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정당 수장이 꺼낸 '기본소득'… 통합당 내 일부 반발
박원순 "전국민 고용보험 먼저"… '어젠다 선점' 경쟁도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기본소득제' 관련 논쟁이 불이 붙는 모양새다.
기본소득은 당초 여권에서 먼저 제기했지만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적극 드라이브를 걸고 나서면서 공론화됐다.
기본소득은 재산이나 소득·고용여부·노동의지 등과 무관하게 정부 재정으로 모든 국민에게 동일하게 최소 생활비를 지급하는 것이다.
일회성이 아닌 평생 지급으로, 도입하면 매년 재정 부담이 커진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통합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기본소득 문제를 근본적으로 검토할 시기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기본소득 논의 필요성을 말했다.
다만 보수정당의 근간을 흔드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가 나오면서 당론 채택 등 현실화까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당내에서 유승민 전 의원과 정진석·장제원 의원 등이 직간접적으로 김 위원장의 '기본소득' 주장에 견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장 의원은 6일 SNS에 "빵을 살 수 없는 분들에게 빵을 살 자유를 드리기 위해 굳이 기본소득제를 도입할 이유는 없다"며 "어떻게 기본소득제를 실시할 거냐"고 비판했다.
그도 그럴 것이 기본소득은 진보진영에서도 논쟁적 이슈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전날 "필요하고 가능한 정책을 포퓰리즘으로 몰거나 포퓰리즘몰이가 두려워할 일을 포기하는 것이 진짜 포퓰리즘"이라며 기본소득 도입의 필요성을 거듭 주장했다.
여기에 박원순 서울시장은 7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전국민 기본소득보다 훨씬 더 정의로운 전 국민 고용보험제가 전면적으로 실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박 시장이 이 지사를 견제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또 '어젠다 선점' 경쟁을 벌인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민주당은 일단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진보 이슈인 '기본소득'을 보수야권에서 선점할까 견제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실제 이 지사는 "정부와 민주당이 머뭇거리는 사이, 기본소득은 통합당의 어젠다로 변해가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이원욱 의원은 지난 4일 페이스북 글에서 "증세 없는 기본소득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재정적자를 계속 감수할 수도 없다"면서 "표를 얻기 위한, 정당의 지지도를 높이기 위한 포퓰리즘이 아니라면 '여야정 추진위원회'를 만들어 논의하자"고 했다.
김부겸 전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기본소득에는 진보적 버전 말고도 보수적 버전이 있다"며 "(보수적 버전은) 기존의 복지를 줄이고 국가를 축소해 그 재원으로 기본소득을 지원한 후 사회보장서비스를 시장에서 구매하도록 하자는 발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이 기본소득을 들고나온 데 대해 환영하면서도 우려하는 것은 이 때문으로, 이런 보수적 개념으로 논의를 잘못 끌고 가게 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신아일보] 김가애 기자
gakim@shinailbo.co.kr
저작권자 © 신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