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 계열사 실적 하향세지만 공격 투자 지속, 5년간 50조원 투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 맞춰 또 한 번 도약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각 기업은 시대가 요구하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핵심 사업의 역량을 끌어올리는가 하면,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고 있다. 본지는 국내 50대기업의 근황을 차례로 살펴보고 각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짚어본다.
국내 재계 5위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을 중심으로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호텔롯데의 상장은 관건으로 떠오른다.
호텔롯데는 롯데물산과 롯데상사 등 한국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일본 롯데홀딩스를 비롯해 일본 주주가 9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 지주사인 롯데지주는 호텔롯데를 상장해 합병해야 지주사 체제를 완성할 수 있고, 일본롯데의 지배력을 축소할 수 있는 셈이다.
이와 함께 롯데그룹은 지난 2017년 롯데지주 출범 후 유예기간인 최대 2021년까지 ‘금산분리’를 해소해야 한다. 이에 따라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 롯데캐피탈 등의 매각과 지분이전에 대한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안정적 지배력 구축…금융계열 등 매각 한창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복귀 후 지배구조 개편이 한창이다. 신 회장은 지난해 2월 구속 중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에 물러났지만, 지난 2월 롯데홀딩스 이사회서 대표이사에 다시 취임했다.
신 회장은 현재 한국 지주사인 롯데지주에 대해 11.7%(이하 2018년 12월말 기준)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외 특수관계인 호텔롯데와 롯데알미늄은 각각 11.1%, 5.1%의 지분을 가지고 있고, 자기주식은 32.5%로 안정적인 지배력을 갖췄다. 이외 국민연금 공단은 3.3%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이러한 롯데지주는 계열사에 대해 안정적인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롯데지주는 현재 롯데쇼핑 지분 38.80%를 보유했고, 롯데칠성음료(26.54%), 롯데케미칼(23.24%), 롯데제과(48.42%), 롯데칠성음료(26.54%) 등 주력 계열사에 대해서도 계열사 등과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구축했다.
다만, 롯데지주는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지주사 체제를 완성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호텔롯데는 현재 물산과 상사 등 한국 롯데 계열사 지분을 다수 보유하고 있지만, 롯데지주가 보유한 지분은 거의 없다.
호텔롯데의 현재 최대주주는 19.07%의 지분을 보유한 일본 롯데홀딩스며, 이외 지분은 일본 주식회사L 투자회사 등이 나머지 지분을 대부분 소유하고 있다.
롯데지주는 호텔롯데를 상장해 합병하고 금융계열사를 처분해야 지주회사 체제를 완성할 수 있다.
업계는 호텔롯데가 상장하면 국내 시가총액 최대 유통·면세 기업이 탄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호텔롯데의 매출은 현재 80% 이상이 면세점에서 발생하고 있고, 한국 매출 비중도 90%를 넘어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롯데는 상장 후에도 지배적인 위치를 유지할 것으로 업계는 풀이하고 있다.
그룹은 이외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의 매각 작업이 한창이다. 롯데손해보험의 경우 지지부진한 상황으로 알려졌지만, 롯데카드는 하나금융그룹이 사실상 인수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형 카드사 탄생이 예고됐다.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의 매각 본입찰은 지난 19일 마감된 가운데, 롯데손해보험은 매수·매도자 간 가격차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롯데카드는 한화그룹이 본입찰에 나서지 않은 가운데 하나금융과 사모펀드 2곳이 참여했다.
롯데카드 매각은 하나금융을 제외한 예비입찰사가 롯데카드 실사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아 사실상 무게는 하나금융 쪽으로 기울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외 롯데캐피탈은 호텔롯데로의 지분 이전이 예상된다.
◇숙원 사업 가시화…주력 계열사 지원 강화
롯데그룹은 롯데지주의 완전 지주사 체제 개편이 예상되지만, 주력 계열사인 롯데쇼핑과 롯데케미칼의 실적은 하락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말 연결기준 총 자산 26조2600억원에 매출 17조8208억원, 영업이익 5970억원을 기록했지만 465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거뒀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0.6%, 25.5% 줄었고, 당기순손실은 지난 2017년 206억원에서 4000억원대로 급격히 떨어졌다.
롯데케미칼도 같은 기간 총 자산 20조 7991억원에 매출 16조5450억원, 영업이익 1조9674억원을 기록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롯데케미칼은 매출의 경우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지만 수익성은 떨어졌다.
매출은 전년 동기 15조8745억원 대비 4.2% 늘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조9297억원에서 1조9685억원으로 32.8% 감소했다.
이와 관련해 관련업계는 유통사업의 경우, 소비 침체와 구조조정, 온라인 시장 성장세 등이 이어져 올해도 상황은 좋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화학업계도 시장에 진출하는 석유화학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공급 과잉이 맞물려 시장은 어려울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롯데그룹은 공격적인 투자로 반등을 꾀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5월부터 미국 루이지애나 에틸렌(ECC) 공장을 본격 가동한다.
이 사업은 신 회장의 해외 숙원 사업 중 하나로 꼽힌다. 롯데케미칼은 5월9일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에서 에틸렌 공장 준공식을 개최한다. 에틸렌은 플라스틱, 고무, 섬유 등 석유화학 제품을 만드는 기초 소재다.
롯데케미칼 루이지애나 공장은 축구장 150여개 규모인 100만제곱미터(㎡)로 연간 100만톤(t)의 생산능력을 갖췄다. 이 공장이 완공되면 롯데케미칼은 국내외서 총 450t의 에틸렌을 생산하며 국내 1위, 세계 7위의 화학사로 거듭난다.
롯데케미칼에 따르면 루이지애나 공장은 에틸렌을 기존 공장보다 30~40% 싸게 만들 수 있다. 또 기존 에틸렌 공장은 원유 정유 과정에서 나오는 나프타를 분해해 만들지만, 루이지애나 공장은 셰일가스(천연가스)에서 에탄을 뽑아 에틸렌을 얻어 고유가 충격을 방어할 수 있다.
롯데케미칼이 지금까지 에틸렌 공장 건립에 투자한 금액은 지난 5년여간 약 30억달러(4조4000억원)로 국내 석유화학 기업의 미국 투자 중 최대 규모다.
신 회장은 앞서 지난 2016년 6월 비리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중에도 미국 공장 기공식에 직접 참석하는 등 의지를 내비쳤다.
롯데그룹은 이를 포함해 앞으로 5년간 전 사업부문에서 50조원을 투자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그룹은 올해만 유통·화학 부문에 12조원을 투자한다.
롯데그룹은 화학부문의 경우, 국내 생산 거점인 여수·울산·대산에 설비 투자를 진행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울산의 경우, 영국 BP화학과의 합작사인 롯데비피화학을 통해 1800억원을 투자해 초산과 초산비닐 생산 공장을 건설하고 오는 2021년부터 상업 생산에 나선다. 롯데그룹은 이를 통해 매출 7000억원에서 1조원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롯데그룹은 루이지애나 에틸렌 생산 공장 외 오는 2023년 인도네시아 자바 반텐주의 대규모 유화단지 상업 생산도 시작한다.
유통의 경우, 지난해 신설한 롯데쇼핑 이(e)커머스사업본부를 신설한 가운데, 온라인 통합 플랫폼 등을 구축해 오는 2022년까지 매출 20조원 달성을 목표로 했다.
물류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을 접목한 기술 연구개발(R&D)에 나설 예정이다.
한편 롯데그룹은 베트남 호치민시가 경제허브로 개발 중인 투티엠 지구에 대규모 복합단지 ‘에코스마트시티’를 건설하고, 하노이시 신도시 상업지구에도 복합쇼핑몰 ‘롯데몰 하노이’를 지으면서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박차를 가한다는 전략이다.
이외 지난 2008년에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롯데마트는 도·소매형 매장을 병행 운영하며 신규 출점 전략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롯데면세점도 작년 8월 JR듀티프리로부터 호주 브리즈번 공항점을 비롯한 오세아니아 지역 5개 매장을 인수하는 등 해외 시장을 적극 개척하고 있다.
(본지는 다음 편에서 포스코의 미래 경쟁력을 살펴볼 예정이다.)