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정당 대변" 지적… 여당은 여가위 이관 검토까지
"예전부터 하는 일은 없고, 세금만 낭비하기로 유명했던 여성가족부의 폐지를 청원한다" (여가부 폐지 요청 국회 청원인)
윤미향·박원순 사태가 여성 분야 정부·국회 내 조직 폐지 찬반 논란으로 불붙었다. 여성가족부와 여성가족위원회 상징성 때문에 통·폐합은 가능성은 적지만, 비위 의혹 대응에 대한 여론의 공분이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
22일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여가부 폐지' 청원은 전날 소관 상임위원회인 행정안전위원회로 회부됐다. 행안위는 정부조직법을 다룬다.
여가부 폐지 청원은 올라온지 5일 만에 10만명을 돌파했다. 폐지 요청 이유를 보면 '현안 대처와 일 처리 능력이 수준 이하'라는 것이다.
올해 여가부에 책정한 예산은 1조1264억원이다. 이 중 여성 폭력 예방과 피해자 보호·지원 전담기구 출범에 99억원, 2차 피해 방지 교육 콘텐츠 제작 등에 6억원을 투입한다. 전년 대비 1450만원 늘렸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선 국제사회 인식 개선을 위해 3248만원 책정했다. 지난해보다 1068만원 증액했다. 이를 두고 '세금만 축낸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여가부 폐지 주장은 최근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성금 횡령 의혹과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으로 촉발됐다. 특히 여가부는 여성을 대변하고 성범죄 근절에 힘써야 하는 부서임에도 박 전 시장 사건에 침묵했단 비판이 쏟아졌다. 여가부는 지난 14일 "피해자 보호 원칙 등에 따라 필요한 대책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뒤늦은 입장을 밝혔으나, 박 전 시장에 대해선 일절 언급이 없었다.
여당에선 여가부를 소관하는 여가위의 기능을 문화체육관광위원회로 넘기는 방안을 재검토하고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은 '일하는 국회법'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월 4회 이상의 상임위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야 하는데, 여가위가 전담하는 업무가 많지 않아 상임위가 공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또 겸임 상임위 특성상 다른 상임위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량감이 떨어지고, 소속 의원의 전문성과 업무 집중도도 높이기 어렵다는 이유도 있다. 문체위와 통합하는 게 여성 관련 현안을 다루기 더 수월하다는 게 민주당 판단이다.
야권은 반발하고 있다. 여가위 미래통합당 간사 김정재 의원은 지난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에 동석해 모두발언을 통해 "(여가위 이관은) 결코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될 일"이라며 "민주당의 자가당착에 실소를 금할 길이 없다"라고 맹비난했다.
김 의원은 "입으로만 정의, 입으로만 젠더(성), 입으로만 도덕을 외치며 국민을 속여왔던 '입 진보'가 이젠 여성 문제에 있어선 대놓고 행동으로 퇴보를 앞장서고 있다"며 "희대의 권력형 성범죄 사건에 대해서 국회가 적극적으로 나서 진상을 규명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여가위 폐지를 주장하고 나서는 민주당의 저의가 의심스러울 뿐"이라고 비판했다. 정의당과 기본소득당 역시 이에 대해선 반대 목소리를 피력하고 있다.
여가부 폐지와 여가위 이관 주장이 나오는 것은 관련 분야에서 자초한 측면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성 인권 보호보단 특정 진영 이익을 대변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여성 분야 조직의 자성과 원칙 이행이 절실하단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