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최근 대규모 원금 손실로 논란이 되고 있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에 대한전수조사 결과 서류상 불완전판매 의심사례는 20% 내외라고 밝혔다.
원승연 금감원 부원장은 1일 DLF에 대한 현장검사 중간결과를 발표를 통해 상품의 설계, 제조, 판매에 이르는 과정에서 금융회사들이 투자자 보호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중시해 리스트 관리에 소홀했고 내부통제 미흡, 불완전판매 등의 문제점이 다수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DLF에 가입한 고객들의 대규모 원금 손실피해가 기정사실화 된 8월말부터 상품의 설계와 제조, 판매 등 실태 점검을 위해 은행(우리·KEB하나은행)과 증권사(IBK·NH·하나금투), 자산운용사(유경·KB·교보·메리츠·HDC)를 상대로 합동 현장검사를 실시했다.
아직 현장검사가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금감원이 서둘러 중간결과를 발표한 것은 DLF 투자자들의 피해 규모가 막대한 만큼 시장 불안을 조기에 해소하고 향후 검사와 분쟁조정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8월 기준 국내 금융사의 DLF, DLS 판매잔액은 총 8224억원 수준이며 이 가운데 3654명의 개인투자자가 투자한 금액은 7326억원으로 전체 판매잔액의 89.1%를 차지했다.
확정된 손실금액은 669억원으로 손실률은 54.5%이고 지난달 25일 기준 잔액 6723억원 중 현재 금리수준 유지시 5784억원이 손실구간에 진입해 추가 손실 예상금액은 3513억원으로 예상된다.
금감원은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비이자수익 배점은 여타 시중은행 대비 높게 책정한 반면 소비자보호 배점은 낮게 부여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PB센터에 대한 비이자수익 배점을 20% 이상 부여했는데 이는 타 은행 대비 2~7배 높은 수준이다.
이들 은행들은 은행경영계획에서 매년 수수료 수익 증대 목표 또는 DLF판매 목표를 상향제시하고 은행 본점 차원에서 일 단위로 영업본부에 실적 달성을 독려했다.
또 은행 내규에는 고위험상품 출시 결정시 내부 상품 선정위원회 심의 및 승인을 얻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로 문제가 된 DLF 상품 중 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건은 1% 미만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우리은행의 독일국채 DLF 부의건의 경우 위원회의 서면 결의가 완료되지도 않았음에도 해당상품이 출시된다는 내용의 자료를 게시판에 공개하거나 일부 위원들이 평가표 작성을 거부하자 찬성의견으로 임의 기재하고 구두로 반대의견을 표명한 위원을 상품담당자와 친분이 있는 직원으로 교체한 후 찬성의견을 받았다.
자체 리스크분석 과정도 허점투성이였다.
운용사의 백테스트와 변동성 분석 결과에 대한 검증이나 자체 리스크분석을 실시하지 않았고 내부 실무자의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추가 검토 또는 보완을 하지 않고 그대로 수용했다.
기초자산인 채권금리 하락으로 기존에 판매한 DLF 손실 가능성이 증대하는 상황에도 상품판매를 중단하지 않고 상품구조를 바꿔 신규 판매를 지속한 사실도 드러났다.
금감원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은 기초자산인 영국 CMS금리가 하락하던 지난 4~5월에도 6명의 투자자에게 163억원을 판매했다.
DLF 잔존계좌의 판매서류를 금감원이 전수점검한 결과 20% 내외의 불완전판매 의심사례도 적발됐다.
검사 과정에서 발견된 불완전판매 의심사례로는 설명의무 위반과 투자자 성향 파악 의무 위반, 무자격자 판매, 고령투자자 보호 절차 위반 등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우리·KEB하나은행에 대한 추가적인 검사를 실시해 확인된 위규 사항에 대해서는 법리검토를 통해 추후 제재절차를 진행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엄정하게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불완전판매 수준과 투자자의 자기책임원칙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손해배상여부 및 배상비율을 결정하되 분조위에서 결정된 개별 건의 배상기준을 기초로 나머지 건에 대해 합의 권고 등의 방식으로 처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