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금융그룹감독법' 제정 대해선 "기업지배구조 개선해야"
여권이 금산분리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의 기업주도벤처캐피탈(CVC) 규제 완화 방안을 모색하고 나섰다. 다만 벤처기업 투자 활성 위주로 제도를 개선한다고 밝히면서 대기업에 대한 대립각은 유지하는 양상이다. 여권은 동시에 '경제 정의 실현'을 고리로 기업지배구조 개선도 예고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같은 당 이원욱·김병욱·김경만 의원 공동 주최로 실시한 '기업주도 벤처 캐피탈 CVC 활성화' 토론회에 참석해 "선제적 과감한 정책을 통해 추격형 경제에서 선도형 경제로의 전환을 야심차게 준비해야 될 때라고 생각한다"며 "민주당은 금산분리 취지는 살리면서도 벤처기업 투자를 활성할 수 있는 혁신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벤처 투자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인 규제 혁신이 필요하다"며 CVC 규제 완화에 대해 "금산분리 원칙을 훼손한다는 우려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심도 깊은 토론과 논의를 통해 제도를 정밀하게 설계하겠다"고 밝혔다.
금산분리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상대 업종을 소유·지배하는 것을 금지하는 원칙이다. 금산분리 원칙 하에서는 기업이 은행의 주식을 일정 한도 이상 보유하거나, 은행 등 금융회사가 기업의 주식을 일정 한도 이상 보유하는 것을 금지한다. 정부는 특히 금융과 산업이 결합될 경우 대기업의 사금고화를 우려해왔다.
김 원내대표의 이번 발언은 지주사가 금융사를 보유하지 못하게 한 금산분리 원칙을 훼손할 경우 CVC가 재벌 기업의 편법 승계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면서도 방지책을 세우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같은 자리에 있던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도 CVC 규제 완화와 관련해 "대단히 논쟁적인 현안"이라면서도 "스타트업을 활성화하고, 벤처기업을 더 많이 키우자는 명제에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금산분리 원칙 때문에 대기업이 벤처캐피탈을 만들고 그걸 통해 투자하는 게 제약을 받고 있다"며 "여러 방면에서 두 가지의 정신을 살리는 지혜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두 가지 정신은 '금산분리'와 'CVC 활성화' 사이 절충점을 거론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여당은 문재인 정부 3대 경제 기조 중 하나인 '공정경제' 추진에도 속도를 올리는 모양새다. 동시에 대기업 압박에도 나섰다.
김 원내대표는 앞서 정책조정회의에서 법무부·공정거래위원회·금융위원회가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과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을 입법 예고한 것과 관련해 "최근에도 한 대기업에서 계열사 통행세 형태의 부당 내부거래 의혹이 드러나는 일이 있었다"며 "총수 일가가 지배하는 계열사를 거래 과정에 끼워 넣어 수수료를 받는 행위는 대표적 사익 편취 행위"라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부당 내부거래 등 잘못된 기업지배구조로 인한 문제는 개별 기업뿐 아니라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며 "(입법을 통해)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경제 정의를 실현하겠다"고 부각했다.
이어 "민주당은 21대 국회에서 공정경제와 규제혁신의 양 날개를 펼칠 것"이라며 "시장을 공정하게, 기업구조를 투명하게 바꿔야 경제 활력이 살아난다"고 엄포했다.
또 "공정한 시장경제의 토양 위에서 혁신의 꽃이 필 수 있다"며 "경제 성장을 가로막는 잡초 같은 규제를 제거하는 동시에 공정경제의 토대를 바로 세우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