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8차회의 잠정 합의안 도달, 28일 통과 예정
낙농가와 유업계는 원유(原乳)가격 조정을 두고 올해는 가격 동결을 유지하되 내년 8월부터 원유 1리터(ℓ)당 21원을 인상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낙농가들이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유업계의 경영 악화를 어느 정도 고려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흰우유와 가공유의 주원료라 할 수 있는 원유 가격조정은 올해 8번의 마라톤 협상 끝에 잠정 합의됐다. 양측은 앞서 21일 열린 ‘제8차 원유 기본가격 조정협상위원회’에서 올해는 원유가격 동결을 조건으로 하되, 내년 8월1일부터 리터당 21원을 인상하는 중재안에 동의했다.
낙농가와 유업계 간의 원유가격 조정은 우리가 사먹는 유제품 가격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인이다. 흰우유는 물론 바나나맛우유 등 가공유 원료가 되는 것이 바로 원유다. 이러한 원유 가격조정은 정부가 구제역으로 피해가 컸던 젖소농가의 소득보장을 위해 2013년부터 도입한 ‘원유가격연동제’에 따른 것이다.
원유가격연동제는 매년 5월 통계청이 발표하는 우유 생산비 증감분을 잣대로,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 ±4% 이상이면 10% 안에서 협상을 거쳐 결정하는 것이 골자다. 시장상황이나 수급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닌, 원유 생산비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다소 독특한 체계다. 서울우유와 매일유업 등 국내 유업체들은 낙농진흥법에 따라 계약한 농가들이 생산한 원유를 전량 구매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유 1리터(ℓ)당 생산비는 790.06원이다. 낙농가는 지난해보다 생산비가 늘어난 만큼, 증가분 23.33원의 ±10%를 적용해 ℓ당 원유가격을 21~26원 올려야한다는 입장을 줄곧 고수했다.
생산자 단체인 한국낙농육우협회는 FTA(자유무역협정) 체결로 수입산 원유가 무차별적으로 유통된 가운데, 사료값 인상과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시설개선비용 투자, 최저임금 인상분을 원유가격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에 우유회사들은 최소 동결 또는 원유가격 인하를 요구했다. 합계출산율이 1명도 채 되지 못한 저출산 심화 속에서 흰우유 소비는 계속 줄고 있고, 올해는 코로나19로 흰우유 전체 소비의 8~9%가량을 차지하는 학교급식이 장기간 중단돼 재고 누적으로 피해가 컸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해 기준 상위 10개사 흰우유 매출은 모두 적자로 알려졌다.
낙농가와 유업계를 대표하는 한국유가공협회는 지난 5월 말 원유가격 조정을 위한 첫 협상 테이블에 앉은 이후 최근까지 서로 입장 차만 확인했고, 협상은 계속 결렬됐다.
하지만 지난 7차 회의 때 양측이 어느 정도 의견 차를 줄였으며, 21일 열린 8차 회의에서 올해 동결을 전제로 내년 8월부터 원유 가격인상이라는 중재안에 동의했다.
이에 따라 양측 합의안은 오는 7월28일 낙농진흥회 이사회에서 최종 통과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