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는 국내외서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로 평가받는 ‘QNED’의 상표권을 출원했다. 해외서 먼저 신청 후 우리나라에 우선권을 주장하는 방식이다. 미래기술의 상표 사용권을 선점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만, 일각에선 QNED가 기술용어에 해당하는 만큼, LG전자가 독점하긴 힘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20일 특허청 등에 따르면 LG전자는 최근 국내에 ‘QNED’를 비롯해 ‘QNLED’, ‘NQED’ 등의 명칭으로 상표권을 출원했다. 적용분야는 TV, 사이니지, 모니터, 스마트폰 등의 디스플레이로, LG전자는 유럽연합(EU)·호주 등에서도 같은 명칭의 상표권을 출원했다.
QNED는 ‘퀀텀 나노 발광다이오드(Quantum nano emitting diode)’의 약어다. 퀀텀닷(QD)과 갈륨질소 발광다이오드를 활용한 게 특징으로, 이론상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의 수명문제 등을 개선할 수 있다. 이 같은 까닭에 QD와 OLED의 장점을 결합한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로 평가받는다. LG전자가 차세대 디스플레이의 상표권 선점경쟁에 나선 셈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LG전자가 경쟁사를 견제하기 위해 QNED 상표권을 출원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그간 국내선 삼성디스플레이가 ‘QD디스플레이’ 상용화에 이어 QNED 기술도 연구 중인 것으로 알려진 반면, LG전자의 QNED 기술개발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LG전자는 ‘(파리)조약에 의한 우선권제도’를 활용해 이번 상표권을 출원했다. 이는 조약에 가입한 국가에서 상표권을 출원한 후 6개월 이내 동일 상표를 타국에 출원할 경우 우선권을 주장할 수 있는 제도다.
LG전자는 지난 3월26일 카리브해 서인도제도 최남단에 위치한 도서국가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 QNED 등의 상표권을 최초 출원한 후 약 5개월 반 만인 이달 7~8일 한국과 유럽 등에 신청했다. QNED 상표권 등록이 결정될 경우 국내에서도 해외서 이 상표권을 출원한 일자(3월26일)에 소급해 권리가 발생한다.
이는 IT(정보통신기술)업계서 일반적으로 신제품 출시 전 제품명 등을 감추고 싶을 때 사용하는 방식이다. 애플, 구글 등도 온라인에서 정보를 알 수 없는 제3국에 신제품 상표권을 우선 출원하고, 6개월 이내 미국 등에서 신청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QNED 상표 출원과 관련해 “다양한 미래 디스플레이 기술을 검토 중인 가운데 관련 상표권 선점을 위해 출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련 기술을 개발 중이냐는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다만 업계 일각에선 LG전자의 상표권 선점이 쉽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허청은 특정 업체에게 업계의 일반적인 기술용어를 상표권으로 인정하진 않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과거 각각 ‘OLED’ ‘QLED’ 등의 상표권을 출원했지만, 특허청은 등록을 거절했다. 특허청은 OLED, QLED 등의 문구가 △지정상품의 원재료와 품질 등으로 식별력이 없고 △일반수요자나 실거래사회에서 다수가 사용하고 있는 단어로 공익상 특정인에게 독점시키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현재 업체들은 ‘삼성 QLED’, ‘LG OLED’ 등 각각의 기업 브랜드를 OLED·QLED 앞뒤에 붙여 상표권을 출원·등록한 상태다. 또 ‘올레드’, ‘OLED TV’ 등 일부 상표권은 ‘디스플레이’가 제외된 지정상품에 한해 등록결정을 받기도 했다.
특히 삼성디스플레이는 2018년부터 작년 초까지 출원한 9건의 디스플레이 관련 특허에서 ‘퀀텀 나노 발광 표시 패널(QNED)’이란 표현을 이미 사용했다.
디스플레이 연구개발 분야의 한 관계자는 “QNED는 작년 삼성의 (차기 디스플레이) 내부 비밀프로젝트로 조금씩 알려지며 이슈화됐다”며 “보편적인 용어로 보기엔 모호한 부분은 있지만, 업계서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용어는 아니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장민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