기업보장프로그램 논의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보험을 통한 감염병리스크 관리 필요성과 앞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에 관해 얘기했다.
보고서를 쓴 보험연구원 송윤아 연구위원과 홍보배 연구원은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미래 감염병에 대비해 각국 리스크 파이낸싱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보험이 유용한 재난 대비 리스크 파이낸싱 방법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예상하지 못한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기업들의 연쇄 부도를 막기 위해 무상 지원이나 저리 융자 등 정책수단이 사용됐지만, 앞으로는 좀 더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감염병리스크는 단기간에 보험회사의 인수능력을 초과하는 손해를 초래하고, 재보험을 통한 리스크 분산도 어려워 공공과 민간 간 협력이 필수적인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송 연구위원과 홍 연구원은 미국과 유럽 주요국의 사례를 분석해 보고서에 담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현재까지 감염병리스크 재보험프로그램(PRRP)과 사업계속보장프로그램(BCPP), 기업휴지프로그램(BIP), 감염병 재보험(Pandemic Re)을 중심으로 감염병 관련 기업보장프로그램이 논의되고 있다.
이 중 감염병리스크 재보험프로그램은 감염병으로 인한 기업휴지위험을 보험사와 연방정부가 함께 인수하는 한시적 대책으로, 테러위험 보험프로그램을 참고한 것이다. 사업계속보장프로그램은 연방정부가 감염병으로 인한 기업휴지위험을 보유하고, 보험사는 보험상품 판매와 관리, 손해사정만 담당하는 내용으로, 미국의 홍수보험프로그램을 벤치마킹했다.
기업휴지프로그램은 종업원 500인 이하 중소기업의 감염병에 따른 휴지위험을 보험회사와 연방정부가 공동으로 인수하는 방안이다. 또, 감염병 재보험은 종업원 500인 초과 대기업의 감염병으로 인한 기업휴지 위험을 국가가 인수하는 것으로, 기업은 정부의 보험료 지원 없이 위험도에 따라 보험료를 낸다.
프랑스에서는 보험회사가 감염병으로 인한 기업휴지위험을 인수하고, 정부가 재보험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논의 중이고, 영국에서는 테러보험 전용 재보험사 'Pool Re'를 참고한 'Pandemic Re' 설립이 논의돼 왔다. 영국 재무성은 Pool Re와 재재보험 협정을 맺고, Pool Re의 기금이 소진되면 대신 보험금을 지급한다.
이런 사례를 바탕으로 보고서는 감염병 관련 기업보장프로그램은 정부가 사실상 대부분 위험을 보유한다는 점에서 기존 재난보험프로그램과 비교해 정부의 역할이 크다고 평가했다.
송 연구위원은 "감염병은 보험산업의 인수능력을 넘어서는 거대 손실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타 누적리스크와 달리 보험회사가 감염병리스크 인수에 세계 재보험시장 또는 자본시장의 담보력을 활용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보고서는 보험이 재난에 대비한 유용한 정책수단이 되려면 보험회사가 보유하거나 부담하는 위험 분에만 보험료를 책정하거나 고정 요율을 적용해 기업의 보험료 부담을 낮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감염병으로 인한 기업휴지손해에 빠르게 대응하고, 도덕적 불성실 문제를 최소화하려면 지수형 보상방식을 적용하는 게 유리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이 경우 지수를 구성하는 기준들을 빠르게 측정해 신속하게 보상할 수 있고, 기업의 실제 손해액과는 상관관계가 없어 도덕적 해이 문제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송 연구위원은 "정부가 보험료의 일부를 직접 지원하는 동시에 일정 수준 이상 손실 발생 시 보험금을 부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기업의 감영병리스크 노출도와 보험산업의 역량에 따라 정부의 보험시장 개입 방식 및 정도를 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